참석주주 3분의 2 찬성 얻어야...개인·국민연금 힘 모으면 '저지' 가능
전자투표도 변수...개미들 참석률 높아질수록 안건 통과도 어려워져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물적분할은 주주총회를 통과할 수 있을까.

LG화학이 배터리부문 분사를 발표(9월 17일)한 이후 개인투자자들이 크게 반발하면서 오는 30일로 예정된 주총에서 '분할 안건'이 통과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분 10% 가량을 보유한 국민연금과 자산운용사 등 기관들이 주주가치 훼손 등을 이유로 "BTS(방탄소년단) 없는 빅히트'라며 분노하고 있는 개인과 힘을 모은다면 통과는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유리외벽에 회사 깃발이 비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유리외벽에 회사 깃발이 비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국민연금·개인 힘 모으면 '분할안건' 꽝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 반대 여론이 들끓으면서 분사안의 주총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회사 분할은 특별결의 사항으로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총 발행주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을 얻어야 통과된다.

LG화학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모기업 LG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LG화학 지분(6월말 기준)은 2355만5760주로 총 발행주식수 6893만9926주(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는 제외)의 34.17%를 차지한다. 총 발행주식수의 3분의 1 이상 확보에는 문제가 없는 셈이다.

이에 따라 이번 주총 참석률이 51.25% 이하일 경우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LG측 지분만으로도 참석 주주의 3분의 2를 넘겨 분사안이 무난히 통과된다.

그러나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표 획득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에 따르면 지난 3월 정기주총 당시 참석률은 76.4%여서 이번 주총 참석률이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LG측 지분에 더해 약 1100만주(지분율로는 약 16% 이상) 이상의 찬성표가 더 필요해진다.

LG측 지분 외 나머지는 국민연금이 10.20%(702만9720주), 1% 미만 주식을 보유 소액주주가 54.33%(3745만3428주)를 각각 보유중이어서 LG화학은 국민연금은 물론 400만주 이상 소액주주의 지지를 얻어내야 하는 셈이다.

특히 LG화학은 이번 주총에서 주주 편의와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해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기로 해 주총 참석률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획득에 필요한 주식 수가 더 많아지면서 안건 통과는 더욱 어려워진다.

게다가 자산운용사 등 LG화학 보유 기관들은 분사안의 주주가치 훼손 여부를 평가하는 등 주주권 행사를 검토하고 있어 이들 기관과 국민연금의 선택이 한층 중요하다.

NH-아문디자산운용 관계자는 "분사와 관련해 LG화학에 주주서한을 보내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주총에서 의결권을 어느 방향으로 행사할지 검토 중이며 아직 결정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LG화학 주식을 보유한 한 개인투자자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전자투표제를 선택한 LG화학의 분사안건은 부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분노가 극에 달한 개인주주들이 반대표 행사를 독려하고 적극 투표에 참여한다면 그들이 의도대로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개인들, 배터리 분사 발표후 6000억원 이상 매도

개인투자자들은 LG화학이 분사를 발표한 이후 약 6000억원 이상의 주식을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7일~29일 LG화학(보통주)을 총 6059억원어치를 순매도한 것.

17일 이래 9거래일간 개인은 504억원을 순매수한 지난달 23일 하루를 제외하고 나머지 8거래일에는 LG화학을 계속 팔았다.

이처럼 개인이 매도에 나선 것은 LG화학의 미래 먹거리인 배터리 사업이 빠져나가면 기존 주주는 배터리 사업 성장에서 소외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한 투자자는 청와대에 분사를 막아달라며 올린 국민청원에서 "세계 1등인 LG화학 배터리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했다"며 "배터리가 빠진 사양산업 화학회사라면 절대로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물적 분할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이 기업공개(IPO) 후 상장해도 우리는 신주를 받지 못한다"며 "이는 방탄소년단의 성장성을 보고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투자했는데 방탄소년단이 탈퇴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주식투자 블로그 등에서도 갖가지 시나리오가 난무하며 "차라리 화학을 분사시켜라! 이참에 LG를 분사시키자" 등 LG를 성토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와 함께 LG의 발표대로 주주가치가 변동이 없을까라는 의문을 던지며 "증시에는 지주사 디스카운트라는 말이 있는데 지주사의 시총이 보유한 자회사의 지분가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상이다"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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