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국내 200대그룹의 오너 경영자 가운데 5분의 1 가량은 55세(1966년생) 이하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회장이나 부회장 타이틀을 가지고 활약하고 있다.

이 가운데 'X세대' 중심인 1968년생이 5명 중 1명꼴로 가장 많았고, 그룹 회장 직위에 오른 오너 경영자도 14명이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는 국내 주요 200대 그룹내 1966년 이후 출생한 오너가 회장·부회장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 범위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관리하는 64개 대기업 집단과 주요 그룹 136곳을 추가해 총 200개 그룹 대상이다. 조사는 각 그룹별 오너가 중 올해 한국 나이로 55세(1966년) 이하이고, 공식적으로 회장이나 부회장 직위에 오른 오너 경영자다.

◇ 200대 기업중 55세 이하 오너경영자는 36명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대 그룹에서 공식적으로 회장·부회장 타이틀을 쓰고 있는 올해 한국 나이로 55세 이하인 젊은 오너 경영자는 36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회장 명함을 갖고 있는 오너급은 14명으로 파악됐다. 세부적으로는 1966~69년생이 6명, 1970년생 이후가 8명이었다.

회장 직함을 쓰고 있는 젊은 오너는 한일시멘트 그룹 허기호(66년) 회장이 가장 먼저 꼽혔다. 허 회장은 51세 되던 지난 2016년부터 한일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에 올랐다. 허 회장은 허정섭 한일시멘트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창업주인 고(故) 허채경 선대회장의 장손이다.

경인양행 김흥준(67년) 회장은 45세 되던 2011년부터 대표이사 회장 타이틀을 달았고, 동방 김형곤(67년) 회장은 지난 2017년부터 회장직을 수행해오고 있다.

효성 조현준(68년) 회장은 지난 2016년 공식적으로 회장 명패를 새겼다. 조 회장은 효성그룹 창업주 조홍제 회장, 아버지 조석래 명예회장에 이은 3세 경영자다.

이재준 창업자의 손자이자 이준용 명예회장의 장남인 대림 이해욱(68년) 회장도 지난해부터 회장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70년대생 중에서는 현대차 정의선(70년생) 회장이 며칠 전 그룹 회장 대열에 합류했다. 한국야쿠르트 윤호중 회장(71년생)도 올해 그룹 수장 자리를 맡았다.

조선내화 이인옥(71년생)은 43세 되던 지난 2013년, 현대백화점 정지선 회장(72년생)은 36세인 지난 2007년부터 그룹 내 최고 자리에 우뚝 섰다.

한진 조원태(75년) 회장은 지난해 그룹 수장이 됐고, 조 회장과 동년배인 DB그룹 김남호 회장은 올해 7월에 부사장에서 회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LG 구광모(78년생) 회장은 지난 2018년에 회장으로 등극하고 다음 해에 그룹 총수로 지정받았다.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된 14명의 그룹 회장 중 유일한 30대는 휴켐스 박주환 회장(83년생)이었다. 휴켐스는 태광실업 그룹 계열사로 박주환 그룹 회장은 아버지 고 박연차 회장이 작고하면서 30대 나이에 올해 회장으로 승진했다.

◇ 부회장 오너도 대수 활약

부회장 직함을 새긴 오너 경영자도 22명 정도 활약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차기 그룹 회장 승진 1순위 후보군에는 일진 허정석(69년) 부회장, 넥센 강호찬(71년) 부회장, 동원 김남정(74년) 부회장, 한국콜마 윤상현(74년) 부회장, 성신양회 김태현 부회장(74년생)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그룹 내 지주회사 혹은 핵심 계열사의 지분을 최다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 지위를 함께 유지하고 있어 그룹 회장 승진은 시간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부회장급에서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조현식 부회장(70년생)의 향후 거취가 초미의 관심이다. 조 부회장은 동생인 조현범 사장(72년생)보다 직위상으로 한 단계 높은 상태지만 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중요 지분이 이미 조 사장에게 상당수 넘어갔기 때문이다.

형제간 지분 분쟁이 종결되지 않아 향후 한국타이어 그룹 회장 자리를 누가 먼저 꿰찰지 촉각이 모아진다.

화승그룹 현승훈 회장의 두 아들 현지호(71년생)·현석호(73년생) 부회장 중에서도 그룹 회장으로 누가 먼저 낙점 받을 지도 관심사다.

여성 중에서는 자동차 부품을 전문으로 하는 인지컨트롤스 그룹 정혜승 부회장(72년생)이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정 부회장은 41개 그룹 계열사 중 인지디스플레이 등 3곳에서 대표이사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것을 포함해 총 16곳에서 임원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부친인 정구용 회장 다음으로 많은 직함을 보유해 차기 회장직에 한 발 가까이 서있는 형국이다.

◆ 1968년생 'X세대 오너'가 최다

이번에 조사된 36명의 부회장급 이상 젊은 오너 경영자 중 단일 출생년도로는 1968년에 태어난 X세대 오너 경영자가 8명으로 가장 많았다.

회장급 중에서는 ▲효성 조현준(1월생) ▲대림 이해욱(2월생) ▲넥슨 김정주(2월생) 회장이 포함됐다. 부회장급 중에서는 ▲두산메카텍 박진원(1월생) ▲OCI 이우현(2월) ▲동국산업 장세희(3월생) ▲삼성전자 이재용(6월) ▲이마트 정용진(9월) 부회장이 올해 53세 동갑내기 오너 경영자들이다.

이 중 두산메카텍 박진원 부회장은 전 두산그룹 박성용 회장의 장남이다. 두산은 전통적으로 그룹 회장직을 '장자 상속'과 '형제 승계'의 원칙을 따른다. 이런 원칙을 유지할 경우 현 박정원 회장 다음으로 두산을 이끌어갈 차기 그룹 회장 후보 1순위자는 박진원 부회장이 유력한 상황이다.

OCI 이우현 부회장은 이미 공정위가 인정하는 그룹 총수로 지정된 상태여서 회장 승진 시기를 놓고 저울질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이재용·이마트 정용진·동국산업 장세희 부회장은 외아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그룹 승계 1순위자로 꼽힌다.

이번 조사와 관련해 오일선 CXO연구소 소장은 "최근 국내 재계는 19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에 태어난 X세대 오너 경영자들이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핵심 세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이들의 활약에 따라 따라 향후 그룹의 운명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