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신년사에 담길 키워드...포스트 코로나·신사업 정착·ESG 경영 등 강조할 듯

올해 초 정부 신년회에서 한자리에 모인 재계 '빅4' 총수들. [사진=연합뉴스]
올해 초 정부 신년회에서 한자리에 모인 재계 '빅4' 총수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올해 3, 4세 총수들이 자리를 확고하게 다지며 세대 교체한 재계가 내년엔 코로나 위기를 본격 탈출해 '포스트 코로나시대'를 준비하고, 새 먹거리에 본격 투자하는 한 해로 삼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올해에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별세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취임, LG그룹의 계열 분리 등 굵직한 변화를 겪은 만큼 새해에는 내부적으로는 안정을 꾀하고 새로운 사업으로 변화와 쇄신을 꾀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총수들은 이런 내용을 담은 신년사로 임직원들을 독려하고, 사회에 적극 어필할 것으로 보이는데 다만 새해 시무식이나 신년회는 코로나 여파로 대부분 온라인으로 열리거나 예년보다 규모가 대폭 축소할 예정이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국내 재계 '빅4' 그룹은 총수의 신년사에 그룹의 미래 비전과 경영 화두 등을 담기 위해 세부 내용을 고심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올해 첫 경영 일정으로 화성 사업장 반도체 연구소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올해 첫 경영 일정으로 화성 사업장 반도체 연구소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 이재용, 현장경영으로 '뉴삼성' 강조, 정의선, 신사업 기반 다지는 한 해

삼성의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별도의 신년사를 내놓기보다 현장 경영 행보를 통해 '뉴삼성'으로의 변화에 대한 각별한 의지를 담은 메시지를 내놓을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2018년 5월 공식적으로 그룹 총수가 됐지만,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지난해에는 신년사를 내놓지 않았다. 이에 새해에도 이 부회장이 따로 신년사를 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잭 안팎의 예상이다.

대신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별세 이후 완전히 홀로 서며 '뉴삼성'으로의 변화를 꾀하는 만큼 새해 첫 현장 경영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의 경우 삼성은 1월2일 준법감시위원회를 구성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오후에 이 부회장이 반도체 개발 현장을 찾아 "잘못된 관행과 사고를 과감히 폐기하겠다"고 밝혔었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쓰러졌던 2015년부터 그룹 차원의 신년 하례식을 열지 않고 계열사별로 시무식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경기도 수원 본사에서 시무식을 개최하고, 대표이사 3인 중 선임인 김기남 부회장이 미래 비전과 위기 극복 등을 강조하는 신년사를 발표한다.

올해 신년회에서 신년사하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올해 신년회에서 신년사하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현대차그룹도 정의선 회장 취임 후 처음 열리는 신년회이지만 코로나 상황을 고려해 형식보다는 메시지를 통해 향후 비전 등을 강조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처럼 양재동 본사 강당에서 직원들이 모인 신년회를 열지는 않고 사내 방송 등의 형식으로 정 회장의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의 경우 정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수평적 소통 등 조직 문화 혁신을 강조하며 '스타트업의 창업가'와 같은 자세로 창의적 사고와 도전적 실행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작년부터 복장 자율화를 도입한 정 회장은 신년회에 흰 셔츠에 짙은 색 정장 차림으로 참석한 것을 해명하기도 했다.

새해에는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에 한층 속도를 내려는 만큼 신년사에도 도심항공모빌리티(UAM)와 수소연료, 로보틱스 사업 등에서 혁신을 선도하기 위한 사고의 전환 등을 주문할 전망이다.

정 회장이 평소 신사업을 육성해 미래 세대의 안전하고 행복한 삶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해온 만큼 이 같은 가치 실현을 위한 노력도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을 전기차 원년으로 삼은 데다 최근 코나 전기차의 품질 문제 등이 제기된 만큼 품질 개선도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그룹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그룹 제공]

◇ 최태원 'ESG'로 위기극복, 구광모, AI 배터리 등 신성장동력 강조

새해 대한상의 회장에 올라 재계 맏형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이는 최태원 SK 회장은 신년사에서도 그의 평소 소신대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중요성 강조하고, 이를 토대로 근본적인 혁신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최근 포럼에서 ESG 관련 가치를 만들어낸 기업에 합당한 보상을 해주는 ESG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해 민간·공공 부문의 ESG 가치 창출을 독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SK그룹이 내년을 SK 각 회사가 제시한 파이낸셜 스토리에 대한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높이는 원년으로 삼기로 한 만큼 파이낸셜 스토리의 실행을 강조하고, 재무제표 중심의 성장 전략에서 벗어나 시장의 신뢰와 사회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성장 전략으로 바꿔나갈 것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매년 신년회를 열었던 SK는 코로나 상황을 고려해 별도의 신년회 없이 새해를 맞을 예정으로, 대신 최태원 SK 회장의 신년사를 사내 게시판과 임직원의 이메일 등을 통해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 ㈜LG 대표가 지난 2월 17일 LG전자 서초 R&D캠퍼스내 '디자인경영센터'를 찾아 커넥티드카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LG전자]
구광모 ㈜LG 대표가 지난 2월 17일 LG전자 서초 R&D캠퍼스내 '디자인경영센터'를 찾아 커넥티드카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LG전자]

LG그룹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내년 시무식을 온라인으로 개최한다. '젊은 총수'인 구광모 회장은 실용주의 경영철학에 따라 오프라인 신년 행사를 없애고 디지털·온라인으로 전환한 바 있다.

구광모 회장의 신년사를 담은 디지털 영상이 전 세계 임직원에게 전달된다.

구 회장은 신년사에서 고객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 철학과 인공지능(AI), 로봇, 차세대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미래 기술에 더욱 집중해 줄 것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은 최근 LG화학 배터리 사업부를 독립시킨 LG에너지솔루션을 출범했고, 구 회장의 삼촌인 구본준 고문을 중심으로 LG상사 등 일부 계열사의 계열 분리를 앞두고 있다.

그룹에 큰 변화가 있는 만큼 구 회장은 신년사에서 전자·화학·통신 등 주력 사업에 집중하고자 하는 비전을 밝히고 임직원의 분발을 당부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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