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탄소세 재원으로 '기후대응기금' 설립 가능성
재계는 "코로나19 상황에 기업에게 추가 부담 안돼"

1월 20일 취임을 앞둔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기후변화는 안보위협"이라며 임기 중 탄소중립을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9년 6월 4일 뉴햄프셔주의 한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 현장에서 태양광 패널 옆으로 걸어가고 있는 바이든 당선인.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탄소 중립'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바이든 행정부'가 20일(현지시간) 출범하면서 미국이 조만간 탄소국경세를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미국과의 교역량이 많은 우리나라도 탄소세 도입에 대한 대응을 본격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여전히 재계 등에서는 기업에게 막대한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자며 반발하고 있다. 

탄소국경세(탄소세)는 탄소배출이 많은 국가나 기업에 부과하는 관세로, 유럽연합국과 미국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도입 움직임이 뜨거워지고 있다. 

◇ 미국, 바이든 취임 직후 '탄소세' 추진 예상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해 대선 당시 최대 공약으로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는 2035년까지 탄소배출 발전시설을 중단하고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도입하는 등 탈탄소의 첫발을 떼 2050년까지 완전한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탄소세 도입은 이 같은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중심축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수입제품의 미국 내 탄소배출량 및 처리비용을 수입관세에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외신들도 바이든 당선인의 수많은 공약 중 특히 탈탄소 정책이 높은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탄소세 도입이 현실화될 것으로 내다본다.

바이든 당선인이 초대 재무장관으로 지명한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도 탄소세 부과 등 강력한 기후변화 대응책을 주문하는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다만 미국 내에서도 탄소국경세가 새로운 '규제'가 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어, 앞으로 산업 간 의견을 수렴하는 등 추가적인 논의를 계속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 초대 재무장관에 내정된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연합뉴스]
바이든 행정부 초대 재무장관에 내정된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연합뉴스]

◇ 한국 '탄소세 도입' 논의 본격화…정부 "세제 전반 검토 중"

우리나라에서도 탄소세 도입과 타 국가 대응책을 본격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19일 '바이든 시대 국제통상환경과 한국의 대응전략'을 발표하며 "바이든 당선인이 공개적으로 탄소국경세를 지지하고 있고, EU와 함께 논의를 진전시킬 가능성이 커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국이 탄소세를 추진하게 되면 미국 수출량이 많은 국내 산업계에도 전반적으로 타격이 미칠 것이기 때문에, 미리 탄소세 등 실효성 있는 정책을 도입해 '친환경 마인드'를 재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지난해 10월 탄소중립을 선언한 정부도 탄소세 도입 논의를 시작해 올해 중으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올해 업무계획에서 정부가 탄소중립 친화적 제도를 설계하기 위해 '기후대응기금'을 신설하고 탄소 가격체계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재부는 탄소세 등으로 기후대응기금을 충당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7일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 브리핑'에서 "탄소세는 종합적으로 검토해 방침이 결정될 것"이라며 "세제 전반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정치권 "탄소세 도입 필요성" vs 재계 "기업에게 또 다른 부담"

국내에선 여당과 일부 야당 정치권을 중심으로 탄소세 도입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기후변화의 주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선 실질적으로 탄소세를 부과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전제로 탄소세를 도입할 것이라는 공약을 내걸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지난 7일 온실가스 1톤 당 8만원의 탄소세를 과세한 후 이를 재원으로 전국민에게 매달 10만원을 지급하자는 '기본소득 탄소세법'을 발의했고, 이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정책적 효과 있을 것"이라며 호응했다.

반면 재계에선 탄소세를 부과하는 것 자체가 기업활동을 제약할 수 있다며 업종별 영향을 세심히 살핀 이후 도입해도 늦지 않다고 반발했다.

지금도 기업들은 경유세와 같은 환경세를 내고 있고,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통해 탄소배출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기에 탄소세는 추가적인 증세라는 논리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올해 경제 부문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로 '탄소 경제'를 꼽으며 탄소세 등 환경정책이 기업을 옥죌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시장의 불안정성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당장 탄소세를 도입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위축된 가계와 기업에 세 부담을 덜어주는 경기활력 대책이 필요한 시기"라며 "언젠가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해 탄소세를 도입해야 하겠지만 무리하게 증세하면 조세저항만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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