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각국 "고령층에 효과입증 부족" 접종제한...10일 식약처 최종점검위 주목

8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백신 접종 모의 훈련에 참가한 국립중앙의료원 직원들이 센터로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8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백신 접종 모의 훈련에 참가한 국립중앙의료원 직원들이 센터로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정부가 오는 24일부터 아스트라제네카(AZ)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요양병원 등에 본격 공급하기로 한 가운데 고령층 접종을 둘러싸고 논란이다.

유럽 각국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고령층에게는 효과가 떨어진다"며 접종하지 말라는 권고를 내렸기 때문이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10일 최종점검위원회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허가 여부와 만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식약처는 코로나19 백신 안전성 및 효과성 검증 자문단, 중앙약사심의위, 최종점검위로 이어지는 '3중'의 전문가 자문 절차를 밟고 있다.

앞서 1단계 검증 자문단 회의에서는 만 65세 고령자에게도 이 백신을 투여할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였으나 2단계 중앙약사심의위에서는 자료가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판단 유보'라는 다른 결론을 내렸다.

이에 질병관리청은 식약처의 최종 결정을 지켜본 뒤 예방접종전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접종계획 조정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 AZ 백신 24일부터 공급...고령층 접종 여부 관심

9일 질병청의 '코로나19 예방접종 시행계획'에 따르면 1분기에는 요양병원 및 요양시설 입소자 등 약 77만6900명에 대한 접종이 시작된다.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에서 접종되는 백신은 냉장(2~8도) 보관·유통이 가능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오는 24일부터 75만명분(150만도스)이 순차적으로 공급된다. 이는 정부가 제약사와 1대1 공급 계약을 맺은 1000만명분 중 일부로, SK바이오사이언스가 경북 안동 공장에서 위탁 생산한 제품이다.

정부는 이와 별개로 백신 공동구매를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이하 코백스)를 통해서도 상반기 내에 이 백신 약 130만명분(259만6800도스)을 들여오기로 한 상태다.

그러나 식약처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허가를 내주면서 만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해 접종 제한을 권고한다면 이런 접종 계획은 변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24일부터 백신 공급이 시작되는 만큼 질병청은 그 이전에 접종계획을 조정해 접종 대상자를 확정해야 한다.

현재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각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효과가 있음을 입증할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고령층에 대해서는 접종을 제한하고 있다.

만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 수가 다른 백신에 비해 부족해 이 연령대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다만 안전성에 대해서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이런 논란과 관련 "전문가 자문과 예방접종전문위(심의), 그리고 식약처의 최종 허가 과정을 살펴보고 접종계획을 조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 청장은 또 "영국 당국과 아스트라제네카 측을 통해 효과에 대한 추가적인 자료를 요청해서 확보했다"며 "WHO(세계보건기구)에서도 이 백신과 관련한 전문가 회의 등이 잡혀 있기 때문에 다양한 경로를 통해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의사결정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장을 맡은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이 8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과 관련한 궁금증 등을 묻고 답하는 시민참여형 특집 브리핑에서 어르신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남재환 가톨릭대 의생명과학과 교수.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장을 맡은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이 8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과 관련한 궁금증 등을 묻고 답하는 시민참여형 특집 브리핑에서 어르신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남재환 가톨릭대 의생명과학과 교수. [사진=연합뉴스]

◇ 화이자 백신은 의료진 접종...9일 신규확진자 303명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의 경우 이달부터 화이자 백신을 접종 받게 된다.

정 청장은 "현재 의료인에 대해서는 코로나19 확진 환자를 진료하는 전담병원을 중심으로 1차 의료기관 종사자에 대한 접종을 예정하고 있고, 물량은 코백스에서 들어오는 화이자 백신을 먼저 활용해 접종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화이자 백신은 코백스를 통해 이르면 2월 중순 이후 약 6만명분(11만7000도스)이 도입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공급 일정은 다소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정 청장은 "처음으로 물량이 공급되는 것이어서 코백스와 화이자 간에 계약이 이뤄져야 하고, 또 우리도 화이자와 공급 계약 및 운송 계획을 논의해야 해서 행정절차들이 좀 남아 있다"면서 "저희가 통제하기 어려운 절차가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본격적인 백신 접종에 대비해 이날부터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모의훈련을 실시한다. 훈련을 통해 실제 예방접종 시 발생 가능한 상황을 확인·점검하고 예방접종 지침을 보완할 예정이다.

한편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이날 0시 기준으로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03명 발생해 누적 8만1487명이라고 밝혔다.

200명대로 떨어진 지 하루 만에 다시 300명대로 올라섰다. 주말·휴일 검사건수 감소 영향으로 주 초반까지 확진자가 다소 적게 나오다가 중반부터 늘어나는 주간 패턴을 고려하면 중반 이후 감염 규모가 다시 커질 수도 있다.

이날 신규 확진자의 감염경로를 보면 지역발생이 273명, 해외유입이 30명이다.

확진자가 나온 지역은 서울 86명, 경기 117명, 인천 14명 등 수도권이 217명이다.

비수도권에서는 부산·대구 각 9명, 광주 8명, 충남·경남 각 5명, 경북 4명, 울산·강원·전북 각 3명, 대전·충북·제주 각 2명, 세종 1명이다. 비수도권 확진자는 총 56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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