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LH직원 본인 1만4000명 대상 조사결과, 의심자 7명 추가로 적발
정세균총리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 선포...투기행위자 즉각 퇴출·이익환수
전문가들 "말로만 깨끗하라 다그치지 말고 이해상충 법·제도 만들라"

11일 오후 3기 신도시 개발 예정지인 경기도 광명 가학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내 TV에 정세균 국무총리의 국토부와 LH 임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1차 전수조사' 결과 발표 브리핑이 방송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1일 오후 3기 신도시 개발 예정지인 경기도 광명 가학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내 TV에 정세균 국무총리의 국토부와 LH 임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1차 전수조사' 결과 발표 브리핑이 방송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 사건에 대한 정부합동조사단(합조단)의 1차 조사 결과 7명의 투기 의심자가 추가로 확인됐다. 이에 3기 신도시 관련 투기 의심자는 모두 20명으로 늘었다.

20건 모두 LH 직원들이었으며 국토교통부 공무원 중에서는 의심 사례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 가운데 11건은 변창흠 국토부 장관의 LH 사장 시절 발생했다. 

이번에 추가로 확인된 투기의심자의 토지매입은 광명·시흥 지구에 집중됐으나, 다른 3기 신도시 지구 투기 의심사례도 있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같은 내용의 합조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이번 1차 조사에 이어 경기·인천의 기초 지방자치단체, 지방공기업 임직원의 토지 거래도 조사할 예정이다. 국토부와 LH 임직원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에 대해선 특별수사본부가 수사하도록 했다.

◇ 20명은 시작...가혹할 정도로 조사

정 총리는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는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다"며 "코로나 방역처럼 가혹할 정도로 국민이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철저하게 조사하고 수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기존의 방식과 제도로는 더는 공직자의 탐욕을 척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공직자의 투기는 국민에 대한 배신이자 국가 기강을 무너뜨리는 범죄다. 법으로 무겁게 단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법 투기행위를 한 공직자 등은 곧바로 퇴출하겠다"며 "현재의 법과 제도를 총동원해 투기이익을 빠짐없이 환수하겠다"고 했다.

정 총리는 특히 LH와 임직원을 겨냥해 "과연 기관이 필요한가에 대한 국민적 질타에 답해야 할 것"이라며 "국민의 신뢰는 회복 불능으로 추락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기존의 병폐를 도려내고 환골탈태하는 혁신방안을 마련토록 하겠다"고 전했다.

다만 정 총리는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당초 계획했던 공공주택 공급은 차질없이 이행하겠다"며 "떨어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내각 전체가 긴장된 자세로 업무에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국토부와 LH 임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1차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한 11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직원들이 복도를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국토부와 LH 임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1차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한 11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직원들이 복도를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전국 곳곳서 쏟아지는 의혹...대규모 수사 불가피할 듯

신도시 등 개발이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투기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공기업뿐 아니라 국회의원 가족, 자치단체 의회 의원, 지방 공무원들의 투기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는 것.

먼저 광명과 시흥시는 10일 자체 조사를 통해 광명 시흥 신도시 예정지 땅을 매입한 소속 공무원 14명을 확인하고, 투기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또 경기 하남에서는 시의원이 지난 2017년 어머니와 함께 평당 40만원에 매입한 임야가 3기 신도시인 교산지구로 편입되며 매입가의 2배가량을 보상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의 모친은 지난 2019년 3기 신도시 예정지인 광명 가학동 인근 땅을 매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땅은 신도시에는 포함되진 않았으나 인근이어서 개발정보를 미리 알고 투자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다.

광명시흥 외 인천 계양, 하남 교산, 남양주 왕숙, 고양 창릉, 부천 대장 등 다른 5개 3기 신도시 예정지에서는 정부의 신도시 발표 직전 토지 거래량이 2~4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도시 정보가 사전에 유출 됐을 것이란 증거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지자체나 공기업 개발 담당 공직자들이나 지방의회 의원들이 정보를 미리 빼내 땅 투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은 이미 알고 있을 정도로 만연해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언젠가는 터질 일이 이번에 드러난 것"이라고 했다.

◇ 몇 년이 걸리더라도 발본색원...'이해상충' 법·제도 만들라

전문가들은 앞으로 몇 년이 걸리더라도 공직사회의 도덕적 불감증을 도려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해상충과 관련된 법적 제도적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현재 정부의 공직에 대한 감시체계는 고위직 위주여서 중하위 공직자나 공기업은 감시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며 "말로만 깨끗하라고 할 게 아니라 법적, 제도적 정비를서둘러야 한다"라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 소장인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이번 사건은 일회성 수사와 처벌에 그쳐선 안 되며 몇 년이 걸리더라도 발본색원해야 한다"며 "공직자의 이해상충 문제를 법으로 엄격하게 규제하는 등 제도 전반을 제대로 수술해야 한다"고 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강력한 이해충돌방지법을 만들고, 공적 정보를 이용한 불법 행위는 사전·사후에 모두 걸려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투기할 경우 이익보다 손해가 몇십 배 혹은 몇백 배 크게 해 패가망신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번 기회에 공적 정보를 악용한 사적 탐욕은 아예 머릿속에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투명하고 맑은 공직문화를 정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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