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현대차·기아 등 글로벌 기업 충전소 신설에 주력...이용자 "설치 의무화 대책도 병행돼야"

테슬라의 전기차 충전소 '슈퍼차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전기차 충전 인프라에 점수를 매긴다면, 5점 중 3.5점을 주겠다"

지난해 테슬라 모델3을 구입한 김대성(29)씨는 아직까지 국내에 전기차 충전소가 부족해 다소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기차 이용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아직도 '충전'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집밥', '회사밥'(거주지와 근무지 인근에 위치한 충전소)이라는 말이 매일 등장할 정도다.

때문에 올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최대 경쟁 주제로 '충전 인프라 확충'에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기에 앞서 이용자의 생활반경에 촘촘히 충전 인프라를 조성해야만 고객을 잡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진 것이다.

◇ "충전기 더 만들자"...현대차·기아 등 국내 기업도 총력전

15일 업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작년 말까지 전국 전시장과 서비스센터에 총 100여 대의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했다.

지난해 '더 뉴 EQC 400 4MATIC 프리미엄'을 국내에 출시하면서 자동차 모델 확장에 충전 인프라 확충이 꼭 필요하다는 내부 분위기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019년에는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도 전용 충전소를 마련해 15기의 충전기를 설치했다.

테슬라도 올해 전국 27곳에 전용 충전시설 '수퍼차저'를 설치할 계획이다.

지난해 1만대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한 테슬라는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차 4대 중 1대를 차지할 정도로 고객층이 급증했다. 현재 국내 테슬라 슈퍼차저 시설은 33곳이다.

또한 아우디코리아는 지난해 7월 'e-트론 55 콰트로' 출시하면서 전국의 전시장과 서비스센터에 총 35개의 아우디 전용 150kw(킬로와트) 급속 충전기를 설치한 상태다.

국산차를 위한 인프라도 확충된다.

현대차는 이번에 출시한 '아이오닉 5'를 공개하며 올해 전국 고속도로와 도심 거점 20개소에 총 120기의 초급속 충전기 '하이차저'를 설치할 예정이다.

계획대로 하이차저가 설치된다면 아이오닉 5와 같이 800V(볼트) 대용량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는 20분 내에 80%까지 충전이 가능해진다.

기아도 이달 중 첫 전용 전기차 EV6을 공개하기 앞서 GS칼텍스와 협력해 초급속 충전 인프라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수도권 GS칼텍스 주유소 4곳에 8대의 충전기를 설치한다.

복합문화공간까지 겸비한 현대차의 전기차 충전소 '현대 EV 스테이션 강동'의 모습. [사진=현대차 제공]

◇ "충전 스트레스, 이제 그만 겪고 싶다"...설치 의무화 대책도 마련해야

그동안 전기차 이용자들의 충전 어려움은 일상과도 같았다.

올해 국산 전기차를 구매했다는 이용훈(31)씨는 "적은 인프라 때문에 다른 지역에 '동냥'하듯 충전하고 있다"며 "내연기관 차량이 충전구역에 주차를 하는 상황도 종종 있다"고 호소했다.

실제 국내에선 13만5000여대의 전기차가 운행되고 있다. 하지만 올해 1월 기준 전기차 공용 충전기는 급속 1만59기, 완속 5만4563기에 그친다.

급속 충전기의 경우 1기로 13대가 충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블라인드 등 익명 커뮤니티에는 "집밥, 회사밥 없으면 안 사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아이오닉5 기대되지만 충전소 확충 이전에 구매하는 것은 시기상조" 등 부정적인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용자들은 인프라 확충 소식을 반기면서도 현재 구체적인 충전소 의무 설치 대책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신축될 예정인 500세대 이상 아파트에는 충전기 설치가 의무화되고 있지만 옛 아파트의 경우에는 무조건 입대위 가결 절차가 필요하다.

거주지 인근에 충전시설이 세워지면 전기차를 구매할 것이라는 김도연(29)씨는 "전기차용 '주유소'가 생긴다니 좋다"면서도 "주행거리 대비 전력이 비교적 빨리 소비되는 전기차 특성을 고려해, 언제든 손쉽게 방문할 수 있는 공용주차장 설비도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대전시는 올해 전기차 3800대를 보급할 계획을 밝히며 공용 급속충전소 실태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대전시 전기차 급속충전소의 모습. [사진=대전시 제공]

한편 정부는 이러한 이용자들의 불편을 고려해 충전기 의무설치 비율을 2%까지 확대하는 정책을 공공부문에 2022년부터, 민간은 2023~2025년에 단계적으로 의무화할 방침이다.

다만 가까운 시일 내에 시행될 대책은 없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불만을 잠식시키기 위한 완성차 업체들의 노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충전의 편의성이 전기차 고객의 브랜드 선호를 좌우하는 요소 중 하나로 떠오르면서 충전 인프라를 통한 마케팅 전략이 강화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대성씨는 "지금은 전기차 시대로 가는 과도기인 것 같다"며 "내연기관 차량과 전기차가 상생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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