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 콘텐츠 사업 총괄전문 법인 'KT 스튜디오지니'를 설립한 KT가 콘텐츠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KT는 2023년 말까지 원천 IP(지적재산권) 1000개를 확보하고 100개의 오리지널 드라마를 제작한다. 

이를 위해 IP 펀드를 조성하고, 오리지널 콘텐츠당 최대 500억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기존에 보유한 유료방송, 웹툰·웹소설, 음악, 영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 플랫폼의 경계를 허무는 '메타플랫폼'으로 나아가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구현모 KT 대표와 강국현 KT커스터머부문장(사장), 윤용필·김철연 KT스튜디오지니 공동대표가 23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을 열고 이런 내용을 포함한 미디어·콘텐츠 사업 전략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전통적인 통신기업을 벗어나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 Digico)으로 변화를 선언한 구현모 KT 대표의 콘텐츠 시장에 대한 강한 의지를 시사한다. 

◇ 제작·유통·채널·콘텐츠 확대까지 선순환 구조는 갖췄다

KT의 미디어·콘텐츠 전략의 핵심 기구는 KT 스튜디오지니이다.

KT 스튜디오지니는 그룹 내 콘텐츠 역량을 모아 KT가 최근 설립한 콘텐츠 투자·기획·제작·유통을 포괄하는 전문기업이다. 

현재 KT그룹은 웹소설·웹툰 등 원천 IP를 가지고 있는 스토리위즈를 비롯해 스카이TV, 올래tv, 스카이라이프 등 유료방송 플랫폼과 모바일 OTT 시즌, 음악 플랫폼 지니뮤직 등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 전문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KT는 스토리위즈가 보유한 원천 IP 자산을 활용해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 콘텐츠들을 스카이TV, 올레tv, 스카이라이프에서 유통한다. 이후 KTH와 시즌 등을 통해 국내외 후속판권을 유통하고, 지니뮤직에서 OST 등을 활용한 콘텐츠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KT 스튜지오지니는 이같이 IP확보부터 콘텐츠 제작, 유통, 콘텐츠 확대 등 이미 그룹 구축된 선순환 구조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또한 KT가 그동안 분석해 온 1300만 고객의 미디어 시청 빅데이터도 강력한 무기다. 

미디어 빅데이터는 감독, 작가, 출연진 등의 기본 정보와 KT만이 보유한 장면 분석 정보를 결합한 콘텐츠 데이터에 초 단위의 콘텐츠 시청 집중도와 유지율, 콘텐츠 이용 패턴(실시간 방송 유입 및 이탈, TV UI 이용 로그 등)과 같은 시청 데이터를 더했다. 여기에 인구통계학적 환경을 반영한 시청자 데이터까지 결합해 KT만의 빅데이터를 구성했다.

이와 관련해 KT는 "미디어 업계의 일반적인 실시간 방송 시청률 샘플링 데이터의 약 3000배에 달하는 방대한 규모"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KT는 인공지능(AI) 기술로 흥행 예측 모델을 도출하고 10단계의 정교한 흥행 등급으로 구성해 KT 오리지널 콘텐츠의 제작에 활용한다. 

KT 스튜디오지니는 제작뿐만 아니라 장르, 배우, 소재를 구상하는 단계부터 콘텐츠별 특성에 맞는 최적의 유통 경로를 설계하는 데도 빅데이터를 활용할 예정이다.

◇ 2023년까지 원천 IP 1000여개 확보..."K콘텐츠 확장에 나선다"

KT는 2023년 말까지 원천 IP 1000여개를 확보하고 '핵심 대작'(텐트폴) 드라마IP를 100개 이상 제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IP 펀드를 조성하고 100억 원 이상을 투자해 스토리위즈의 원천 IP 확보와 개발에 속도를 낸다. 

또 30여개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해 KT그룹의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제공한다.

KT 스튜디오지니의 첫 작품은 올해 3분기 내 공개를 목표로 제작 중이다.

구현모 KT 대표는 "다른 미디어 제작사의 투자규모가 3천억~5천억원 정도인데, 적어도 다른 국내 사업자보다 투자 규모가 클 것"이라며 "오리지널 타이틀 100개 정도에, 각각 50억~500억 규모의 투자 규모"라고 설명했다.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이 만든 웨이브, CJ ENM과 JTBC스튜디오의 합작법인 티빙의 향후 3년간 투자금액이 3000만원~400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KT 역시 4000억원대의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현모 KT 대표는 "얼마를 쏟아붓는 것도 중요하지만 설사 손실이 나더라도 얼마만큼 견딜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KT 콘텐츠 사업은 경쟁력 가질 수 있을 때까지 충분히 견딜 수 있고 그때까지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국내 제작사 육성부터 해외 OTT 협업까지...With KT

KT 스튜디오지니는 기존의 콘텐츠 사업과 차별화된 전략으로 ‘With(위드) KT’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KT그룹이 보유한 플랫폼 간 협력을 주도해 각 플랫폼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물론 이를 토대로 국내외 유력 제작사와 플랫폼 사업자들과의 개방적인 협력을 맺는다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KT는 순수 제작사를 포함해 국내외 OTT, 모바일 플랫폼 기업 등과 광범위한 협력을 도모한다.

KT 측은 "현재 KT는 주요 흥행작을 선보인 제작사 10곳을 비롯해 중소 규모의 제작사 10곳과도 상호 개방적인 협력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콘텐츠 제작사의 IP를 대가로 제작비를 지원하고 제작비 일부를 마진으로 주고 받아온 업계 관행을 탈피한다. 

KT는 콘텐츠 수익뿐만 아니라 IP 자산까지 제작사와 공유하는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신진 창작자와 제작사 등 성장 가능성이 풍부한 국내 창작자 육성에도 앞장선다.

신진 창작자와 제작사를 발굴해 그룹 플랫폼에서 방영될 ‘숏폼 콘텐츠’ 제작을 맡기고, 이를 토대로 향후 대작 콘텐츠까지 제작할 수 있는 ‘메가 크리에이터’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KT 관계자는 "실제로 넷플릭스 등 대형 OTT기업들은 대형, 유명 제작사들과 계약이 우선 잡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소 제작자들이 본인들의 콘텐츠를 선보일 무대가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구현모 대표는 "KT는 콘텐츠 사업에서 절대 혼자 가지 않겠다"며 "국내 콘텐츠 생태계를 조성하는 동시에 국내 사업자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등 함께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내 진출을 준비 중인 OTT 디즈니플러스와는 협업도 추진한다. 

강국현 커스터머부문 사장은 "경쟁 대신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며 "KT 스튜디오지니의 콘텐츠를 디즈니와 함께 할 수 있고 콘텐츠 투자를 같이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