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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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 첨단기술을 적용하는 등 보이스피싱 범죄가 날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는 가운데 하나은행이 자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200억원이 넘는 피해를 예방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11월 모바일뱅킹 앱 '원큐앱'에 보이스피싱 악성앱 탐지 기능을 탑재한 이후 3월 초까지 고객 휴대전화에 설치된 보이스피싱 앱을 탐지하고 제거하도록 해 200억 이상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는 성과를 거뒀다 24일 밝혔다.

하나은행 측은 "총 522명이 범죄자에게 보내려던 119억원 규모의 송금을 막아냈고, 대출 신청 후 대기하던 2639명의 예비피해자들도 보호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기준 원큐앱을 통해 탐지한 대출사기용 금융기관 앱, 기관사칭용 경찰청 앱, 기타 보안앱 사칭 등 각종 보이스피싱 악성앱은 3225건에 달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범죄는 날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사기수법만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AI), 앱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이른바 '전화 가로채기'로 불리는 범죄가 늘고 있다.

예를 들어, 대출을 해준다며 금융회사를 사칭해 고객에게 보이스피싱 앱을 설치하도록 한 뒤 이 앱을 통해 고객의 휴대전화를 통제한다.

해당 고객은 금융회사와 금융감독원에 전화해도 보이스피싱 조직이 마련한 가짜 콜센터로 연결돼 피해자가 속는 방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앱이 깔리면 수신번호도 보이스피싱 조직이 마음대로 변경하는 것은 물론 문자를 가로채고 통화기록을 변경할 수 있고, 위치정보·마이크·카메라도 몰래 작동시켜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피해자를 속이는 것이 가능하다.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의 70%가 넘는 대출빙자 사기에 피해자가 쉽게 속는 이유가 보이스피싱 앱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이같이 진화한 보이스피싱을 예방하기 위해 원큐앱의 탐지 기술과 이상징후거래탐지시스템(FDS)의 실시간 분석·처리, 전문 모니터링 요원의 대응 능력을 결합하고, 보이스피싱 앱 탐지부터 분석, 차단(거래정지), 고객 안내까지 '일괄 대응체계'를 구축했다.

실제로 하나은행은 고객 A씨가 가짜 대출 알선 전화에 속아 카톡으로 전송받은 B은행 사칭 악성앱을 설치한 뒤 대출 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원큐앱'에 로그인하자 고객의 거래를 막아 피해를 예방한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원큐앱에 보이스피싱 악성앱 탐지 기능을 탑재한 이후 예상보다 훨씬 많은 고객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다"며 "보이스피싱앱 탐지가 단순 알림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거래 정지 후 모든 고객에게 연락을 직접 하기 때문에, 현금을 마련했거나 다른 은행에 자금을 준비한 고객까지 보호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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