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양찬성 암호화폐 칼럼니스트】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작가 르네 마그리트는 1929년에 ‘이미지의 반역’이라는 작품을 내놓았다.

누구나 한번쯤 봤을법한 이 작품은 캔버스에 유화로 담배 파이프가 그려져 있다.

작품 밑에는 프랑스어로 “Ceci n'est pas une pipe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라고 적혀 있다.

파이프를 그린 작품이라고 생각한 관람객들은 파이프가 아니라는 ‘친절한’ 메시지를 보고 혼돈에 빠질 수 밖에 없다.

필자 같은 일반인 입장에서는 처음 작품을 봤을 때 ‘이게 무슨 말인가?’ 하는 호기심으로 시작해 사실 단 한 글자도 해석이 되지 않는 프랑스어 번역과 함께 정말 유명하다는 평론가들의 작품 해석을 보며 그들과 함께 뭔가 알고 있고, 있어 보여야 한다는 느낌에 빠진다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내가 작가의 의도와 작품의 가치를 정확히 모른다고 해서 세상이 르네 마그리트의 가치를 몰라주는 것이 아니니 우리는 으레 세평을 따라갈 수 밖에 없다.

이런 심리적인 간극은 르네 마그리트가 살았던 1929년뿐만 아니라 80년이 흘러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의 비트코인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경우가 아주 많을 것으로 보인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이미 많이 알려진 대로 2008년 10월에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 (비트코인: P2P 개인 간 전자 화폐 시스템) 이라는 제목의 9쪽짜리 논문을 bitcoin.org 사이트에 공개하였고, 2009년 1월에 첫 비트코인이 발행되었다.

2009년 이후로 비트코인을 화폐로 자리매김 시키기 위한 수많은 움직임이 있었으며 그 움직임에 대한 안티 테제로 수많은 반박도 있었다.

그러한 반박의 근거로는 비트코인이 화폐로 활용하기 위해 기존 화폐의 기능인 가치척도·지급수단·가치저장·교환기능 등이 미비하다는 인식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실례로 한국은행이 발행한 5만원권 1매는 5만원이라는 가치를 지닌 상태에서 화폐로 작동한다.

그러나 최초의 탈 중앙 암호화폐인 비트코인 1개는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가격이 바뀌면서 과연 화폐로 사용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는 비트코인을 바라보며 “이것은 화폐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애당초 비트코인이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기존 법정화폐의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시작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기존 화폐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큰 이질감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등장 이후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가치를 인정받아왔고 개당 가격은 무려 7,000만원이 넘게 되었다.

100여 년 전 르네 마그리트가 파이프 그림을 가지고 파이프가 아니라며 우리에게 충격을 준 것처럼 사토시 나카모토는 비트코인을 통해 우리에게 새로운 화폐의 유형을 보여줬고, 이후 수백 종도 넘는 다양한 코인과 여러 서비스를 낳게 했다.

양찬성 암호화폐 칼럼니스트

심지어 탈 중앙화 화폐의 시초인 비트코인을 애써 무시할 수 밖에 없는 중앙은행조차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를 선보여

법정통화와 1:1 교환이 보장된 전자적 형태의 디지털 화폐까지 만들게 되었다.

르네 마그리트의 파이프가 그러했듯이 사토시 나카모토의비트코인도 세상에 충격을 주어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가게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비록 비트코인이 최고의 화폐는 아닐지라도 최고로 나아가기위한 암호화폐의 첫 발걸음이었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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