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재권' 뚝심으로 승부 본 LG에너지, 글로벌 배터리업계에서 위상 높여
국내선 지재권 보호 논의 이끌어내...김용래 특허청장 "기업 경쟁력 원천은 지식재산"
합의금 중 현금 1조원은 해외 투자에 활용...2025년까지 미국 내 5조원 투자 가시화

2년여 만에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분쟁을 끝낸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사업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7일 제너럴모터스(GM)과의 제2합작공장 투자 발표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는 김종현 LG에너지 사장의 모습.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잃은 것도 많지만 얻은 것도 있다"

713일.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마무리 짓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의혹을 제기했던 기간까지 합치면 총 3년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양사의 갈등이 지나친 '소모전'에 불과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LG에너지 측은 오히려 이번 소송을 통해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한 모습이다.

기업이 보유한 지식재산권(지재권)의 중요성을 알린 것에 이어 글로벌 배터리 업계에 'LG에너지를 만만히 보면 안 된다'라는 인식을 공고히 하는 등 위상을 높이는 데 톡톡히 효과를 봤기 때문이다.

LG에너지 관계자는 "이번 소송은 유독 길었다"라면서도 "긴 소송전으로 회사가 잃은 것도 있겠지만 얻은 것이 훨씬 많다"라고 말했다.

실제 LG에너지는 지난 12월을 기점으로 격화됐던 양사의 갈등에서 자사의 지재권을 거듭 강조하며 쉽사리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장승세 경영전략총괄 전무는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결정이 나온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LG에너지솔루션처럼 전기차 배터리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자들이 기술을 정당하게 보호받고 가치를 고객에게 적극 소구할 여건이 확인됐다"라고 말했다.

지난 3월 열린 콘퍼런스콜에서도 회사는 기술 가치 중요성에 대해 토로하며 양사가 상생을 위한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 배터리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가장 이상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지재권 보호를 향한 뚝심이 사실상 양사의 대승적 합의를 이끌어 낸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미시간 전기차 배터리 공장 생산 라인의 모습.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때문에 당분간 글로벌 배터리 업계에서 LG에너지를 상대로 특허와 관련된 지재권 분쟁을 일으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LG에너지는 자사 점유율을 따라 잡았거나 추격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과도 자사만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선의의 경쟁을 할 방침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2월 중국 CATL의 전기차 배터리 글로벌 점유율은 31.7%로 1위, LG에너지는 19.2%로 2위를 차지했다.

여기에 국내에서는 양사의 배터리 소송전을 계기로 기업의 지식재산 보호 방안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특허청은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 기본계획 수립 추진단' 출범을 출범시켰다.

추진단은 올해부터 기술·영업비밀 유출을 차단하고 데이터 무단사용 등 신유행 부정 행위를 근절하는 등 국내 기업의 지식재산을 체계적으로 보호할 예정이다.

김용래 특허청장은 "기본계획은 우리나라의 지식재산 보호 수준을 한층 높이기 위한 주춧돌을 놓는 작업"이라며 "각계 전문가 위원들의 정책 제언과 깊이 있는 논의를 통해 실효성 있는 기본계획을 수립하겠다"라고 말했다.

김 특허청장은 27일에도 지식재산권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강소기업을 방문하며 "기업 경쟁력의 원천은 지식재산"이라며 우수한 기술을 보호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갈등이 심화됐을 때 특허청이 이와 같은 대책을 마련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면서도 "이번 소송전을 계기로 정부 차원의 지재권 보호 기조가 강화된다면 국내 주요 산업이 기나긴 갈등으로 늪에 빠질 우려도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이 미국 오하이오주에 설립 중인 제1 배터리 공장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한편 LG에너지 관계자는 "이번 협상으로 타결된 2조원의 합의금 중 현금으로 받는 1조원은 앞으로 해외 투자 건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양사는 역대 영업비밀 침해 분쟁 중 최고 배상액인 2조원에 극적 타결하며 1조원은 현금, 나머지 1조원은 로열티 방식으로 지급하는 데 합의했다.

SK이노는 현금으로 지급하는 1조원을 올해부터 내년까지 2년간 5000억원씩 낼 계획이다.

이에 LG 측은 확보된 실탄으로 현재 진행하고 있는 해외 투자에 일부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투자 국가와 사업 명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앞서 LG에너지가 미국에서 2025년까지 5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 밝힌 것에 빗대어 볼 때, 미국 내 경쟁력을 확대하는 데 쓰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현재 LG에너지는 자동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설립한 합작법인 '얼티엄 셀즈'를 통해 미국 테네시주 스프링힐에 제2 합작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양사는 해당 사업에 총 2조7000억원을 투자해 2024년 상반기까지 35GWh(기가와트시) 이상의 생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창출되는 일자리는 1300여 개인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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