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울산 5공장·기아 광명 2공장 셧다운...투싼·넥쏘·스토닉 등 생산 차질 불가피
노조, 기본급 인상 등 담은 임단협 요구안 확정...업계 "노사가 갈등 아닌 지혜를 모아야 할 때"

현대차 울산공장 로고.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현대자동차·기아의 '5월 보릿고개'가 계속되고 있다.

전 세계에 도래한 반도체 기근으로 오늘(17일)부터 일부 생산라인의 가동을 중단한 가운데, 생산직 노조와의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까지 마주하면서 '첩첩산중'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울산 5공장과 기아 광명 2공장은 내일(18일)까지 반도체 수급 여파에 가동을 중단한다.

수개월간 계속됐던 부품 대란에도 특근 시행 중단과 생산량 조절 등으로 상황을 극복해왔던 기아도 사상 처음으로 공장 문을 닫게 됐다.

현대차의 울산 5공장 2라인은 투싼과 수소전기차 넥쏘를 생산하고, 기아 광명 2공장은 스토닉과 프라이드를 생산하는 곳이다.

여기에 현대차는 울산 3공장의 휴업을 18일 실시하는 내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은 아반떼뿐만 아니라 최근 인도의 국민차로 떠오른 베뉴를 생산하는 곳이다.

현대차는 이번 셧다운 조치가 에어백 컨트롤 관련 반도체 재고 부족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기아도 ACU(에어백 컨트롤 유닛)의 ASG센서의 공급 지연으로 공장을 멈추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차는 반도체 부족 사태에 잇따라 공장 가동을 중단해왔다.

지난달 12~13일과 19~20일에는 아산공장 휴업을, 이달 6~7일에는 포터 생산라인을 멈췄다. 아산공장은 쏘나타와 그랜저 등을 생산하는 곳이다.

여기에 코나와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를 생산하는 현대차 울산 1공장은 지난달 7일부터 14일까지 휴업 조치를 내렸다.

이러한 가운데 현대차·기아 노조는 올해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 이달 말 혹은 내달 초 중으로 사측과 상견례 자리를 가질 예정이다.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현대차 노조)와 기아 지부(기아 노조)는 최근 대의원 회의를 통해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했다.

먼저 현대차 노조는 금속 노조의 공동 요구안인 ▲기본급 9만9000원 인상 ▲당기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65세 정년 연장 ▲전동화 전환 시 기존 일자리 유지 등의 내용을 담았다.

기아 노조도 비슷한 내용과 함께 차세대 차종 개발·생산 국내 공장 우선 배치 등의 내용을 담은 요구안을 사측에 발송한 상태다.

지난 12일 울산 북구 현대차 문화회관에서 열린 현대차 임시 대의원대회의 모습. [사진=현대차 노조 제공]

때문에 업계에서는 현재 노조가 완성차 업체를 향해 다소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반도체 대란'이라는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개약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자동차 강자 현대차·기아가 자칫하면 노조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것이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지난 12일 열린 자동차 날 행사에서 "(반도체 부족 등의)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술 혁신이 매우 중요하나, 높은 인건비 부담 등으로 우리 기업들의 R&D(연구·개발) 여력이 글로벌 기업 대비 낮은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R&D 여력을 감안한 인건비 인상, 장기근속 위주 과잉 인력의 효과적 해소 그리고 높은 생산 유연성 확보에 특히 노사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완성차 기업들이 반도체 대란으로 생긴 공백을 틈타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도 위협 요인 중 하나라는 말도 나온다.

현재 중국 자동차 업계는 30년 가까이 자동차 시장에서 뚜렷한 두각을 내지 못했지만 최근 정부 차원의 기술 개발 지원 등을 통해 산업 재편 시기를 맞이한 상태다.

특히 니오와 BYD, 샤오펑 등 일부 완성차 기업들은 핵심 모델을 앞세우며 글로벌 실적 개선을 이끌고 있고, 일부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양산 능력을 대폭 향상시키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자동차 산업이 다른 국가에 비해 고비용 저효율 구조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라며 "회사 내 잦은 갈등보다는 노조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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