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택전리 회화나무 숲

대한민국에는 약 1만5000그루의 보호수가 있습니다.

마을에 오래 살아 마을 사람들의 삶과 함께 한 나무입니다. 느티나무, 은행나무, 소나무 등 여러 수종의 나무입니다. 이 나무에는 각자 스토리가 있습니다.

나무와 관련된 역사와 인물, 전설과 문화가 있습니다. 이게 바로 문화콘텐츠입니다.

나무라는 자연유산을 문화유산으로 승화시킨 예입니다.

뉴스퀘스트는 경상북도와 협의하여 경상북도의 보호수 중 대표적인 300그루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연재합니다. 5월 3일부터 매주 5회 연재를 시작합니다.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택전리 회화나무숲은 옥녀봉 전설의 연리목이 살아있는 ‘언약의 숲’이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뉴스퀘스트=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포항시 연일읍 택전리 597-2 주변의 택전리 회화나무숲은 회화나무 11그루와 팽나무, 느티나무 등 주변의 30여 그루 이상의 큰 나무들이 어우러져 숲길을 형성하고 있다.

동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주고 마을을 보호하는 방풍림이자 비보림이다.

봄여름에는 푸른 숲이 하늘을 다 가릴 정도여서 언제나 시원한 들바람이 불고, 가을 단풍도 아름다운 곳이다.

이곳은 택전리 마을사람들과 여행자들의 행복한 쉼터인데, 특히 애절한 옥녀봉 전설이 깃든 회화나무-느티나무 연리목이 있어 ‘언약의 숲’이라 부른다.

이 마을 뒷산 옥녀봉의 전설은 이렇다.

옛날 산 아랫마을에 옥녀라는 소녀가 병든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옥녀가 백방으로 약초를 구해 보살폈으나 차도가 없었다.

어느 날 옥녀가 산나물을 캐서 부조장터에 나가 약을 구하러 다녔다. 때마침 그곳에서 마음씨 좋은 젊은 상인을 만나 좋은 약을 구해서 어머니의 병이 낫게 되었다.

그때부터 옥녀와 상인은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 혼인까지 약속하고, 마을 숲에 그 증표로 나무 한 그루씩을 심었다.

신이 난 젊은 상인은 혼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고깃배를 타며 열심히 돈을 벌었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젊은 상인의 소식이 끊어졌다.

세월이 흘러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홀로 남은 옥녀는 부조장터를 돌며 젊은 상인에 대한 소식을 알아보았지만 그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옥녀는 매일같이 산봉우리에 올라가 형산강 하구를 바라보며 상인을 기다렸다.

어떤 사람은 상인이 변심했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풍랑을 만나 바다에 빠졌다고 했다.

마을 사람들은 안타까워하며 새 혼사를 권했지만, 옥녀는 일편단심 상인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기다림에 지친 그녀는 산봉우리에서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때부터 마을 사람들은 옥녀의 지극한 효심과 정절을 생각하며 이곳을 옥녀봉이라고 불렀다.

바로 그때부터 두 사람이 심은 나무가 자라면서 서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350년 전 사랑의 증표로 심은 그 느티나무와 회화나무가 서로를 기대며 줄기가 이어져 한 몸의 ‘연리지(連理枝)’가 된 것이다.

그것을 본 마을 사람들은 상인이 변심했던 것이 아니라 풍랑에 목숨을 잃었다가 하늘나라에서 옥녀를 만났다고 믿게 되었다고 한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택전리에는 매년 칠월칠석에 옥녀와 상인의 영혼뿐만이 아니라 이 마을에서 태어났거나 이 마을에서 살다 간 모든 이의 영혼이 이 연리지 앞에서 만난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또한 이러한 전설이 있는 연리지 앞에서 어떤 언약이나 다짐을 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하여 이 숲을 ‘언약의 숲’이라 부르게 되었다.

해마다 칠월칠석이면 이 연리지 앞은 전설을 듣고 찾아오는 청춘남녀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연리지 바로 앞에 이 마을 출신 시인이자 수필가인 이희복 시인의 '연리지'라는 시비(詩碑)가 서 있다.

얼마나 그리우면
긴 세월 하나 되었을까
마음이 하나여도
바람이 없건만
몸마저 하나 되니
그 사랑 가이없으리

나무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보면 나뭇가지가 서로 이어진 연리지가 아니라 줄기까지 이어진 연리목(連理木)임을 알 수 있다.

이 숲속 쉼터에는 큰 나무 의자 5~6개와 펑퍼짐한 바위들이 띄엄띄엄 놓여있어 좌석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도서 40여 권이 꽂혀 있는 작은 도서함이 있고 누구든지 책을 뽑아 읽을 수 있다. ‘숲속의 작은 행복 문고’다.

<포항 택전리 회화나무 숲>

·보호수 지정 번호 11-18-6
·보호수 지정 일자 1982. 10. 29.
·나무 종류 회화나무
·나이 380년
·나무 높이 16m
·둘레 3.6m
·소재지 포항시 연일읍 택전리 597-2
·위도 35.986945, 경도 129.330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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