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개국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15% 합의...연간 1500억달러 추가 세수 기대
바이든, 인프라 부양책 재원 마련에 다국적기업 조세회피 감시망까지 확보 가능
OECD 9개국·미 공화당 반대 등 과제 산적...WSJ "오랜 조세원칙 뒤집을지 주목"

지난 6월 24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초당파 의원들과 백악관에서 회동한 뒤 인프라 투자 예산 협상을 타결했다고 밝히는 모습.  [사진=AP/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조 바이든 대통령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일거양득'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취임 후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인프라 경기 부양책의 주요 재원을 마련함과 동시에 다국적 기업의 세금 회피를 막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다만 최저 법인세에 합의하지 않은 일부 OECD 국가와 미 공화당의 반대는 여전히 풀어야 할 난제인 만큼, 바이든이 두 토끼를 손아귀에 넣게 될지 주목된다.

◇ 인프라·조세회피 방지...바이든 정책 날갯짓 시작

1일(현지시간) OECD는 성명을 통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130개국이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을 15% 설정하는 합의안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또한 1000억달러(약 113조원) 이상의 이익을 내는 다국적기업에 대한 과세권을 매출이 발생하는 국가로 넘기기로 했다.

OECD는 이를 통해 연간 1500억달러(약 170조원) 상당의 추가 세수를 창출하고 기업의 조세 회피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합의안은 앞서 주요 7개국(G7) 회의에 참여한 각국의 재무장관들이 논의한 내용과 동일하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난항을 거듭해온 인프라 부양책의 재원을 마련하는 데 막바지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은 공화당과 민주당 내 일부 의원의 반대로 당초 2조2500억달러에 달하는 인프라 경기부양책의 규모를 1조2090달러(약 1134조원)로 낮췄고, 기업 대상 법인세율을 21%에서 28%로 인상하는 대안도 철회했다.

OECD의 최저 법인세율은 미 인프라 부양책의 핵심 재원이 될 전망이다. 앞서 바이든은 여야 초당파 의원들과 숨은 세수를 확보해 인프라 부양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임기 내 숙원 중 하나인 다국적기업의 조세 회피에 대한 끈도 조일 수 있게 됐다.

뉴욕타임스가 올해 공개한 포춘 500대기업 분석 자료에 따르면 나이키와 페덱스 등 미국 26개 기업은 지난 3년간 미국에 세금을 내지 않았다.

이처럼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은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의 기업을 인수·합병(M&A) 뒤 본사를 옮겨 세금을 회피하는 전략을 활용했다.

앞서 애플도 지난 2017년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로부터 버뮤다와 버진 아일랜드 등 타 지역에서 활동하며 납세액을 최대한 줄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바이든은 지난 4월 7일(현지시간) 연설을 통해 "기업들은 이제 케이맨 제도나 버뮤다에 소득을 숨길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은 지난 6월 5일(현지시간) 최저 법인세율을 정해 페이스북과 구글, 아마존, 애플 등 다국적 기업들의 조세회피를 차단하는 데 뜻을 모았다. [사진=AFP/연합뉴스]

◇ OECD 9개국의 반대·갈라진 미 의회 '변수'

다만 바이든이 실제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의 효과를 볼 때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OECD 139개 국가 중 이번 합의안에 동의하지 않은 헝가리와 아일랜드, 에스토니아 등 9개국의 반대가 우선 거론된다.

이들 국가는 그동안 낮은 세금으로 대기업을 유치해왔다.

특히 아일랜드는 법인세율을 서유럽에서 가장 낮은 12.5%로 유지하면서 유럽에 지사를 세우려는 기업들을 끌어모았다.

통상적으로 전 세계에 적용되는 OECD의 새 규칙은 유럽연합(EU) 회원국인 27개국이 모두 만장일치로 승인해야 적용할 수 있다.

여기에 공화당은 인프라 부양책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현 정치 상황을 '갈라진 의회'(divided Congress)라고 표현하며 공화당은 반대 기조를, 민주당은 경계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원 세입위원회의 공화당 간사 케빈 브래디 의원은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은) 우리의 경제를 훼손하고, 미국 세금의 기반을 박탈하는 위험한 경제적 항복이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WSJ는 합의안이 통과된다면 기업이 소재지에 물리적으로 존재할 시 과세 의무가 부과됐던 오랜 국제 조세의 원칙을 뒤집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OECD가 마련한 합의안은 다음 주 이탈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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