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종사자 5년 내 300만명 감소 예상...부품·조립공정 간소화 및 공장전환 영향
미국·유럽 노동조합 반발 지속...미래사업 투입 위해 정부·기업의 재교육 지원 촉구

제너럴모터스(GM)의 미 텍사스주 알링턴 조립공장에서 직원들이 차체 검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GM]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전 세계가 미래 자동차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내연기관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고용이 위태로워지고 있다.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부품과 인력이 내연기관에 비해 적어, 완성차 기업들이 잇따라 구조조정 조치를 취하거나 기존 공장을 전기차 설비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를 포함해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의 노동 단체들은 자동차 격변기 속 '일자리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정부·기업 차원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 커지는 몸집, 줄어드는 인력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전기차 시장은 2050년경 46조달러(5경2256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커지는 시장과 달리 전 세계 자동차 산업 종사자들은 줄어들고 있다.

앞서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현재 1100만여명의 자동차 종사자 중 300만명이 5년 내 실직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완성차 기업들은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미래 사업인 전기차의 부품과 조립공정이 내연기관보다 단순하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인건비 부담을 계속 짊어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독일 폭스바겐은 2030년 전기차 판매 비중을 전체의 5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와 함께 공장 직원을 최대 5000명까지 감원할 예정이다. 기존 공장도 전기차 배터리 설비로 재탄생한다.

미국 포드도 러시아와 프랑스, 영국 등 5개 공장을 폐쇄·매각하고 남은 공장의 근무방식을 조정해 생산인력 20%를 감축했다. 앞서 사무직 근로자 7000여명도 같은 이유로 실직했다.

이외 닛산자동차는 글로벌 공장에서 일하는 2만명 규모의 인력을 감축하고, 재규어·랜드로버는 영국공장 계약직 1000명 이상을 줄일 방침이다.

최근 고급차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도 2030년까지 전기차로 완전히 전환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전동화 과정에서 인력 감축은 불가피하다"라고 설명했다.

완성차 기업들은 전 세계 친환경 기조에 발맞춰 전기차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간 내연기관 분야에서 노하우를 쌓아온 노동자가 설 곳이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다.

폭스바겐은 전기차 전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존 내연기관 엔진 공장을 전기차 배터리 공장으로 바꾸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폭스바겐]

◇ 불안한 노동자들...정부·기업의 '결단' 촉구

때문에 자동차 산업에서 배제되고 있는 노동자들의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이들은 기업의 미래 사업에서 본인들의 역량과 노하우를 전환해 활용하는 방식으로 일자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의 노동조합들은 내연기관 부품 제조·조립 등과 관련된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들 것을 우려해 정부 차원의 보호가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있다.

최근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부품과 인력이 각각 30%씩 줄고 있다"라며 "전기차 전환이 수만 개의 일자리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WSJ가 인용한 제너럴모터스(GM) 엔진개발 분야에서 일한 40년 차 데이브 랜캐스터는 "(내연기관 부품) 엔진은 '최종 단계'를 맞이했다"라고 말했고, 포드사 조립현장에서 36년 일한 스티븐 팬케비치는 "우리는 유지보수 직원으로 전락했다"라고 우려했다.

자동차 강국인 독일의 최대 노동조합 IG메탈도 내연기관 공장 노동자가 배터리 및 기타 분야에서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고 기업이 재교육 프로그램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나왔다.

최근 현대자동차 노조는 올해 임금·단체협약의 세부사항을 논의하며 전동화 흐름에 고용 안정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사측은 일자리 유지 등을 담은 특별협약을 마련해 대응했다.

현대차는 지난 3월 첫 전용전기차 아이오닉5 생산을 앞두고 노사간 맨아워(공정 투입 작업자 수) 협상에 진통을 겪은 적도 있다.

WSJ는 "불확실한 운명이 자동차 종사자들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라며 "노동자들은 매일 회사가 더 이상 그들을 필요로 하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분위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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