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보, BTS·아이유 등 팬클럽 계정 정지..."한국 연예인 정화 대상 신호"

[AP/연합뉴스]

【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사이버 공간에 대한 중국 당국의 규제와 단속이 갈수록 확대되고 그 강도도 세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중국 당국이 대중문화를 통제하기 위한 고강도 규제 조치를 잇달아 발표하고 있지만 이미 중국의 젊은 세대들은 K팝을 비롯한 대중문화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어 이같은 통제가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중국이 최근 연예계와 팬덤 문화까지 단속 범위를 넓히면서 한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7일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웨이보는 전날 한국 연예인 팬클럽 계정 20여개를 30일 동안 정지시켰다.

이번 계정 정지 조치는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의 팬들이 거금을 모아 그의 사진으로 덮은 항공기를 띄운 일과 관련해 지민의 웨이보 계정에 대해 60일 정지 처분을 내린 지 불과 12시간 만에 벌어졌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웨이보가 차단한 계정에는 BTS의 다른 멤버인 RM·진·제이홉의 팬클럽 계정을 비롯해 그룹 블랙핑크의 로제·리사, 아이유, 엑소(EXO)의 팬클럽 계정 등이 포함됐다.

웨이보는 `비이성적으로 스타를 추종하고 응원하는 내용을 전파했다`며 계정 차단 조치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다만, 이들의 팬클럽 계정들이 SNS 상에서 어떠한 행위를 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즈(NYT)는 "웨이보의 조치는 중국 당국의 광범위한 연예계 단속을 배경으로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중국 공산당 중앙 인터넷 안전·정보화 위원회 판공실은 `무질서한 팬덤에 대한 관리 강화` 10대 방안을 발표하며 지나친 팬덤 문화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방안에는 연예인을 위한 모금 활동을 금지하는 항목을 비롯해 미성년자의 참여 금지, 연예인 팬클럽에 대한 관리 강화 등이 포함됐다.

특히 연예인 팬클럽끼리 온라인에서 욕을 하거나 유언비어를 퍼뜨리며 싸우는 것도 금지했다.

이에 따라 클럽 계정을 잘 관리하지 않는 온라인 플랫폼은 처벌받게 된다.

웨이보 역시 이러한 중국 당국의 규제를 의식해 계정 정지라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웨이보는 성명서를 통해 "팬 그룹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면 온라인 분위기가 `정화`될 것"이라며 "비합리적인 연예인 추종 행태에 대해 단호히 반대하고 진지하게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금지된 계정 대부분이 K팝 스타들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점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대중문화 산업을 향한 중국 정부의 규제가 한류 열기를 식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글로벌타임스 역시 한국 아이돌 팬덤에 대한 규제가 K팝 산업에 추가 타격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조치가 '한국인 위주로 구성된 해외 연예인이 `정화` 대상이 되는 신호'라는 것이 글로벌타임스의 설명이다.

실제로 글로벌타임스는 한국 문화 산업이 앨범, 아이돌 굿즈 등을 더 많이 판매하기 위해 중국 팬클럽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의 BTS팬은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한국 팬들은 누가 `오빠를 위해 더 많이 쓰냐`를 두고 경쟁한다"며 "팬 그룹 리더들은 팬들이 앨범, 패션 잡지, 생일 축하 기금 마련에 더 많은 돈을 쓰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부추긴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규제가 근본적인 팬클럽 활동을 억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NYT는 "당국의 검열과 단속을 피하고자 많은 사람이 계좌에서 `팬클럽`이라는 단어를 삭제하는 등 모금 운동을 감추고 있다"면서 "중국인들은 웨이보가 아닌 팬클럽 또는 팬 펀딩 등 브랜드를 바꾸며 지원 방법을 계속해서 찾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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