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 테크 콘퍼런스 ‘NEMO 2022’ 현장
미래 자율주행차 LG옴니팟 전시...엔터·메타버스 결합해 눈길
최우선 가치는 안전...오로라 CEO "다양한 시뮬레이션 필요"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테크 콘퍼런스 ‘넥스트 모빌리티: 네모(NEMO) 2022’ 현장. LG의 미래 자율주행차 콘셉트 모델 ‘LG 옴니팟’이 전시돼 있다. 차량 안쪽 화면에는 탑승자의 수면 환경을 조성해주고 있는 가상인간 래아가 나오고 있다. [뉴스퀘스트]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자동차가 자율주행 모드로 전환한다. 운전자는 조수석에 앉은 친구에게 고개를 돌리고 대화를 나눈다. 목적지에 도착할 때쯤 운전자는 다시 핸들을 잡는다. "(운전할) 준비가 되었나요?"라는 질문에 "응"이라고 대답하자 자율주행 모드는 자동으로 해제된다.

미국 할리우드 배우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출연한 영화 <6번째 날>(2000년)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자동차의 미래 기술을 예견한 이 영화의 장르는 '공상 과학'이다.

22년이 지난 지금, 이 장면은 더 이상 픽션이라고 말하기 어려워졌다. 자율주행 개발 속도가 빨라지면서 자율주행 기술은 우리 일상에 조금씩 스며들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기업들이 그리는 자율주행차의 미래상은 '작은 집'으로 요약할 수 있다. 탑승자의 필요에 따라 때로는 사무실, 때로는 영화관으로 변신하는 나만의 공간을 실현한다는 구상이다.

10일 열린 카카오모빌리티의 첫 테크 콘퍼런스 '넥스트 모빌리티: 네모(NEMO) 2022'에서는 이들이 꿈꾸는 자동차의 미래상이 담겼다. 자동차가 단순 이동수단이라는 공식은 일찍이 깨진 분위기였다.

LG 옴니팟은 차량을 집의 새로운 확장 공간으로 재해석해 설계된 미래형 모빌리티 모델이다. 사진은 10일 NEMO 2022에 전시된 LG 옴니팟의 모습. [뉴스퀘스트·연합뉴스]

◇ 캠핑·쇼핑·운동...모든 것이 가능한 만능 자동차

이번 콘퍼런스에서 방문객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은 LG가 선보인 자율주행 콘셉트카 '옴니팟'(OMNIPOD)의 실물 전시 공간이었다.

옴니팟은 차량이 집의 새로운 확장 공간이라는 전제하에 설계된 미래 자율주행차 모델로, LG의 디스플레이·인공지능(AI)·버추얼 휴먼·메타버스·가전·카메라 기술이 대거 탑재됐다.

이날 박일평 LG사이언스파크 대표는 "전기차 발전과 함께 모빌리티의 미래를 바꾸는 것은 자율주행, 커넥티드 카다"라며 "옴니팟은 자동차가 아니라 이동 기능을 갖춘 또 다른 집"이라고 설명했다.

옴니팟의 실내 면적은 약 3.5평이며, 높이는 성인 남성이 허리를 굽히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수준이다.

출입문은 현재 양산되는 차와 달리 업무 공간과 방을 드나들 듯 한 개로 통일됐고, 아래서 위쪽으로 열려 캠핑카를 연상시킨다. 내부에는 스타일러와 홈 바 등 LG의 핵심 가전제품들이 장착됐다.

이곳에서 탑승자는 AI에게 운전을 맡기고 업무와 운동, 취식, 캠핑, 영화 감상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다. 차량 내에서 실제 쇼핑을 즐길 수 있는 메타버스 기술도 적용됐다.

탑승자는 이 모든 과정에서 LG의 가상인간이자 AI 어시스턴트인 '래아'와 음성으로 소통하고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옆면 스크린 속 래아를 호출해 운동·수면 등 차량 내부의 모드를 바꿀 수도 있다. 탑승자가 "래아야, (잠에서) 깨워줘" 등의 명령을 내리면 화면이 일상 모드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박 대표는 "자율주행은 운전자의 관점에서 볼 때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경험 그 자체가 완전히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절약하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어떤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느냐가 모빌리티 서비스를 주도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카오모빌리티 또한 자체 기술로 완성한 자율주행차를 전시했다.

차량에는 20여개의 라이다와 레이다 센서, 카메라가 탑재돼 복잡한 도심 환경 속에서도 주행이 가능하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미래에는 사물과 서비스의 이동을 통해 불필요한 이동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자율주행 기술로 차량을 보다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혁신해 이동 경험의 질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자체 기술 자율주행 차량(위쪽). 아래는 10일 기조연설에 나선 크리스 엄슨 오로라 최고경영자(CEO)의 모습. 엄슨 CEO는 자율주행차 상용화 시기가 근접한 가운데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NEMO 온라인 영상 갈무리]

◇ 자유로운 이동의 중심에 '안전' 있어야

이날 콘퍼런스에서 삼성전자와 GS리테일, 우아한형제들, 번개장터, 오토머스에이투지, 토르드라이브 등 여러 기업 관계자들은 미래 모빌리티 기술에 대한 비전과 적용 가능 사례를 공유했다.

그 가운데 안전은 최우선 가치로 꼽히는 분위기였다.

크리스 엄슨 오로라 최고경영자(CEO)는 패널 토론에서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거의 근접해 있고, 엄청난 기회가 눈 앞에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지난 수년 동안 문제 해결 방식을 찾고 있는데, 이 모든 문제는 단번에 없어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오로라는 자율주행 어벤저스라고 불리는 구글·테슬라·우버의 관계자들이 모여 창립한 기업이다. 현대차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받는 등 글로벌 자율주행 기업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현재 여러 자동차 업체들은 자율주행 기술을 도입해 운전자의 자유로운 이동을 현실화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완전'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시기상조이고, 여전히 사람의 개입이 필요한 수준이다.

대표적으로 미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오토파일럿 사고로 수차례 곤욕을 치러야 했다. 올해에도 완전자율주행(FSD) 소프트웨어 문제로 5만4000여대를 리콜했다.

때문에 LG 옴니팟과 같은 공간에서 실제 자유로운 활동을 할 수 있기 까지는 여러 시행착오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엄슨 CEO는 "다양한 시뮬레이션(모의실험)이 필요하다"라며 "수십 년 동안 센서와 머신러닝, AI 등에 많은 고도화가 있었는데, 이를 자율주행 기술로 수렴시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율주행과 같은) 변화가 전 세계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고려해 안전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오로라의 경우 매일 500만 건에 달하는 시뮬레이션을 수행하고 있다. 중앙처리장치(CPU) 등 60억 마일에 달하는 주행거리를 시연하는 게 대표적이다.

한편 자동차와 전장 등 다양한 산업이 자율주행 시장에 뛰어든 만큼, 미래 모빌리티 개발 속도 또한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승일 카카오모빌리티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현재 모빌리티 생태계는 그 어느 때보다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라며 "기존 모빌리티 서비스에서는 점과 점을 잇는 선의 연결이 핵심이었다면, 앞으로는 공간을 보다 입체적으로 연결해 사람, 물건, 서비스, 이동수단, 장소, 로봇 등 모든 것을 연결하는 창구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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