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작업 사흘째 계속..."이상기후에 적설량 줄며 건조 현상 심화"

경북 울진군에서 발생한 산불이 6일로 사흘째를 맞았지만 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울진삼척 산불 현장. [녹색연합]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이 사흘째 꺼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기후위기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왔다.

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울진 산불이 영향을 미친 구역은 1만4222ha으로, 서울 여의도 면적의 49배가 수준이다.

현재 진화인력 5000여명과 헬기 50여대가 투입된 상황. 자욱한 연기와 송전탑과 같은 장애물이 있어 불길을 잡기가 더욱 까다로운 것으로 전해진다.

유독 불의 진행 속도가 빠른 이번 사태를 두고 일각에서는 기후위기 영향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녹색연합은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에 적설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라며 "울진만 하더라도 과거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거의 눈이 내리지 않았고, 울진군 북면을 비롯해 인근 금강송면 그리고 산림이 붙어 있는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과 가곡면에도 눈이 내리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울진 삼척 산불은 기후위기 재난"이라며 "겨울 건조는 이제 한반도 겨울의 일상"이라고 강조했다.

유례없는 이상 기후에 건조 현상이 심화되면서 산불 규모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실제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1~2월 강수량은 6.1mm로, 1973년 이후 가장 적은 양을 기록했다. 평년(52.0mm)과 비교해 한참 못 미치는 양이다.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산불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올해(3월 1일 기준) 발생한 크고 작은 산불은 총 227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126건, 2020년 71건을 뛰어넘은 수준이다. 대형 산불도 2건 발생했다.

지난달에는 경남 합천군 율곡면에서 시작해 고령군 쌍림면까지 확산한 산불로 축구장 950개와 맞먹는 규모의 숲이 사라지기도 했다.

'산불 기상지수'(온도와 습도를 고려해 산불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 지수)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국림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온도가 1.5℃ 증가하면 산불 기상지수는 8.6% 상승하고, 2.0℃가 증가하면 13.5% 상승한다.

5일 산불 피해를 입은 경북 울진군 울진읍 온정2리 한 사찰의 모습. [연합뉴스]

대형산불의 일상화를 막기 위해 국가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녹색연합은 "정부의 산불 진화 역량으로 감당하기 버거운 기상 상황이 펼쳐지고 있고, 산불의 진화 체계와 장비를 고도화해도 대자연의 경고인 기후위기의 힘을 감당하기 쉽지가 않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적 재난이 된 산불대응은 이제 기후위기 적응 차원의 대책으로 개선하며, 진화와 더불어 예방 대책 또한 강화되어야 한다"라며 "기후변화로 우리나라 산불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호주와 미국의 대형 산불은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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