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자동차·기계업 여성 비중 10% 미만...유통·금융은 절반 수준
여성 평균연봉 남성보다 높은 사례 없어...특히 건설업서 격차 심해

국내 대기업의 전체 고용 인원 중 여성 직원의 비율은 24% 수준이다. 사진은 서초구 삼성 사옥의 모습. 삼성전자는 단일 기업 중 여직원 수가 2만8408명으로 가장 많은 곳으로 꼽혔다. [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의 남녀 고용 불균형이 여전히 심하다는 조사가 나왔다.

직원 100명 중 남성 직원이 76명인 반면 여성 직원의 수는 24명 수준이었고, 여성 직원이 받는 평균 보수도 남성 대비 70%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기업분석 전문업체 한국CXO연구소는 오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해 '주요 대기업의 업종별 남녀 직원 수 및 평균 급여'를 비교 분석해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은 주요 15개 업종별 매출 상위 10위권에 포함되는 대기업 150곳이다. 조사에 필요한 직원 수와 평균 급여 등은 2020년 사업보고서를 기초 자료로 삼았다.

그 결과 150개 대기업의 2020년 기준 전체 직원 수는 83만1096명으로 이중 남성은 63만1424명, 여성은 19만9672명이었다. 여성 직원의 비율이 4명 중 1명에 그친 셈이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업종별 편차'다.

유통 업종의 경우 여성 직원의 비중은 53.9%에 달했다. 유통 업종은 여성 직원(3만9839명)이 남성 직원(3만4092명)보다 5700명 이상 많았다.

금융업 또한 49.2%로 여성 직원 비중이 절반 수준이었다. 이어 식품(43.5%), 운수(34.1%), 섬유(32.5%), 제약(30%) 순으로 여성의 비율이 30% 이상을 차지했다.

반면 철강업의 경우 여성 직원은 4.7% 수준에 그쳤다. 조사 대상 철강 기업 중 매출 상위 10개 기업의 2020년 전체 직원 수는 4만1209명, 이중 여성의 수는 1952명이었다.

이어 자동차(5.5%)와 기계(6.1%) 업종도 10% 미만을 보였으며 건설(11.2%), 가스(12.7%), 전기(16.9%) 순으로 여성 인력 비중이 10%대 수준을 기록했다.

기업별로 떼고 봐도 상황은 비슷했다.

남성 직원보다 여성 직원의 비중이 절반이 넘는 곳은 150곳 중 14곳으로, 롯데쇼핑이 선두를 달렸다. 이 회사의 2020년 기준 전체 직원은 2만2791명인데, 이중 여성 인력은 1만5439명으로 67.7%를 차지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전체 직원 5830명 중 여성이 3903명을 기록하며 2위에 올랐고, 식품업체 동원F&B(63.4%)와 오뚜기(63.2%), 이마트(62.5%), 메리츠화재(61.6%) 등도 여직원 비중이 60%대로 비교적 높은 편에 속했다.

반면 여성 직원 비중이 5% 미만인 곳은 15곳에 달했다.

이 중에서 자동차 업체에 속하는 성우하이텍은 전체 직원 1706명 중 여성은 47명(2.75%)에 그쳤다. 이번 조사 대상 업체 중 여성 인력의 비중이 가장 낮았다.

이어 한온시스템(2.78%), 현대위아(2.88%), 세아베스틸(3.29%), 현대제철(3.51%), 기아(3.83%), 대동공업(3.96%) 등 또한 여성 인력 비중이 적었다.

한편 조사 대상 중 여성 직원의 수가 1만 명이 넘는 기업은 총 네 곳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는 단일 기업 중 여성 직원의 수가 2만8408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이마트(1만5760명)과 롯데쇼핑(1만5439명), SK하이닉스(1만305명) 등이 그 뒤를 따랐다.

 [한국CXO연구소]

남녀 직원 간 임금 격차도 컸다.

이번 조사 대상 150개 대기업의 2020년 기준 남성 직원의 평균 급여는 7970만원이었다. 같은 기간 여성 직원은 5420만원으로, 남직원의 68%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업종별로 살펴봤을 때, 카카오·네이버 등이 포함된 정보통신업의 여성 평균 연봉이 752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금융(7420만원), 자동차(6120만원), 제약(5800만원), 가스(5780만원), 전자(5710만원), 석유화학(5690만원), 전기(5370만원), 기계(5220만원) 순으로 5000만원을 상회했다.

여성 직원 연봉이 8000만원 이상 되는 곳은 8곳이었다.

가장 높은 곳은 삼성전자(9772만원)였으며, 그 다음으로 NH투자증권(9752만원), 미래에셋증권(9219만원), 네이버(9113만원) 순으로 평균 급여가 높았다.

이외 메리츠증권(8832만원), SK텔레콤(8600만원), 삼성SDS(8300만원), 삼성생명(8100만원) 등은 여성 직원에게 평균 연봉 8000만원대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15개 업종의 남녀별 평균 급여를 비교해봤을 때 여성 직원의 연봉이 남성 직원의 연봉보다 앞선 곳은 한 곳도 없었다.

그나마 섬유 업종의 여성 직원 보수는 4270만원으로 남성(4820만원)의 88.6%를 기록하며 격차가 적은 편에 속했다.

자동차 업종은 남성(7930만원) 대비 여성(6120만원)의 직원 보수가 77.2% 수준이었으며, 이외 제약(77.1%), 전기(74%), 정보통신(73.4%), 전자(73.2%) 업종이 뒤를 따랐다.

건설 업종의 경우 남성 직원이 8060만원을 받을 때 여성 직원은 4630만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계산됐다. 여성 직원의 연봉이 남성의 57.4%에 그치며 타업종에 비해 격차가 컸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향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더욱 강화되면 다양성 항목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라며 "기존에 여성 인력이 적은 업종도 단계적으로 비율을 높여 나가고 남녀별 연봉 차이도 조금씩 좁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