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매출比 인건비율 24.3%로 커져...엔씨소프트·네이버도 1~3%p↑
코로나19 여파에 중저가 항공사 인건비율도 급증...제주항공·진에어 타격

국내 IT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상승하는 가운데, 카카오의 매출 대비 인건비율이 1년 만에 7%포인트(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IT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상승하는 가운데, 카카오의 매출 대비 인건비율이 1년 만에 7%포인트(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제주시 첨단과학단지 카카오 본사.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인재 모시기'가 치열해진 가운데, 이들의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카카오의 매출 대비 인건비율은 1년 만에 8%포인트(p) 가까이 높아지며 인건비 부담이 눈에 띄게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엔씨소프트와 네이버 등 다른 IT 기업도 마찬가지였다.

IT업종의 인건비 급상승은 여타 업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주목된다.

4일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는 '2019년~2021년 3개년 국내 주요 대기업 110곳의 매출 대비 인건비 비율 변동'을 분석해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 기업은 주요 11개 제조 및 서비스 관련 업종에서 매출 상위 10위권에 있는 대기업이다. 매출은 개별 재무제표를, 인건비는 각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참고해 집계했다.

그 결과 110개 대기업의 인건비율은 2019년 7.5%에서 2020년 7.6%로 높아졌다가, 2021년 7.2%로 낮아졌다.

인건비 규모가 최근 1년새 14.1%(60조원대→69조원대) 오를 때 매출 덩치가 20.8%(800조원대→977조원대) 가량 성장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에도 불구하고 110개 기업 중 44곳은 2020년보다 지난해 인건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1년 만에 인건비율이 1%p 이상 증가한 곳은 총 12곳이었는데, 국내 IT 대표 업체 카카오가 가장 먼저 이름을 올렸다.

카카오의 2019년과 2020년 인건비율은 각각 14.6%, 16.4% 수준이었는데, 지난해 24.3%를 기록하며 20%대를 넘겼다.

인건비율이 1년 새 7.9%p 높아져 이번 조사 대상 기업 중 상승폭이 가장 컸다. 카카오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20% 미만 수준의 인건비율을 유지해왔다.

IT 업종에 속한 다른 기업들의 상황도 비슷했다.

2020년 대비 지난해 인건비율을 비교 분석한 결과 엔씨소프트 3.1%p (19.9%→23%), 삼성SDS 2.7%p (26.9%→29.6%), 네이버 1.8%p (9.3%→11.1%), SK텔레콤 1.5%p (5.7%→7.2%), 현대오토에버 1.3%p (15%→16.3%) 순으로 상승폭이 컸다.

최근 IT 기업들이 치열하게 '인력 채용' 경쟁에 나선 게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산업의 판도가 IT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해당 분야의 인력 수요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공급은 여전히 낮아, 기업의 입장에서는 더 많은 돈을 주더라도 인재를 확보하는 게 중요해진 상황이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지난해 국내 IT 업체들은 전반적으로 매출 외형 성장보다는 인건비 상승 속도가 더 높아 이에 대한 경영 부담감이 커졌다"라며 "향후 매출 증가 속도가 더디다고 판단할 경우, 급여 수준을 작년보다 다소 낮추거나 경우에 따라 일부 인력을 줄이는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커졌다"라고 말했다.

[자료=한국CXO연구소]

업종별로 살펴봐도 지난해 기준 IT 업체의 인건비율이 11.8%로 가장 높았다. 2019년(10.2%), 2020년(10.4%)보다 높은 기록이다.

이어 자동차(9%), 식품(8.8%), 기계(8.7%), 전자(8.4%), 건설(5.7%) 순으로 인건비율이 5%를 넘어섰다.

이와 달리 유통·상사 업종은 3.6%로 가장 낮았다. 석유화학(4.7%)과 운송(4.4%) 업종도 작년 인건비율이 5% 미만 수준을 보였다.

중저가 항공사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적이 쪼그라들면서 인건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대표적으로 제주항공의 지난 한 해 인건비율은 41.2% 수준이었다. 카카오에 이어 2020년 대비 상승폭(4.0%p)이 높았다.

진에어의 지난해 인건비율도 37.8%로 40%에 육박했다. 제주항공과 진에어의 인건비율은 2019년만 해도 각각 13.2%, 11.7% 수준이었다.

한편 조사 범위를 국내 4대 기업으로 좁혀봤을 때, 인건비율 변동 현황은 기업별로 다소간 차이를 보였다.

2020년 대비 지난해 현대자동차와 SK하이닉스, LG전자의 인건비율은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삼성전자만 유일하게 미세한 증가세를 보였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2018년 인건비율 6.9% 수준을 기록했는데, 이후 2019년(7.06%), 2020년(7.92%), 2021년(7.93%) 순으로 오름세를 보였다.

현대차는 지난 2016년 15.2%로 최고 정점을 찍은 이후 인건비 비중을 줄여나가 지난해 12% 초반대로 떨어졌다. 최근 10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매출에 따라 인건비율이 롤러코스터를 탔다.

최근 10년 중 지난 2019년에는 인건비율이 12.7%까지 상승했지만, 2017년에는 6.4%로 큰 차이를 보였다. 작년은 8% 수준을 유지했다.

LG전자는 2017년까지 10% 미만 수준의 인건비율을 보였는데, 2019년부터 13%대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