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에 보험사 지급 여력 급감... 증권업계도 수익성 하락
은행업계만 호실적 이어가

보험. [사진=연합뉴스]
보험.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남지연 기자】 올해 들어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보험업계 전반의 지급여력(RBC) 비율이 하락하며 보험사 실적에 경고음이 켜졌다.

올해 1분기 금리 상승에 따른 보유채권의 평가 손실이 보험업계 전반의 RBC 비율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업체별 대응 여력에 따라 충격 흡수 능력에서 양극화 요인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3월 말 RBC 비율을 공시한 15개 생명보험사의 평균 RBC 비율은 179.7%로 3개월 전(222.3%)보다 42.6%포인트(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해보험사 10곳의 평균 RBC 비율도 181.3%로 3개월 전(201.3%) 떨어졌다.

RBC 비율은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 대비 보험사가 쌓아둔 돈을 뜻하는 것으로, 보험회사의 자본 적정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평가된다.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고, 보험업감독규정은 100% 이상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회사별로 DGB생명(84.5%), 농협생명(131.5%), DB생명보험(139.1%), 한화손해보험(122.8%), 흥국화재(146.7%) 등 5개사의 RBC 비율이 금융당국의 권고 기준인 150%를 하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도 시장 금리 상승 기조가 이어짐에 따라 2분기에도 보험사들의 RBC 비율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가운데 보험사별 자본확충 수준, 자산 구성 등에 따라 RBC 비율 편차도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푸르덴셜생명(280.7%), 신한라이프(256.3%), 삼성생명(246.1%), 교보생명(205.05%), 삼성화재(271.8%) 등 5개사는 RBC 비율을 200% 이상의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DGB생명은 RBC 비율이 작년 말 대비 139.1%p, NH농협생명은 79.0%p 급락하며 타사 대비 하락 폭이 커 금리변동 환경에 더 영향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자본 건전성 악화로 부실금융기관으로 전락할 뻔한 보험사 사례도 있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말 기준 RBC비율이 88.28%에 불과했던 MG손해보험을 지난 4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한 바 있다.

다만, 법원이 MG손해보험 최대주주인 사모투자펀드 JC파트너스의 손을 들어주며 부실금융기관 지정 효력이 정지됐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보유 건물을 매각하는 등의 방식으로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손해보험은 지난해 천안, 제주 부산 빌딩을 매각한 데 이어 올해에도 서울 합정빌딩, 경기 구리빌딩, 수원빌딩, 대구빌딩, 경북 구미빌딩을 매각해 총 5000억원을 확보한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보험사들의 RBC 비율을 개선하기 위해 금융 리스크 영향에 대한 수시 점검 주기를 당기고 모니터링을 다각화하고 있다.

또한, 금융당국은 증자나 후순위채 발행,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을 통해 충분한 손실 흡수능력을 확충하라고 금융사들에 적극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김소용 부위원장은 지난 18일 금융리스크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복합적인 위기에 적시 대응할 수 있도록 금융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면서 “금융사 잠재 리스크와 가계·기업 등 실물부문 리스크까지 점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당국 금융리스크 점검 강화. [사진=연합뉴스]
당국 금융리스크 점검 강화. [사진=연합뉴스]

◇ 증권업계도 금리 인상에 영향... 건전성 양극화 심화

금리 인상의 여파는 증권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금리 인상 속 증권사 위험성향 변화 전망과 모니터링 요인 보고서에서 금리 인상이 증권사의 수익성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예일 선임연구원은 최근 미국의 빅스텝 등 금리 변동폭이 크게 확대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2022년 상반기 채권 운용 손실은 예상보다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김 선임연구원은 "최근 2년간 자본 대비 채무보증의 양적 부담은 대형사는 축소됐으나 중소형사는 확대됐다"고 밝혔다.

이어 "채무보증의 질적 부담도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과거 대비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자본 규모 3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는 채무보증 규모를 일정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판단됐다.

이에 반해, 중소형 증권사는 일부를 제외하면 채무보증 위험노출액이 자본 규모 증가 대비 빠르게 늘었다고 김 연구원은 설명했다.

◇ 은행업계는 금리 인상에 호황

은행업계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은행은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가 올라가 이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금리 인상에 더불어 가계대출 역시 증가하며 은행업계는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고 있다.

KB금융과 신한 금융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4조 원을 넘어서며 4조클럽에 가입했으며, 하나금융의 경우 순이익 3조5000억원가량을 넘어섰다. 이는 전년 대비 33.7% 증가한 규모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금리 상승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가정하면 다른 업종보다 은행주가 편안한 섹터일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또한 최 연구원은 "3월 말부터 금리가 급등했다”며 "5~6월에도 순이자마진(NIM) 상승이 예상돼 2분기 은행 NIM 상승폭은 1분기보다 클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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