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우리,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하나금융도 1조7000억대 당기순이익
정부 금리 인상 억제 방침 및 증시 불황 등 경기 침제 장기화에 하반기 실적 전망 우울

【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KB, 신한, 하나, 우리 등 국내 4대 금융지주사들의 역대급 실적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발표한 상반기 실적을 보면 대부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KB금융그룹은 올 상반기 전년동기 대비 11.4%(2823억원) 증가한 2조756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반기 최대 실적으로 리딩금융 자리를 지켰고, 신한금융도 역대 분기 최대인 2조7208억원의 당기순이익으로 2위를 기록했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도 각각 1조7614억원(분기 최대)과 1조727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호실적을 이어갔다.

4대금융지주의 상반기 당기순이익 총 합은 8조9662억원으로 9조원에 근접했다.

이처럼 금융지주사들의 호실적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웃지 못하는 실정이다.

공공적 성격이 강한 금융지주사들이 서민들을 상대로 이자 장사를 해 '제 배를 불리고 있다'는 비판 때문이다.

이와 관련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금융지주사들이 운영하고 있는 은행들을 향한 금리 인하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금리 인상 자제를 요구하면서 은행들은 난처한 입장에 처해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4일 서울 중구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주재한 제2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물가상승 억제를 위한 기준금리 인상이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취약계층 채무부담이 증가하고 있다"며 "금리 인상은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지만, 그 부담이 사회적 약자에게 전가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20일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금리 상승기에는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금리 인상을 최대한 자제해달라는 요구다.

하지만 최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한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이른바 '빅스텝'을 단행하는 등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기준금리가 인상된다는 것은 시장에서의 리스크가 증가했다는 것으로, 은행들이 그 만큼의 대출금리를 인상하지 않는다면 해당 리스크를 떠 안게 된다.

금융지주사는 증권시장에 상장된 회사들로 실적이 악화되면 주가하락으로 주주들에게 불이익을 주게 돼 그로 인한 비판을 받아야만 한다.

여기에 금융지주사들은 최근 계속된 경제불황으로 주식 및 금융시장의 불안이 이어지며서 하반기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어 불안한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KB, 신한 등 대부분 금융지주사들은 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들의 하반기 실적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우선 증권사들의 실적 악화는 현실화되고 있다.

KB증권의 경우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전년동기보다 51.4% 급감한 1820억원을 기록했고, 신한금융투자와 하나증권도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1.4%, 46% 감소한 1891억원과 1383억원을 기록했다.

또한 카드·보험사들의 실적도 부정적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그 동안 실적이 좋았던 은행들도 가계대출 감소와 은행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의 금리 격차) 축소 압박 등으로 하반기에는 상반기만큼의 실적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지주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공적 기능을 강화하라고 계속 압박하는 상황에서 사상 최대 실적에 대한 부담감도 크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금융지주의 상반기 성적표는 좋을 것으로 보이지만 하반기에는 대내외 불안 요인들의 부정적 영향이 상반기보다 더 커질 수 있다"며 "오는 9월 코로나19 관련 금융지원이 종료되는 점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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