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美, 중국 메모리칩 생산 기업에 장비수출 제한 검토"...韓, 타격 예상

SK하이닉스 메모리반도체 [로이터=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미국이 '반도체 장비'의 수출 제한까지 검토한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미·중 반도체 전선'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같은 국내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정통한 업계 소식통 네 명을 인용하며 "미국이 YMTC 등 중국에서 메모리칩을 생산하는 기업에 제조 장비 수출을 제한하는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이러한 조치를 추진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 각각 낸드플래시와 반도체 후공정 공장을, SK하이닉스는 우시와 충칭에 각각 D램과 후공정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이 수출 제한을 고려하는 배경에는 중국을 견제하는 동시에 자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큰 미국 기업으로는 웨스턴디지털·마이크론 등이 언급됐다.

로이터는 128단 이상의 낸드 칩을 만드는 데 쓰이는 장비의 중국 수출이 금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장비의 주 공급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램리서치와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다.

미국이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중국을 압도할 핵심 카드로 반도체 장비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소식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반도체 우위를 점하기 위해 '첨단장비 강국'이라는 무기를 꺼내든 것이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미 상무부가 자국 내 반도체 장비 업체들에게 14나노미터(nm·1억분의 1m) 공정보다 미세한 제조기술이 적용된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말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반도체 제조 장비업체들 사이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램리서치의 팀 아처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콘퍼런스 콜에서 "정부의 수출 제한 조치가 확대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고, 또 다른 주요 업체인 KLA의 릭 윌러스 CEO도 정부로부터 같은 내용의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은 중국의 대표 반도체 업체인 SMIC에 대해서도 10나노 이하 반도체 장비를 허가 없이 수출할 수 없도록 제한하기도 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워싱턴에서 '반도체 및 과학법'에 서명하고 있다. 이 법안은 미국의 반도체 기술력을 강화학 위해 시설 건립과 연구·개발에 자금을 투입하고, 자국 내 공장을 짓는 기업에게 세액 공제를 지원하는 게 골자다.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로이터는 미국이 검토하고 있는 이번 장비 수출 제한이 어떤 경로를 통해 진행되고 있는지 명시하지 않았다.

현재 미국은 중국 반도체 기업을 겨냥한 조처로 ▲미 국방부가 반도체 제품의 최종 사용자가 중국군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제조 기업을 명단에 올려 상무부가 수출 통제에 나서는 방법 ▲상무부 주도로 장비 수출 금지 등 일반적 수출통제 방안을 수립하는 방법 등을 활용하고 있다.

두 번째 방법의 경우 한국을 비롯해 중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모든 기업에 적용될 수 있다.

현재 미국이 일본과 네덜란드 등 반도체 장비 제조국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수출 제한에 대한 최종 방안이 나올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