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수 목사(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 연구교수) / 인권연대 운영위원아감벤의 책 『호모 사케르』는 읽기 쉽지 않지만 요새 같은 시국에 느끼는 바도 적잖이 준다. ‘호모 사케르’란 무엇인가. 우리말로 정확히 번역하기는 힘들다. 라틴어 ‘사케르(sacer)’에는 ‘신에게 바친’, ‘신성한’, ‘축성한’, ‘엄숙한’ 등의 의미가 있는가 하면, ‘저주할’, ‘가증스러운’, ‘저주받은’, ‘흉악한’, ‘금지된’ 등의 상반되는 의미도 동시에 지닌다. 이 상반되는 의미를 적절히 엮으면 ‘가까이 할 수 없는’, ‘범접하기 힘든’ 등의 우리말 번역 정도는 가능할 것이다. ‘사케르’는 어떻게 해서 모순되는 의미를 동시에 지니게 되었을까.아감벤은 고대 로마법에 등장하는 ‘호모 사케르’의 논리와 의미를 따라가며, 근대 권력의 본질 내지 폭력의 구조를 읽어내려고 한다. 요지를 풀어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3세기경의 라틴어 문법학자인 페스투스(Sextus Pompeius Festus)는 ‘호모 사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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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수 교수
2014.06.20 09: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