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 지원 활동에 따른 통계적 오류에 대한 불만 여전
예대마진 차이 줄이기 위해 예금이자 올라가면 ‘부자’들에게 더 이득
일률적 순위 매기기보다 은행별 서민 지원 프로그램 만드는 게 효과적

시중은행 대출 관련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시중은행 대출 관련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지난 8월부터 시행된 '예대금리차 비교공시' 제도가 초기부터 각종 논란을 빚고 있다.

과도한 대출 이자와 예금 이자의 차이에 따른 은행들의 ‘이자 장사’를 막기 위해 전면 도입됐지만, 실제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혜택이 얼마나 되겠냐는 지적이다.

심지어 매달 예대금리차가 공시되면서 예금 이자가 올라가면 생활고를 겪고 있는 서민층이 아니라 예금과 적금을 꼬박꼬박 넣을 수 있는 부유층이 더 큰 이득을 볼 수 있어 빈부 격차를 심하게 벌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예대금리차 비교공시는 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에 두 번째로 발표됐다.

매월 20일(공휴일인 경우 다음 영업일)에 나오는 해당 공시는 은행별 평균 대출금리와 저축성수신금리의 차이를 표로 보여주는 방식으로 게재된다.

평균 대출금리는 해당 월에 신규 취급한 가계대출 및 기업대출의 가중평균금리를, 저축성 수신금리는 같은 달 신규 취급한 순수저축성예금(정기예금·적금 등)과 시장형금융상품(CD·금융채 등)의 가중평균금리를 이용해 집계된다.

이러한 예대금리차 비교공시 제도가 시행된 이후 각 은행마다 촉각을 곤두세우며 여론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

A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외 경기가 좋지 않았는데 은행권은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는 사실에 사회적으로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며 “그런 와중에 은행별 예대금리차를 볼 수 있는 제도가 시행됐으니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시행 초창기인 관계로 아직 두 번 밖에 발표되지 않았지만, 예대금리차가 다른 은행보다 높게 나온 은행들은 적극 해명에 나서며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서민 지원 대출 많이 하면 ‘예대금리차’ 큰 은행으로 낙인?

지난 7월 가계 예대금리차는 △신한은행(1.62%포인트) △NH농협(1.40%포인트) △우리은행(1.40%포인트) △KB국민은행(1.38%포인트) △하나은행(1.04%포인트) 순으로 집계됐다.

5대 은행 중 가장 순위가 높았던 신한은행은 “서민 지원 대출을 많이 취급하고, 주택담보대출도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고정금리대출이 최근 많이 판매된 결과”라며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최근 발표된 8월 가계 예대금리차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번에는 △NH농협은행(1.76%포인트) △신한은행(1.65%포인트) △우리은행(1.57%포인트) △KB국민은행(1.43%포인트) △하나은행(1.12%포인트)로 농협이 5대 은행 중 최상단에 위치했다.

NH농협은 공시 결과가 나온 직후 “정부 정책 자금 등 단기성 자금(6개월 미만)이 대거 유입됐기 때문”이라며 “정부 정책 자금이나 단기성 자금은 만기가 짧아 은행이 제공하는 금리가 낮다”고 주장했다.

예대금리차가 높게 나온 은행들이 항변하는 데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은행별 대출·예금의 포트폴리오에 따라 예대금리차는 확대와 축소가 가능하다.

먼저 예대금리차 확대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높은 경우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낮고 신용대출 비중이 높은 경우 △저신용자를 위한 정책성 상품 취급 비중이 높은 경우 △예·적금의 기본금리는 낮고 만기 시 확정되는 우대금리가 높은 경우 등에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예대금리차 축소는 △금융채 발행 비중이 높은 경우 △유동성 관리를 위해 고금리로 예금을 조달한 경우 등에 이뤄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은행마다 사정이 다르고, 대출 고객별 적용 이자가 다를 수 있는데 지금과 같은 예대금리차 공시 발표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8월부터는 서민금융상품 햇살론뱅크·햇살론15·안전망 대출 Ⅱ 등은 제외한 내용이 포함됐다”며 “그렇다면 ‘새희망홀씨대출’과 같은 다른 서민 대출 금융상품은 왜 제외하는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정책 자금을 취급하는 특수은행에 대한 통계적 평가 기준과 반영도 전혀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말 그대로 ‘줄 세우기 식’ 예대금리차 공개인데 수정과 보완해야 할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안심전환 대출 관련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안심전환 대출 관련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 예대금리차 줄이기 위해 ‘예금 이자’ 올리면 부자만 이득?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가 갖고 있는 문제점은 또 있다. 제도가 시행된 이후 벌써부터 은행마다 예대금리차를 줄이기 위한 치열한 눈치 싸움이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 등 주요국들이 기준금리를 연이어 인상하고, 우리나라 역시 다음 달 기준금리 인상이 거의 기정사실화되고 있기 때문에 은행권이 취급하는 금융상품의 이자율이 낮아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매달 발표되는 예대금리차에 대한 사회적 비판 여론을 감수하기 위해 은행들이 대출 이자는 살짝 올리고, 예금 이자는 그보다 큰 폭으로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게 과연 서민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경제 상황 속에서 은행에 예금을 넣는 사람은 서민이라기보다는 어느 정도 생활에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며 “예금 이자가 올라가면 서민보다 돈 많은 사람, 더 쉽게 말해 은행 VIP 고객들이 더 큰 이득을 보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소상공인, 자영업자, 청년층 등 대부분이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대출을 받는 사람도 늘고 있다”며 “예대금리차 공시로 인해 은행들이 대출 이자는 거의 손대지 않고, 예금 이자만 올릴 경우 누가 이득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은행에 1억원을 입금해놓은 사람이 예금 이자가 상승하면 이전보다 더 큰 이득을 보게 된다. 

예금 이자의 상승폭은 결국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부담해야 몫으로 은행은 ‘중개’ 역할만 할 뿐인데 대출 이자와 예금 이자의 격차가 좁아지게 되면 빈부 격차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예금 이자 상승에 대한 이익은 개인이 소유하기 때문에 당연히 회수할 수도 없다”며 “예대금리차 공시를 통해 이와 같은 부작용을 낳는 것보다 차라리 은행들에게 서민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어 사회적 책임과 부담을 더 지우는 게 경제를 살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예대금리차가 좁아지면 당연히 은행들의 순이익이 줄어들 것이라는 근시안적인 사고 방식보다는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을 고려해 서민들을 위한 정책 입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