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2023년 기업환경전망' 전문가 조사
"정책 지원 필요...정치 갈등 벗어나 경제 역동성 높여야"

윤석열 대통령과 주요 경제단체 및 기업 대표들이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기념 떡을 자르고 있다. 당시 참석자들은 불확실한 경제 전망 속 "다시 힘차게 희망의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 가자"고 입을 모았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주요 경제단체 및 기업 대표들이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기념 떡을 자르고 있다. 당시 참석자들은 불확실한 경제 전망 속 "다시 힘차게 희망의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 가자"고 입을 모았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 우리 경제가 저성장 국면을 맞이한 만큼 미래 먹거리를 확보해 경쟁력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책 지원이 필수적인데, 지금과 같이 정치 갈등에 매몰된다면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 생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1일 대한상공회의소는 85명의 경제·경영 전문가를 대상으로 '2023년 경제 키워드 및 기업환경전망'을 조사한 결과 올해가 '토끼굴에 빠진 경제 상황'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경제 상황을 표현할 키워드로 '심연'·'풍전등화'·'첩첩산중' 등의 단어를 꼽으며,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주인공이 토끼굴에 떨어진 것과 같이 우리 경제가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조사에서 올해가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원년이 될 것'이라는 질문에 '동의한다'라고 답한 이는 76.2%에 달했다.

이들이 전망한 올해 국내 경제 성장률은 1.25% 수준으로, 1.5%~2.0% 구간에 있는 주요 기관 (기재부 1.6%·한은 1.7%·OECD 1.8%·IMF 2.0%) 전망치를 밑돌았다.

올해 소비와 투자 전망에 대해서도 '작년과 유사하거나 둔화될 것'이라는 응답이 각각 90.5%와 96.4%에 달했다. 수출에 대해서는 78.6%가 '작년과 유사 또는 둔화'를 예상했다.

한국을 넘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에도 먹구름이 꼈다.

전문가들이 예상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은 2.22% 수준으로, 주요 교역국들에 대한 경제 전망도 부진했다. 미국 및 중국 경제 전망에 대해 '작년과 비슷하거나 악화될 것'으로 답한 비율은 각각 71.4%와 75%였다.

새해 우리 경제가 직면한 위기 요인으로는 '고금리 상황'(24.5%)과 '고물가·원자재가 지속'(20.3%)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수출 둔화·무역 적자 장기화'(16.8%), '내수경기 침체'(15%), '지정학적 리스크'(13.8%)가 뒤를 이었다.

[표=대한상의]
[표=대한상의]

이러한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주력 산업과 미래 먹거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조사에서 어려운 대내외 여건 속 지난해 우리 경제가 선방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는데, 이와 관련해 조성훈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로 접어들면서 소비가 크게 꺾이지 않았던 것과 반도체·자동차·석유화학 등 여러 산업 기반을 골고루 갖추고 있었던 것이 선방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바이오, 방산, 친환경 에너지 등 더 다양한 산업을 촉진해 국가 경쟁력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이후 우리나라를 이끌 먹거리 산업으로 배터리(21.2%), 바이오(18.8%), 모빌리티(16.5%), 인공지능(10.6%)을 제시했다. 차세대 반도체가 우리 경제를 계속 이끌 것이라는 응답도 5.9%에 달했다.

정부가 올해 중점을 둬야 할 분야로는 '미래 전략산업 육성'(25%)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자금·금융 시장 안정'(23.8%), '경제안보·경제외교'(11.9%), '수출 확대'(9.5%), '산업·기업 구조조정'(8.3%) 응답이 뒤를 이었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들어 주요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자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산업 통상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도 규제 개선, 차세대 기술 개발 지원, 인력 양성 등 기초 체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 지원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갈등 수준을 묻는 질문에 대부분 '심각하다'(매우 심각 65.5%, 다소 심각 34.5%)고 답했다. 가장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갈등 이슈로는 '정치적 갈등'(58.3%)을 꼽았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올해는 경기 불확실성에 대응해 주요 경제 지표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동시에, 노동·규제·교육 등 주요 개혁 과제에 대해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 해"라며 "미래 지속성장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정책인 만큼 흔들림 없이 추진되어야 하는데 지금처럼 사회 갈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결국 관건은 정부와 국회의 협력"이라며 "협치를 통해 주요 정책들을 신속하게 수립·집행해 국민의 정치 불신을 해소하고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