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親)가상자산 은행 파산에...비트코인 주말새 가격 '뚝'
제한적 영향 전망에 미 당국 빠른 대처...하룻밤새 8% 급등
가상자산 업계 유동성 우려도...생태계 지속가능한지 의문 제기

13일 서울 강남구 빗썸고객센터에 비트코인의 거래 그래프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13일 서울 강남구 빗썸고객센터에 비트코인의 거래 그래프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이 결국 파산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이와 관련, 주말 동안 비트코인 가격 등락이 진정되면서 이번 사태가 비트코인의 저가매수 시점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이번 사태를 시작으로 올해 가상자산 가격이 추가로 폭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13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8.27% 오른 2만2340달러(약 2905만원)를 기록했다.

앞서 비트코인은 지난 10일 불과 3시간만에 1000달러 이상 급락한 바 있다.

당시 2만달러(약 2601만원) 밑으로까지 떨어졌던 비트코인이 이날 오전 다시 2000달러 이상 상승하며 반등한 것이다.

이처럼 비트코인 가격이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는 것은 가상자산 시장에 친화적이라고 평가받는 실리콘밸리은행이 파산하면서다.

실리콘밸리은행은 자산 규모가 지난해 말 기준 2090억달러(약 272조원)인 미국 내 16위 은행이다.

스테이블코인 USDC의 발행사인 서클을 비롯해 가상자산 대출업체 블록파이, 메타버스기업 로블록스 등이 실리콘밸리은행의 예치 및 펀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실리콘밸리은행의 갑작스러운 파산으로 이들 블록체인 기술기업들의 자금이 묶이자,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이를 악재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뜩이나 가상자산 전문 은행인 실버게이트 캐피탈이 유동성 문제로 인해 청산한 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실리콘밸리은행의 파산 소식이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가상자산 업계의 주요 은행 중 하나인 뉴욕 시그니처은행의 폐쇄 소식도 시장 하락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에 있는 로고. [사진=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에 있는 로고.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업계에서는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은행발 리스크를 악재가 아닌 저가매수의 기회로 포착했다고 분석했다.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여파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시장에서 오히려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 가상자산 데이터 제공업체 알터너티브가 자체적으로 집계한 ‘공포·탐욕 지수’는 이날 49(중립)을 기록했다.

이는 SVB 파산 소식이 전해지기 시작했던 지난 10일 34(공포) 대비 15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해당 지수는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심리 상태를 0부터 100까지 수치화한 것으로, 0에 가까울수록 시장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태를 의미한다.

가상자산 전문매체 코인데스크는 “투자자들이 실리콘밸리은행의 파산 충격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고 다시 저가매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 재무부 등 금융 당국이 실리콘밸리은행의 예금 전액을 보증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번 사태를 빠르게 진압한 것도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가상자산 플랫폼 신퓨처스의 공동설립자인 레이첼 린은 “미 당국의 구조 계획은 가상자산 시장의 신뢰를 강화하고 추가 플레이어의 잠재적인 붕괴에 대한 우려를 완화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가상자산 시장의 입장에서보면 낙관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상자산 운용사 코인쉐어스의 멜텀 드미러스 최고전략책임자는 트위터를 통해 “실버게이트, 실리콘밸리은행, 시그니처은행 3곳이 단 일주일만에 사라졌다”며 “해결책은 나오겠지만, 이들은 대체하기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고 평가했다.

이는 가상자산 친화적인 주요 은행들이 잇달아 문을 닫으면서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 관련 기업들이 유동성 부족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 실리콘밸리은행과 비슷한 규모의 중소은행으로 이번 파산 사태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가상자산 업계의 유동성 문제도 확대될 전망이다.

여기에 이번 사태로 인해 가상자산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는 것도 문제다.

그동안 ‘디지털 금’으로 기대됐던 것과 달리, 가상자산 시장은 투자 상품 이외 비트코인의 가치를 드러내지 못했기 때문에 생태계 지속성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유로퍼시픽캐피털의 피터 시프 최고경영자도 트위터에 “가상자산이 정말 미래라면, 실버게이트라는 최고의 가상자산 은행은 왜 과거의 일이 됐겠느냐”며 “블록체인과 관련된 파산의 흐름은 크립토윈터를 겪고 있는 가상자산 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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