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3명, 주주총회 연임 표결 전 동반 사퇴
비상경영체제 돌입...주주 추천으로 새 이사진 구성
"공정과 상식 강조했지만 대표 선임 과정 비상식적"

KT가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KT 연구개발센터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강충구 KT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표현명 이사, 여은정 이사 등 3인은 이날 연임 표결 전 동반 사퇴를 결정했다. [사진=이태웅 기자] 
KT가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KT 연구개발센터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강충구 KT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표현명 이사, 여은정 이사 등 3인은 이날 연임 표결 전 동반 사퇴를 결정했다. [사진=이태웅 기자] 

【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 KT 사외이사 3명이 정기 주주총회 직전 동반 사퇴를 결정하면서 이사회에 1명만 남게 됐다. 사실상 기존 KT 이사회는 와해됐다.

KT 이사진이 주요 주주들의 추천에 의해 새로 짜여지는 만큼, 국민연금을 통한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가 확실시된다.

강충구 KT 이사회 의장과 표현명 이사, 여은정 이사 등 사외이사 3명이 31일 정기 주주총회 연임 표결을 앞두고 동반 사퇴하기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날 KT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이들 3인의 재선임 안건이 자동으로 폐기됐다.

사외이사 3인이 사퇴를 결정한 것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은 주주명부 폐쇄일 기준 지분 10.12%을 보유한 KT의 최대주주다.

국민연금은 전날 표현명 사외이사의 재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반대’를, 강충구 의장과 여은정 이사에 대해서는 ‘중립’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중립은 국민연금이 보유한 의결권을 나머지 주주들의 찬반 비율에 맞춰 나누어 행사하는 것이다.

다만, 2대 주주인 현대차그룹(지분 7.79%)이 이사 선임에 대주주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이유로 3인 모두 반대한다고 언급한 만큼, 국민연금이 사실상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구현모 현 대표이사에 이어 윤경림 그룹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이 정치권 등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압박에 자진 사퇴한 점도 사외이사 3인의 동반 사퇴의 배경으로 꼽힌다.

연임 표결을 앞둔 사외이사 3인이 사퇴하면서 김용현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사외이사) 1명만 KT 이사회에 남게 됐다.

이에 따라 KT는 새로운 이사회를 꾸릴 예정인데, 사실상 낙하산 인사로 채워질 가능성이 크게 증가했다.

KT는 경영체제를 정상화하기 위해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 대표이사 대행 체제 아래에서 ‘비상경영위원회’를 운영한다.

또한 비상경영위원회 산하 ‘뉴 거버넌스(New Governance) 구축 TF’를 통해 새로운 대표이사와 사외이사 등을 선임할 예정이다.

KT는 새로운 경영진이 짜여지기까지 약 5개월이 소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뉴 거버넌스 구축 TF’주주 추천을 통해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예컨대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과 국민연금을 앞세워 KT를 흔든 정치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해 이날 KT 주주총회에서는 주주들은 원성이 잇따랐다.

한 주주는 “KT가 지금도 망가져있는데 5개월을 더 기다릴 수 있겠느냐”며 “지금 이사회는 비상경체체계로 이끈 공범과 같은데 어떻게 다시 이들에게 회사를 맡길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네이버 카페 ‘KT주주모임’ 카페장도 “(윤석열 정부가) 공정과 상식, 자유경제를 수호하겠다고 말했지만, KT 대표이사 후보자가 줄줄이 사퇴하고 비상경영체제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KT 주가가 52주 신저가까지 떨어지는 상황이 상식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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