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정책기조에 무조건 복종…은행·카드·보험 ‘속앓이’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기업과는 다른 사회적 시선에 부담
“우리도 엄연히 수익을 내야 할 기업인데” 하소연도 불가능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가 각종 정책에 있어 금융기업들에게 강한 압박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현장 반응을 너무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가 각종 정책에 있어 금융기업들에게 강한 압박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현장 반응을 너무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과거보다 현 정부의 금융당국 입김이 너무 강합니다. 각종 정책뿐 아니라 인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어떻게 할 방법이 없습니다. 무조건 따를 뿐입니다.”

최근 은행·보험·카드업계와 금융당국과의 관계를 요약하자면 이렇지 않을까.

금융당국의 ‘나를 따르라’는 식의 고압적 행보가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 업무 현장을 반영한 제도 개선 방안조차 제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름을 밝히지 않는 조건으로 일부 정책에 대한 업계 판단과 반응을 들으려 해도 “혹시나 금융당국에 찍힐까봐 조심스럽다”며 한사코 대답을 사양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원래도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의 파워가 셌는데 현 정부 들어 더욱 강하진 느낌”이라며 “경기불황 해소를 목표로 금융기업의 투자와 희생을 강조하는데 따라가지 않을 도리가 없다”고 전했다.

몇 가지 사례를 보면 먼저 은행권에서는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와 ‘점포 폐쇄 내실화 방안’이 있다.

예대금리차 공시는 주요 은행들의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를 한 달에 한 번씩 공표하고 있는 제도를 뜻한다.

은행마다 월별 주요 대출 고객이 다르고, 취급하는 주요 상품들의 금리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은 여전히 해당 제도를 밀어붙이고 있다.

작년 7월 시행 이후 매번 예대금리차가 제일 큰 은행은 “서민 금융 대출을 많이 취급해서 그런 것”이라는 해명 자료를 내면서 실제 고객들에게도 별다른 혜택이 없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A은행 관계자는 “고객마다 신용등급이 다르고, 은행별 대출상품이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일률적으로 예대금리차 순위를 매기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은행권의 반응과 달리 금융당국은 올해 7월 시행을 목표로 은행별 수익성을 보여주는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를 공시 내용에 추가하는 등 확대 시행 방침을 밝혔다.

은행 현장의 분위기를 아예 무시하고 있는 셈이다.

점포 폐쇄 내실화 방안도 비슷한 모양새다. 이미 은행들은 점포를 폐쇄하려면 금융당국에 신고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앞으로 점포를 폐쇄하기 이전에 반드시 점포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을 거치고, 공동점포·소규모점포·이동점포·창구제휴 등 대체점포를 마련하라는 방안을 확정했다.

B은행 관계자는 “점포 폐쇄 여부는 은행 내부에서도 수익성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는 조치”라며 “고객 유치를 위한 영업점인데 무조건 문을 닫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마치 은행들이 마구잡이로 점포를 폐쇄하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는데 실제 영업 현장을 모르는 반응”이라고 덧붙였다.

또 보험과 카드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보험료·수수료 인하 압박이 강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 취약 계층 지원’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민간 기업으로써 보다 나은 수익 창출을 해야 한다는 점을 금융당국이 전혀 배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C보험사 관계자는 “우리나라 보험은 자율 시장 경제이기 때문에 경쟁사보다 보험료가 비싸거나, 서비스 품질이 떨어지면 고객은 감소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저렴한 보험료로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보험업계의 경쟁은 논외로 한 채 무조건 ‘싸게 보험료를 책정할 것’이라는 식의 정책 기조는 시장 상황과 동떨어진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금융기업들의 분위기와 달리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는 여전히 ‘독불장군’식 행보를 보일 전망이다.

단적인 예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가나다 순) 등을 순차적으로 돌면서 금리 인하를 강조해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 못지않은 성과급을 지급하는 삼성전자, 현대차 등 다른 대기업의 실적이 저조하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유독 금융기업의 실적에만 싸늘한 사회적 시선이 나오는데는 금융당국의 영향도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대형 금융기업들은 주식시장에 상장됐기 때문에 높은 수익을 창출해야 소액주주를 비롯한 투자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물론 ‘상생금융’을 강조하는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는 올바른 방향이다.

다만, 수십년 동안 쌓아온 현장의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나오는 금융권 내 반응도 각종 제도 개선에 버무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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