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고객 의견 수렴·대체점포 마련 등 내실화 방안 마련
이용객 감소, 주변 상권 변동과 같은 외부 변수 관련 대책은 없어 
은행별 취약계층 보호 위한 각종 프로그램 이미 운영…실효성 논란

금융당국이 앞으로 은행들이  점포를 폐쇄하기 이전에 점포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하는 등 '점포폐쇄 내실화 방안' 시행을 확정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관치금융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현금인출기 모습.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앞으로 은행들이 점포를 폐쇄하기 이전에 점포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하는 등 '점포폐쇄 내실화 방안' 시행을 확정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관치금융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현금인출기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 점포 폐쇄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이용객 의견 수렴과 대체점포를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내실화 방안을 확정했다.

은행권에서는 ‘금융 취약 계층 보호’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경영 여건을 비롯한 외부 변수에 대한 판단 기준이 없다는 점에 아쉬움을 내비쳤다.

심지어 이미 은행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스템을 자발적으로 마련하고 있는데 금융당국이 꼭 개입해야 하느냐는 불만도 있다.

1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은행은 앞으로 점포를 폐쇄하기 이전에 반드시 점포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을 거쳐 폐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만약 불가피하게 점포 폐쇄를 결정했다면 이전과 유사한 금융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공동점포·소규모점포·이동점포·창구제휴 등 대체점포를 마련해야 한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열린 ‘제5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은행 점포폐쇄 내실화 방안’을 확정했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장기화·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해 비대면을 통한 금융상품 가입과 업무처리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집계한 금융서비스 전달채널별 업무처리 비중을 보면 인터넷뱅킹은 2018년 53.2%에서 2022년 77.7%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은행 창구 이용은 8.8%에서 5.5%로 매년 감소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비용 효율화 등을 이유로 점포 수를 줄이고 있으나, 점포 폐쇄에 따라 금융 소비자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국민은행·NH농협·신한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가나다 순)을 비롯한 전체 은행 점포는 2012년 말 7673개소에서 2022년 말 5800개소로 약 24% 감소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사전영향평가 내실화 ▲정보 공개 범위·내용 확대 ▲소비자 지원·보상 방안 마련 이라는 3가지 과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은행은 점포 폐쇄를 결정하기 전에 이용고객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고, 수렴 결과를 반영해 폐쇄 여부 등을 재검토해야 한다.

또 금융소비자가 기존 점포폐쇄 이후에도 큰 불편없이 금융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적절한 대체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대체수단으로는 공동점포·소규모점포·이동점포·창구제휴와 고기능무인자동화기기(Smart Teller Machine) 등이 해당된다.

고기능무인자동화기기는 영상통화, 신분증스캔 등 본인 인증을 거쳐 예적금 신규가입, 카드발급, 인터넷·모바일뱅킹 가입 등 창구 업무의 80% 이상 수행 가능한 장비를 뜻한다.

다만, 금융위원회는 무인자동화기기(ATM)의 경우 현금 입·출금 등 아주 기본적인 업무는 가능하나, 은행의 창구거래를 온전히 대체할 수 없으므로 점포 폐쇄에 따른 대체수단으로 ‘불인정한다’고 못을 박았다.

이러한 금융당국의 점포 폐쇄 내실화 방안에 대해 은행권은 ‘상생금융 확산’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정부가 너무 금융시장에 개입하는 관치금융의 형태라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점포 폐쇄는 은행 입장에서도 ‘돈 버는 채널’을 하나 없애는 것이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신중하게 결정하고 있다”며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 경영 여건상 어쩔 수 없을 때 폐쇄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를 들어 주변에 신도시가 생기면서 방문객이 줄거나, 지역 상권에 변동이 생기게 되면 당연히 점포 폐쇄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10년 동안 이미 상당부분 점포 폐쇄가 진행됐고, 은행별로 상생금융을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과도한 개입을 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한·조흥은행, 하나·외환은행 합병을 할 당시 약 50M 안으로 가까운 곳에 점포가 있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이들 점포를 통폐합하면서 전체 은행 점포가 크게 준 것처럼 보이는 착시 효과도 분명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은행마다 영업시간 특화 점포, 시니어 창구 개설 등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여러 가지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며 “점포 폐쇄 등 영업방식을 금융당국에게 일일이 검사받는 것은 전형적인 관치금융”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번에 마련된 개선 방안은 ‘은행 점포폐쇄 관련 공동절차’ 개정을 통해 5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5월 1일 이전에 점포폐쇄가 결정되거나 점포가 폐쇄되는 경우에도 일부 사항을 제외하고, 해당 ‘내실화 방안’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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