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한 분기만에 작년 영업익 절반 이상 달성...IRA 효과
삼성SDI도 최대 실적...전기차 흐름 속 고부가 제품 '훨훨'

지난 3월 서울 코엑스 '인터배터리 2023'에 마련된 SK온 부스. [사진=김보민 기자]
지난 3월 서울 코엑스 '인터배터리 2023'에 마련된 SK온 부스. [사진=김보민 기자]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뚫고 1분기 함박웃음을 지었다.

전기차 흐름이 빨라진 데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것. 이들의 하반기 전망도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이제 시선은 국내 배터리 강자 중 하나인 SK온에 쏠리고 있다. SK온은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큰데, 당초 예상보다 빠른 연내 흑자 전환에 성공할지 관심이 주목된다.

세 기업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회사는 지난달 7일 잠정 실적을 발표한 뒤 26일 확정 실적을 공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1분기 매출은 8조7471억원, 영업이익은 6332억원이다. 모두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는 수준인데 매출의 경우 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와 비교했을 때 매출은 101.4%, 영업이익은 144.6% 증가했다. 회사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1조2137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 분기만에 작년 절반 이상의 이익을 벌어들인 것이다.

업계에서는 북미 전기차 수요가 강세를 보였던 것은 물론,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 프로젝트가 안정적으로 추진되면서 호실적을 이끌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영업이익에 IRA 효과를 반영한 것도 견인차 역할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분기부터 IRA 세액공제 예상 금액을 손익에 포함하기로 결정했고, 이에 따라 1003억원을 영업이익에 반영했다.

미국 IRA는 단기적으로 배터리 기업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법안은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 중 배터리 광물 및 부품 비율 조건을 맞춘 차량에 보조금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적 호조를 보인 곳은 LG에너지솔루션뿐만이 아니다.

삼성SDI는 1분기 매출 5조3548억원과 영업이익 3754억원을 달성했다. 1분기 기준 역대 최고 성적표를 받으며, 3분기 연속 매출 5조원을 내는 신기록도 올렸다.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32.2%, 영업이익은 16.5% 증가했다.

호실적을 이끈 주역은 에너지 사업이었다. IT 수요가 둔화되면서 전자재료 부문이 부진을 면하지 못했지만, 고부가 제품인 P5 신모델 출시 효과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곳은 SK온이다.

지난해에 이어 1분기에도 적자를 냈을 가능성이 큰데, 증권가에서는 3000억원~4000억원 수준으로 영업손실이 확대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초 SK온을 괴롭혔던 이슈들 때문이다.

회사는 포드 F-150 화재에 따른 품질 이슈와 공장 가동 중단, 임직원 상여금 반영 등의 일회성 비용을 이번 실적에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하반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갈 전망이다.

미국 IRA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 완성차 기업들이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올리면서, 배터리 업계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SDI는 최근 GM과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는다는 소식도 발표했다. 

글로벌 거점에서 합작 및 독자 공장을 확장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회사 측은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IRA 요건을 충족하는 파트너와 긴밀히 논의해 장기공급 계약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SK온의 연내 흑자 전환이다.

SK온은 현대자동차와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셀 합작공장을 세우고 연간 약 30만대 물량을 생산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할 방침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 관계자는 "그동안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글로벌 투자를 빠르게, 삼성SDI는 느리게 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실제 실적이나 성과에 있어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며 "SK온도 IRA 등으로 실적과 기업가치 개선을 꾀할 수 있겠지만, 미국 공장 수율 개선 등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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