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부분적 주 4일제 본격 시행…삼성 가세로 재계 전반 확산 촉각

삼성전자는 노사협의에 따라 이번달부터 월 1회 주 4일 근무제를 시행한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는 노사협의에 따라 이번달부터 월 1회 주 4일 근무제를 시행한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최양수 기자 】 삼성전자가 부분적 주 4일제를 도입하면서 파격적인 근무제 실험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노사 협의에 따라 월 1회씩 금요일에 휴무를 할 예정이다. 아직 국내 대부분의 기업들이 주 5일제를 실행하는 가운데 재계 1위이자 정규직 12만 명의 삼성전자가 부분적이지만 4일제를 시행하면서 재계 전반으로 확산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23일부터 ‘쉬는 금요일’을 운영한다. 교대 근무(4조 3교대)를 하는 생산직 등을 제외한 삼성전자 직원은 매달 월 필수 근무 시간을 채웠다면 월급날인 21일이 속한 주 금요일에 하루 휴무가 가능하다. 한 달에 한 번은 주 4일제가 적용된다.

만약 해당일이 휴일일 경우 직전 주 금요일에 적용된다. 월 1회 주 4일 근무는 올해 삼성전자 노사가 임금 교섭 과정에서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직원 사기를 고려해 사측이 먼저 부분적 주 4일제를 제안했고 직원들로 구성된 ‘사원협의회’가 수용을 하면서 이달부터 시행된다.

금요 휴무제 명칭은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디벨롭먼트(development)데이’, 반도체(DS)부문은 ‘패밀리데이’다. 직원들은 금요 휴무제 전에 부서장에게 ‘쉬겠다’고 보고하면 쉴 수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코로나19(COVID-19)의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이 한창이던 2020년 4∼5월 두 달간 육아 부담이 있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주 4일 출근을 일시 허용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ESG(환경 보호·사회적 가치 공헌·지배구조 윤리경영) 경영의 일환으로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2~3년 전부터 한 달에 한 주만 주 4일 근무를 허용하는 월 1회 금요 휴무제 시행을 검토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경쟁사가 선제적으로 운영 중인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확대를 통한 인재를 확보와 업무 효율성 제고를 위해 이번 금요 휴무제를 도입한 것으로 분석한다.

메모리반도체 경쟁업체인 SK하이닉스는 창립 10주년을 맞은 지난해부터 매월 세 번째 금요일을 휴무일로 지정하는 ‘해피 프라이데이’ 제도를 도입했다. 해피 프라이데이는 2주간 80시간 이상 일한 직원은 매주 셋째 주 금요일 연차 없이 쉴 수 있도록 한 제도다.

SK그룹의 다른 주요 계열사들도 부분 주 4일제를 운영하고 있다. SK㈜와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한 달에 두 번 금요일에 쉬는 주 4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SK텔레콤은 격주로 금요일에 쉬는 ‘해피 프라이데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부터 주 32시로 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월요일은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근무하고 화~금요일에는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근무한다. 

또 올해 1월 1일부터 ‘근무지 자율 선택제’를 실시하고 구성원 모두가 근무시간 중 어디서든 연결돼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근무장소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이와 함께 올해부터 유연근무제의 일환인 ‘선택적 근로 시간제’도 도입했다. 이에 따라 직원들은 기존 하루 7시간(월요일은 4시간), 주 32시간 기준에서 개인의 업무 스케줄과 컨디션 등에 따라 자율적으로 업무 시간을 분배할 수 있게 됐다.

카카오게임즈는 업계 최초로 2018년 7월 ‘놀금’ 제도를 도입해 임직원들에게 ‘저녁과 여유가 있는 문화’를 장려하고 있으며 높은 만족도를 반영해 2021년 4월부터 격주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월요일 30분 늦은 출근, 금요일 1시간 30분 조기 퇴근, 점심시간 확대(1시간 30분) 등 여유로운 출퇴근 문화 조성을 위한 선진적 근무 제도도 시행 중이다.

패션·뷰티 등 스타일 이커머스 에이블리를 운영하는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은 구성원들의 라이프 사이클에 맞춰 최상의 컨디션으로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오전 8시부터 11시까지 원하는 시간에 출근하는 유연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또 별도 사전 승인 절차 없이 개인이 자유롭게 30분 단위로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숙박 플랫폼인 ‘여기어때’를 운영하는 여기어때컴퍼니는 2017년부터 근무 시간을 효율화해 월요일 오전 근무가 없는 ‘주 37시간·4.5일’ 근무제를 운영 중이다. 월요일 오후 1시에 출근함으로써 실질적인 주 4.5일제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 앱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얼리 프라이데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법정 근로시간인 주 40시간을 근무한 경우 금요일 오후 2시에 퇴근하는 제도다. 

CJ그룹의 콘텐츠 계열사인 CJ ENM도 지난 2월부터 사실상 주 4일제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월 2회 매주 금요일 출근하지 않고 외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기아 노동조합도 지난 7일 열린 임시대의원 대회에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주 4일 근무제 도입을 테이블에 올리기로 했다.

‘쉬는 금요일’ 문화는 이미 해외에서는 도입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IT(정보기술)를 필두로 주 4일제나 주 4.5일제를 시행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하지만 하루 2교대나 3교대로 24시간 공장을 가동하는 정유, 철강, 화학, 자동차업계에서 주 4일제를 도입한 곳은 거의 없다.

재계 관계자는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MZ세대에게는 본인이 근무 시간을 스스로 설계하고 휴무를 택할 수 있도록 유연한 근무 문화를 만드는 기업에 매력을 느껴 인력을 빨아들이고 있다”며 “주 4일제는 장기적으로 가야하는 흐름이며 결국 도입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삼성전자의 실험이 성공적으로 안착을 한다면 재계로 확산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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