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부터 3년 동안 가계 부문 초과 저축 100조원 이상
예금·주식 등 유동성 좋은 금융자산으로 보유한 것으로 추정
‘초과저축 증대’ 한국 경제의 위험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도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팬데믹 이후 가계 초과저축 분석과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가계부문 초과저축 규모는 101조∼129조원으로 추산됐다. 사진은 가계 소비 촉진을 위해 열린 2022년 코리아세일페스타 모습. [사진=연합뉴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팬데믹 이후 가계 초과저축 분석과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가계부문 초과저축 규모는 101조∼129조원으로 추산됐다. 사진은 가계 소비 촉진을 위해 열린 2022년 코리아세일페스타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최근 3년 동안 코로나19로 방역 조치가 강화되면서 외부활동 자제 등으로 가계지출이 줄어 들면서 가계 저축액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출 상환에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은 반면 주식 등 일부 투자가 늘어난 모습을 보인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4일 한국은행은 ‘팬데믹 이후 가계 초과저축 분석과 평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가계부문 초과저축 규모는 101조∼129조원으로 추산됐다.

이러한 가계부문 초과저축 규모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4.7∼6.0%, 민간소비의 9.7∼12.4% 수준에 해당한다.

보고서는 초과저축을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추세를 웃도는 가계 저축액으로 정의했다.

즉,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가계의 저축 규모가 과거 통상적 수준보다 최소 100조원 이상 늘었다는 이야기로 보면 된다.

초과저축이 증가한 주요 원인으로는 팬데믹 직후의 가계 소비 감소와 지난해 소득 증가 등이 제시됐다.

저축률 상승분을 저축 동기에 따라 분해한 결과를 보면 절반 이상을 코로나19에 따른 소비제약 등 ‘비자발적 요인’이 차지했다.

일반적으로 가계는 초과저축을 소비 재원으로 활용하거나, 부채 상환, 자산 취득 등에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가계지출 증가율 등을 고려해 우리나라 가계가 초과저축을 추가적 소비 재원으로 활용한 부분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까지 이어진 고용 호조와 정부 지원까지 더해지면서 소득 여건이 개선된 점도 초과저축 증대에 영향을 끼쳤다.

실제로 2020∼2022년 명목 가계 처분가능소득은 평균 4.6% 늘었는데 증가율이 팬데믹 이전 2017∼2019년(3.6%)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가계가 초과저축을 대출 상환에 사용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조주연 한국은행 동향분석팀 과장은 “금리 상승으로 부채 상환 유인이 커졌지만, 우리나라 가계의 디레버리징(차입 축소·상환)이 주요국보다 상대적으로 더딘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0∼2022년 가계의 금융자산과 부채가 오히려 동시에 크게 늘었다”며 “이는 가계가 초과저축을 부채 상환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고 덧붙였다.

가계는 대출 상환을 대신해 초과저축을 주로 예금·주식 등 유동성이 좋은 금융자산의 형태로 보유한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은행의 국민계정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가계의 금융자산은 2020∼2022년 현금·예금·주식·펀드를 중심으로 1006조원 증가했다. 2017∼2019년(591조원)의 두 배에 가까운 규모다.

조주연 과장은 “팬데믹 기간에 가계는 100조원 이상을 초과저축으로 축적했고, 이를 금융자산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가계가 실물경제와 금융의 큰 불확실성 때문에 향후 추이를 관망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초과저축이 ‘동전의 양면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조 과장은 “유동성 좋은 금융자산 형태의 초과저축은 앞으로 실물경제 측면에서 부정적 소득 충격이 있을 때 완충 역할을 하면서 민간 소비의 하방 위험을 줄여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최근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가계 초과저축이 대출과 함께 주택시장에 재접근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될 경우 주택가격 상승, 가계 디레버리징 지연 등으로 금융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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