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전체 수준 상·매각 규모 기록…건전성 확보 ‘안간힘’
부실채권 줄여도 1년 전보다 평균·신규 연체율 모두 높아
하반기 연체율 증가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5대 은행이 올해 상반기 약 2조 2130억원의 부실채권을 상각 또는 매각에 나서면서 건정성 지표 관리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5대 은행의 현금인출기 모습. [사진=연합뉴스]
5대 은행이 올해 상반기 약 2조 2130억원의 부실채권을 상각 또는 매각에 나서면서 건정성 지표 관리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5대 은행의 현금인출기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5대 은행들이 부실채권을 대거 상각·매각 처리에 나서면서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 강구에 나서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벌써 작년 전체 수준의 상·매각 규모를 보였는데, 건전성 관련 지표들은 아직 전년 대비 높은 상태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NH농협·신한·우리·하나은행 등 5대 시중은행(가나다 순)은 올해 상반기 약 2조 2130억원의 부실채권을 상각 또는 매각했다.

5대 은행의 부실채권이 크게 늘어나게 된 이유는 코로나19, 글로벌 경기 불황 등의 여파로 국내 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전체 대출 규모는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추가로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가계와 기업 모두 대출 원금, 이자 상환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출자의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게 되면 부실채권으로 볼 수 있는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커지게 된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 채권을 부실 채권으로 분류하고 별도 관리에 나서고 있다.

이후 회수 가능성이 매우 떨어진다고 판단할 경우 떼인 자산으로 간주한다.

이러한 부실 채권은 회계상 불리한 조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장부에서 지워버리거나(상각·write-off), 자산유동화 전문회사 등에 헐값에 파는(매각) 방법 등으로 처리하게 된다.

상각 대상에는 주로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 채권이, 매각은 주로 주택담보대출 채권이 처리 대상으로 오르게 된다.

올해 상반기 5대 은행의 상·매각 규모는 2조 2130억원으로 작년 상반기(9907억원)의 2.23배를 기록하면서 2022년 연간 규모(2조 2713억원)와 맞먹었다.

특히 2분기에는 6월의 1조 2646억을 포함해 지난해 2분기(5709억원)의 2.38배인 1조 3560억원어치 부실채권이 상·매각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1분기(8570억원)보다도 58%나 많은 규모로 그만큼 은행들이 건전성 지표 관리 개선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A은행의 2분기 상·매각 규모(2703억원)는 2019년 2분기(2771억원) 이후 3년 9개월 만에 가장 컸다.

또 B은행의 2분기 상·매각액(3619억원)은 2019년 4분기 이후 최대였고, 매각(1985억원)은 시계열 자료가 존재하는 2017년 이후 역대 기록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은행이 부실 채권을 상·매각하면, 해당 채권은 대차대조표상 ‘보유 자산’에서 사라지게 된다.

자산은 줄지만, 부실 채권 규모가 감소하면서 연체율, NPL 비율 등이 낮게 조정된다.

다만, 손익계산서상에서는 부실 채권 매각이 경우에 따라 이익 또는 손실로 잡힐 수 있다.

예를 들어 100억원어치 부실 채권에 대해 은행이 사전에 충당금 30억원을 정립했고, 해당 부실 채권을 90억원에 매각했다면 회계상 20억원(매각대금 90억원+충당금 30억원-100억원)의 기타영업이익이 기록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헐값에 팔았다면 충당금을 더해도 대규모 손실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시중은행 대출 창구. [사진=연합뉴스]
시중은행 대출 창구. [사진=연합뉴스]

은행권은 장부상에서 이뤄지는 단기적 처리 과정 외 중장기적으로 부실채권이 많을수록 충당금을 많이 쌓아야하기 때문에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대규모 부실 채권 상·매각에 나선 5대 은행의 연체율, NPL 비율 등은 낮아졌다.

5대 은행의 6월 말 기준 단순 평균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29%(가계대출 0.25%·기업대출 0.32%)로 조사됐다.

한 달 전인 5월 말 0.33%(0.29%·0.37%)보다 0.04%포인트 낮은 수치다.

NPL 비율도 한 달 사이 평균 0.30%에서 0.25%로 0.05%포인트 하락했고, 새로운 부실 채권 증감 추이가 드러나는 신규 연체율(해당월 신규 연체 발생액/전월 말 대출잔액)은 0.09%로 동일했다.

문제는 1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건전성 지표가 크게 나빠진 상태라는 점이다.

2022년 6월 말 5대 은행 평균 연체율, 신규 연체율, NPL 비율은 각 0.17%, 0.04%, 0.22%였다.

올해 5대 은행 평균 연체율, 신규 연체율, NPL 비율은 0.29%, 0.09%, 0.25%로 1년 전보다 각각 0.12%포인트, 0.05%포인트, 0.03%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은행권은 하반기로 갈수록 연체율 등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부진 장기화로 인해 취약·한계 기업들의 연체율 상승이 예상되고, 코로나19 관련 금융 지원 종료로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고금리, 실물경기 둔화, 환율 변동성 위험 확대 등으로 작년 하반기 이후 연체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가적 금리 인상 압력은 완화되더라도 올해 하반기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 서울 외 주택 가격 회복 지연, 역전세 현상 등으로 연체 증가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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