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 폭염 등으로 농산물 가격 빠르게 상승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식료품 ‘고물가’ 현상 관측
저소득층 부담 낮추도록 식료품물가 상황 면밀히 점검해야

최근 기상이변과 국제 정세에 따른 식량 수출 제한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식료품물가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 시내 재래시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최근 기상이변과 국제 정세에 따른 식량 수출 제한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식료품물가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 시내 재래시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최근 집중호우, 폭염, 태풍 등 기상여건 악화로 국내 채소·과일 등 농산물 가격이 전월 대비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흑해곡물협정 중단과 같은 일부 국가의 식량수출 제한 문제까지 겹치면서 식료품물가 안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식량가격이 계속 상승할 경우 국내 가공식품·외식 물가에 영향을 끼쳐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물가 안정을 위하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28일 한국은행은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국내외 식료품물가(food inflation) 흐름 평가 및 리스크 요인’을 분석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식료품물가는 최근 상승률이 둔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현재까지 누적된 가격상승도 소비자물가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품목별로 보면 농축수산물가격이 ▲팬데믹 초기 식료품 지출 증가 ▲국내 기상여건 악화 ▲조류인플루엔자(AI) 2022 확산 등으로 빠르게 상승했다.

또 가공식품가격의 경우 2022년 이후 국제곡물가격 급등의 영향이 시차를 두고 파급되면서 높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 결과, 한국뿐 아니라 주요국에서도 지난해 이후 식료품물가 상승률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크게 상회하는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식료품 물가 불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영국은 식료품물가가 지난 3월 19.2% 상승해 최근 45년 동안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미국의 식료품물가도 최근 기저효과 등으로 오름세가 둔화됐으나, 지난해 10% 이상 급등하면서 누적된 가격상승의 폭이 전체 소비자물가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보고서는 국내외 식료품물가의 높은 상승세에 대해 작황 등 수급상황을 비롯해 인건비 등 국가별 여건, 팬데믹에 따른 공급병목,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곡물·비료공급 차질, 식량수출 제한, 이상기후 등 각종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은행이 50개국 데이터를 이용해 식료품물가 상승요인을 글로벌 공통요인과 국가별 고유요인으로 구분해보니 글로벌 요인의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 원재료 수입의존도가 높은 식료품 가격 상승률이 여타 품목에 비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앞으로 국내외 식료품물가 오름세 둔화 속도가 더디게 나타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엘니뇨, 이상기후 등이 국제식량가격의 가장 큰 상방리스크로 잠재해 있다고 지목했다.

보고서는 “올해 중 강한 강도의 엘니뇨 발생이 예상되는데, 과거 사례를 보면 엘니뇨 기간 이후에는 국제식량가격 상승기가 나타나는 경향을 보여왔다”고 설명했다.

또 “해수면 온도가 예년 대비 1℃ 상승할 때 평균적으로 1∼2년의 시차를 두고 국제식량가격이 5∼7% 상승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국제식량가격은 시차를 두고 국내 가공식품 가격·외식물가에 파급된다”며 “가공식품은 11개월 후에, 외식물가는 8개월 후에 영향이 최대로 나타나며, 국제식량가격 급등기에는 시차가 단축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쌀을 제외한 곡물의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아 국제식량가격 변동이 국내 물가에 크고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소비지출 중 식료품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부담을 낮추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가계지출 중 식료품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가계부담이 증대하고 실질구매력이 축소될 수 있다”며 “식료품물가의 흐름과 영향을 면밀히 점검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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