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편일률적인 수용률 통계로는 정확한 비교 어려워
신청건수, 이자감면액 작아도 수용률 1위 오르는 오류발생
은행권, 수용률 제외하는 등 공시제도 대폭적인 개선 필요 의견

올해 초 금융당국이 시행한 금리인하요구권 공시확대 방안에 포함된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은 객관성이 떨어져 오히려 소비자들의 혼선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초 금융당국이 시행한 금리인하요구권 공시확대 방안에 포함된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은 객관성이 떨어져 오히려 소비자들의 혼선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금융당국이 ‘소비자 권리 향상’을 목표로 금리인하요구권 실적 공시를 강화했지만, 은행권에서는 고객들의 혼선만 일으키는 조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한 신청건수를 수용건수로 나눈 ‘수용률’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비대면신청률까지 반영해도 일반 소비자가 쉽게 판단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어 개선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해 2월 금융당국은 금리인하 실적 공시를 보완하고,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결과에 대한 통지를 구체화하는 등 관련 제도를 개선했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공시대상 정보의 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수용률 산정 시 중복신청 건수를 제외하는 등 금리인하요구권 공시를 개선해 금융회사의 금리인하 실적에 대해 소비자들이 보다 손쉽게 알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배경을 소개했다.

금리인하요구권은 대출 등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본인의 신용상태가 개선된 경우 금융회사에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해당 제도가 도입된 시기는 약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8년 12월 은행·보험사·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회사를 시작으로 2022년 1월 상호금융회사에서 법제화(법률에 규정)됐다. 행정안전부 소관인 새마을금고는 2022년 11월 도입됐다.

다만,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한 불충분한 정보 제공·홍보 부족 등으로 알고 있는 소비자가 드물고, 금융권의 수용률이 저조하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금융당국과 금융업계는 작년 11월부터 TF를 운영해 금리인하요구제도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연구해 올해 초부터 안내·공시 정보를 확대했다.

문제는 이렇게 확대된 금리인하요구 비교공시 정보가 오히려 소비자들의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고객들의 신용도가 다르기 때문에 금리인하요구권을 은행별로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리인하요구권은 법적으로 보장된 소비자 권리이기 때문에 신청자의 신용등급이 올라가는 등 요건에 걸맞으면 은행 입장에선 무조건 수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은행별 수용률을 나열하는 게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기준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가나다 순) 등 5대 은행의 수용률만을 근거로 한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한 현황 분석은 객관성이 크게 떨어져 보인다.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을 합친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은 ▲NH농협은행(68.8%) ▲우리은행(34.9%) ▲신한은행(26.7%) ▲KB국민은행(25.7%) ▲하나은행(19.2%) 순이었다.

얼핏 보면 NH농협은행이 압도적으로 금리인하요구권을 수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체 신청건수와 이자감면액을 고려하면 그렇지 않다.

전체 신청건수 기준 NH농협은행(1만 3563건)은 신한은행(11만 6325건), 우리은행(9만 6789건), 하나은행(6만 6516건), KB국민은행(6만 4716건)보다 크게 저조했다.

이자감면액의 경우 신한은행(60억 7800만원)이 가장 높았고, 우리은행(37억 3300만원), 하나은행(34억 9200만원), KB국민은행(11억 4600만원), NH농협은행(9억 8000만원) 순이었다.

즉, 수용률·신청건수·이자감면액 등 각기 다른 기준을 적용하면 은행권 내 순위가 달라지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이 은행연합회 홈페이지를 통해 관련 통계를 게재하는 것은 정보 제공을 빌미로 은행권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 일부 언론에서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만 갖고 은행별 현황을 비교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혼선을 일으키고 있다는 게 은행권의 분석이다.

이처럼 은행별 신청건수와 이자감면액이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비대면 신청’ 활성화 시점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할 수 있는 비대면 신청 서비스를 제공한 이후 고객 한 명이 한 달에 무려 60건의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한 사례도 목격했다”고 전했다.

그는 “비대면 신청을 가장 먼저 도입한 은행이 신청건수가 많기 때문에 수용률 산정에서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도 이러한 허점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비대면 신청이 활성화된 경우 신청건수가 많아져 수용률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등 은행 금리운영과 관련이 없는 요인도 영향을 준다”며 “수용률뿐만 아니라 이자감면액, 인하금리 등의 정보를 함께 이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따라 아예 수용률을 제거하고, 신청건수·이자감면액을 기초로 한 정보 제공에 집중하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더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금리인하요구권과 관련한 여러 가지 통계, 수치를 나열하는 것보다 꼭 필요한 정보만을 선별해 제공하는 게 바람직해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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