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김용섭 전북대 로스쿨 교수(변호사) 】 항조우 아시안게임 남자바둑 단체전에서 대한민국은 중국을 4-1로 누르고 정상을 차지하였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로 우승을 하여 연속 2연패의 위업을 달성하였다. 이는 한국인의 두뇌의 우수성과 자긍심을 갖게 하는 국가적인 경사이며 쾌거이다. 바둑은 흑과 백이 번갈아 두어 상대방 보다 반집 이상 더 크게 차지한 대국자가 승리하는 경기라고 할 수 있다. 바둑은 소우주인 반상(盤上)에 펼쳐진 여러 선택지 중에서 최선의 수를 찾는 과정이다. 세상사의 축소판인 바둑의 세계에서 흥망성쇠와 희노애락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바둑이 초반에 좋다고 우쭐대다가 유리하던 바둑을 후반에 망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바둑은 흑백의 돌이 사각형으로 된 바둑판위에서 펼치는 원방각(圜方角)의 향연이다. 바둑알은 둥글다. 따라서 원(圓)을 의미한다. 원은 둥근 하늘을 상징한다. 바둑알은 흑백으로 나뉘며 이는 음양을 상징한다. 바둑판은 네모나기 때문에 방(方)이다. 네모난 바둑판은 땅을 상징한다. 바둑판에 그려진 가로 19, 세로 19칸으로 되어 있는 361칸은 일년을 의미한다. 바둑판의 4면은 춘하추동, 동서남북을 의미한다. 바둑판의 정중앙의 가운데 점을 천원(天元)이라고도 하고 북극성을 상징한다고도 한다. 바둑의 3요소는 바둑알(圓)과 바둑판(方) 그리고 바둑을 두는 사람(角)으로 본다. 이런 관점에서 바둑은 천지인과 원방각의 정신이 함께 들어 있는 우주와 인간의 원리와 맥을 같이한다고 할 것이다.

북송의 대학자이며 시인인 소동파는 관기(觀棋)라는 시에서 “바둑을 이기면 즐겁고 바둑에 져도 역시 기쁘다”라는 뜻의 ‘승고흔연 패역가희(勝固欣然 敗亦可喜)’라는 명문을 남겼다. 그는 바둑을 잘 두지 못하는 처지에서 바둑의 줄거움을 흥미롭게 표현하고 있어 그 이해하는 경지가 높다. 바둑을 승부로만 바라보던 차원에서 함께 즐기는 동락(同樂)의 세계로 파악한 것이다. 바둑은 유구한 전통을 이어온 동양문화의 일종이다. 바둑은 승부를 떠나 구도(求道)의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바둑이 승부에 집착하기 보다 바둑의 이치와 원리인 기리(棋理)에 합당한 수를 두어나갈 필요가 있다. 바둑은 조화와 절제 그리고 균형의 예술이다. 바둑판은 네 귀퉁이를 근거로 하여 중앙에서 사슴을 사냥하는 중원축록(中原逐鹿)의 자기실현의 꿈을 펼지는 놀이터이다.

지난 2016년 12월 5일 조훈현(사진 왼쪽에서 여섯번째) 전 의원이 발의한 바둑진흥법 토론회에서 필자와 발제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김용섭/뉴스퀘스트]
지난 2016년 12월 5일 조훈현(사진 왼쪽에서 여섯번째) 전 의원이 발의한 바둑진흥법 토론회에서 필자와 발제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김용섭/뉴스퀘스트]

우선 바둑에서 난국타개의 기법을 배울 수 있다. 바둑에서 적지 않은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어려운 국면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 골치 아프면 손을 뺀다는 바둑의 격언은 실제로 안 풀리는 국면에는 계속 그 문제에 골몰하지 말고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라는 말이다. 한 부분의 실책을 크게 의식하면 전체 바둑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우선 복잡한 문제로부터 벗어나서 다른 곳에서부터 새롭게 바둑을 두어나가다 보면 그 문제가 쉽게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자신을 객관화하여 바라볼 수 있게 되면 문제해결의 방법론이 도출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바둑은 대국 후 승패를 떠나 복기(復棋)를 통해 실수의 재발을 막는 중요한 피드백 수단이 있어 반성적 성찰이 가능하다.

그런데 승부에서 이기려면 평정심과 부동심의 유지가 중요하다. 경적필패(輕敵必敗)라는 말은 바둑에서 상대방을 우습게 알고 얕잡아 보면 반드시 패한다는 경구이다. 상대방이 실리를 좋아하면 작은 양보로 더 큰 이익을 가져오는 사석작전(捨石作戰)이 주요할 수 있다. 따라서 대국자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바둑에 있어서 수읽기도 중요하지만 어느 지점에 놓는 것이 최선인지 비교형량과 대소득실을 정확히 하는 것이 관건이다. 상대방의 수에 감정적으로 대응하기 보다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냉정하게 접근하는 것이 좋다. 처음에 바둑이 밀리더라도 후반전 바둑의 끝내기를 잘하면 역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음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의 바둑인 기풍(棋風)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우주류로 중원에 두텁게 방대한 세력을 쌓는 일본의 다케미아 마사키(武宮正樹)의 바둑은 웅혼한 스케일에 도취된다. 다케미아는 이러한 우주류의 바둑을 낭만여행이라고 말하고 있다. 오늘날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지 않는 균질화된 삶에서 개성 있는 삶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 한판의 바둑을 어떻게 둘 것인지의 문제는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와도 관련된다. 바둑에서 허세를 부릴 것인지 알차게 바둑을 내실있게 탄탄히 둘 것인지가 인생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바둑은 실리와 세력의 조화로 볼 수도 있다. 공격적 바둑은 실패에 그치기도 하지만 공격을 하면서 부수적으로 집을 확보하는 이점이 있다. 상대방 말을 포획하여 공격하는 것은 일종의 사냥본능을 충족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말을 잡는다고 바둑에서 이기는 것은 아니지만 공격형 바둑의 장점은 적극적 도전과 성취의 기쁨이다.

바둑이건 인생이건 고정관념의 틀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정석(定石)도 중요하지만, 정석을 다 배운 뒤에서 새로운 수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 효능감이 떨어지고 돌이 뭉쳐있기 때문에 ‘빈삼각을 두지 말라’는 바둑 격언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 빈삼각을 둘 수 있어야 한다. 특수한 상황에서 빈삼각이 고육지책으로 묘수가 되거나 신의 한수가 되어 기사회생하거나 국면 전환을 도모하기도 한다. 비상약이 통상의 경우에는 안 좋지만 극약처방을 할 때도 있는 것이다. 고수는 기존의 틀을 유지하지 않고 형식을 파괴하여 불계공졸(不計工拙)의 경지에 올라선 사람이다.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기존의 틀을 고수하는 것을 경계한다. 비상적 상황에는 비상적인 수를 두어 국면을 타개해 나가는 결단이 필요하다.

필자는 지난 2007년 최명훈(사진 오른쪽) 프로기사의 4점 접바둑 지도대국 후 아마 4단 인허증을 한국기원으로부터 수여받았다. [사진=김용섭/뉴스퀘스트]
필자는 지난 2007년 최명훈(사진 오른쪽) 프로기사의 4점 접바둑 지도대국 후 아마 4단 인허증을 한국기원으로부터 수여받았다. [사진=김용섭/뉴스퀘스트]

“남의 집이 커보이면 바둑진다”는 바둑격언이 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소중한 가치를 뒤로 하고 남의 것을 부러워하는 경향을 경계하는 말이다.  AI의 등장은 바둑기사의 직감에 의한 수보다는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최적수를 두기 때문에 인간이 AI를 상대로 이기기는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 AI는 감정을 초월한 싸움 닭의 최절정인 목계(木鷄)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AI는 바둑의 기사가 되기도 하지만, 바둑해설에 도움을 주거나 교육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바둑과 인생에 있어서도 기리와 원칙에 반하는 착수 중에 상대방의 수에 대한 감정적 대응으로 상식에 어긋나는 무리수가 있다. 아마추어 바둑에서는 무리수가 빈번하다. 그러나 프로기사는 기리에 맞지 않는 무리수를 잘 두지않고 순리대로 두는 경향이 있다. 프로기사는 냉엄한 승부세계의 직업적 활동이 수반되지만 아마추어 바둑의 세계에서는 내기를 하지 않아도 즐거운 노소동락(老少同樂)의 품격 있는 여가활동이라고 할 것이다. 바둑에서 부분적 전투에서 이기더라도 대국에서 전체적으로 뒤지면 바둑이 종국적으로 패하게 된다. 따라서 국면의 부분적 실수에 흔들리지 말고 국면의 전체적인 형세판단을 하면서 전략과 전술상 효능감이 높은 최선의 수를 찾아 적극적으로 공격하고 도전하는 진취적인 자세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

◆ 김용섭 박사 프로필

김용섭 전북대 로스쿨 교수(변호사)
김용섭 전북대 로스쿨 교수(변호사)

- 경희대 법과대학 법학과 졸업
- 서울대 대학원 법학과 졸업 (법학석사)
- 제26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제16기 수료
- 독일 만하임대 대학원 졸업 (법학박사)
- 법제처 행정심판담당관
- 한국법제연구원 감사
- 법무법인 아람 구성원 변호사
- (현) 전북대 법학전문대학교 교수, 변호사
- (현) 국회 입법지원위원,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위원회 위원
- (현) 한국행정법학회 회장, 한국조정학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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