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계의 할인 경쟁, 결국 시장 경쟁력 확보 및 재고처리 차원
정체된 국내 EV시장 활성화 위해선 충전 인프라 확대‧기술 발전 등 함께 이뤄져야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 [현대자동차 제공=뉴스퀘스트]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 [현대자동차 제공=뉴스퀘스트]

【뉴스퀘스트=권일구 기자 】 국내 완성차 업계가 앞다퉈 전기자동차(EV) 할인 판매에 나서고 있다. 이는 국내 전기자동차 시장의 성장 부진과 정부의 정책 변화, 완성차 업계의 경쟁 심화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23일 관련업계 및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기자동차 수요가 부진한 상황속에서 전기차 판매는 감소세가 다소 완화됐다.

지난해 6월 1만4889대를 기점으로 7월 1만2907대, 8월 9624대 등 부진을 면치 못하다가, 정부가 전기차 구매보조금을 확대하고 제작사의 할인판매가 확대되면서 9월 1만361대, 10월 1만545대, 11월 1만5829대 등 판매 감소세가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전년 대비 증감율을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7월 –12.4%, 8월 –33.6%, 9월 –33.8%, 10월 –17.2%, 11월 1.7% 등 전년과 비교해 오히려 성장은 둔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KAMA 관계자는 “국내에 신차 보급대수와 함께 전기차 보급 역시 충분한 상황이다 보니 일시적으로 성장률이 둔화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수요가 감소했고,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규모를 축소하고, 보조금 수령 조건 강화에 나선 것도 성장 부진으로 이어진 요인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올해 환경부는 전기승용차 성능보조금 단가를 100만원 감액하고 1회충전 주행거리에 따른 보조금 차등을 강화해 주행거리 400km미만 차량 지원을 대폭 축소하고, 보조금 지원 차량 기준도 당초 570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강화하는 등의 ‘2024년도 전기차 보조금 개편방향’을 발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전기차 보급률이 높아져 정체기에 들어선 것도 사실이지만, 경기 침체와 고금리까지 맞물리면서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 더욱 크다”며 “특히 올해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개편에 따라 일단 지켜보자는 고객이 증가하는 모습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완성차 업계 입장에서는 할인 행사를 통해 재고를 줄임과 동시에 경쟁력 확보와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더욱 공격적인 할인 행사에 나설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정체된 국내 전기자동차 시장의 분위기를 반전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현대자동차는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6의 경우 ▲현대자동차 구매 혜택 최대 700만원(차량 가격 할인 120만원, 전기차 충전 크레딧 80만원, 월별 재고할인 최대 500만원) ▲정부 보조금 650만원 ▲가격 할인 비례 추가 보조금 40만원의 구매 혜택을 준다.

또 디 올 뉴 코나 일렉트릭은 ▲현대자동차 구매 혜택 최대 380만원(전기차 충전 크레딧 80만원, 월별 재고할인 최대 300만원) ▲정부 보조금 617만원 ▲가격 할인 비례 추가 보조금 16만원의 구매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아가 일부 전기차 모델에 대해 추가 혜택을 제공하는 ‘EV페스타’를 실시한다. [기아 제공=뉴스퀘스트]
기아가 일부 전기차 모델에 대해 추가 혜택을 제공하는 ‘EV페스타’를 실시한다. [기아 제공=뉴스퀘스트]

기아는 ‘EV페스타를 통해 ▲EV6 300만원 ▲EV9 350만원 ▲니로 EV 100만원의 제조사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봉고 EV 구매 고객에 최대 70만원의 충전기 설치비용을 지원한다.

올해 보조금이 줄어든 KG 모빌리티는 토레스 EVX의 가격을 200만원 인하했다. 가격인하로 정부 보조금 포함 657만원 지원 효과가 나타나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구매할 수 있다.

토레스 EVX [KG 모빌리티 제공=뉴스퀘스트]
토레스 EVX [KG 모빌리티 제공=뉴스퀘스트]

전문가들은 완성차 업계의 할인과 더불어, 위축된 국내 전기차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충전인프라의 확충과 정부의 정책 지원, 배터리 경제성 및 안정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전문가는 “자동차업계의 전기자동차 할인 판매가 단기적인 판매 증가 전략일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시장 경쟁력 확보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고 분석하면서 “다만, 할인 판매만으로는 시장 성장을 지속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 정책 지원, 충전 인프라 확대, 기술 발전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태일 한국산업연합포럼 수석연구원은 “전기차 시장 위축 요인으로 우선 얼리어댑터(Early Adapter)에서 대중화 단계 진입, 판매량 증가에 따른 각국의 구매 보조금 폐지/삭감, 충전시설 부족과 고장 등 운영 편의성 미흡, 배터리 안전 문제 부각 등을 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를 위해 우선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와 임시투자 세액공제 기한 연장,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에 수도권과밀억제권역도 지원 대상에 포함 등을 통해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고 고성능 LFP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개발 등에 대한 지원을 통해 배터리 가격경쟁력 및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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