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특성 대부분 예측 임상 성과낼 듯..."바이러스는 이념과 무관 국제연대 절실"

4일 밤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병동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일 밤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병동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선태 기자】 2012년 6월 사우디아라비아 항구도시 제다의 한 병원에 폐렴 환자가 입원했다.

의료진이 각종 항생제를 처방했음에도 불구, 상태가 점점 악화된 끝에 환자는 입원 11일째 날에 사망했다. 

이에 주치의 알리 자키 박사가 환자의 객담 검체를 조사하게 되었는데, 이미 알려진 호흡기 바이러스를 조사했지만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다.

자키 박사는 병원체가 당시까지 알려지지 않은 신종 바이러스임을 직감하고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연구소에 샘플을 보냈다.

연구소에서 확답을 받은 자키 박사는 이 사실을 국제전염병기구 소식지로 보냈고 9월 20일 그 내용이 전 세계에 공개되었다.

자키 박사는 보건당국의 승인 없이 바이러스 샘플을 불법 반출했다는 이유로 병원에서 쫓겨나야 했지만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는 이렇게 세상에 알려졌다.

◇ 사우디 연구원, 메르스 조기 발견해 확산 막아

이후 얼마 뒤 중동 각지에서 메르스 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속출하자 의료진들은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야생박쥐가 자연숙주라고 추정되지만 사람은 그 중간 전파 매개체 동물인 단봉낙타를 통해 감염된다.

그런데 감염된 단봉낙타는 가벼운 감기 증세만 보여 일반인이 이를 거의 눈치 채지 못하는 것이 문제였다. 심지어 아직도 박쥐로부터 메르스 바이러스의 완전한 증거를 채취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자키 박사의 발견이 없었다면 메르스 바이러스는 지금의 코로나19 바이러스처럼 전 세계로 크게 확산되었을 지도 모른다. 

지난 2월 20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에 대해 두 가지 치료법의 임상 테스트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한 가지는 항에이즈 바이러스제인 로피나비르(lopinavir)와 리토나비르(ritonavir) 성분의 혼합제를 테스트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칼레트라 시럽으로 알려져 있고 이미 일부 환자에게 투약되었다. 

다른 한 가지는 덜 알려진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remdesivir)를 사용하는 방법인데, WHO는 "3주 내로 초보적인 결과를 얻을 것"이라 예상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 에볼라 항체로 코로나19 임상시험 돌입

앞서 2017년 6월 28일, '사이언스 중개의학' 논문에서 시헌(Sheahan TP), 심스(Sims AC), 그레험(Graham RL) 등 공동 저자들은 악성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발생을 경고하는 동시에 해당 치료제의 조기 발견 가능성을 예측했다. 

이들이 발표한 논문 '광범위 항바이러스 GS-5734, 유행성 및 인수공통감염 코로나 바이러스 억제'에 따르면 코로나 바이러스는 인간과 동물 사이를 주기적으로 드나드는 특성이 있다.

이로 인해 백신 개발이 어렵고, 따라서 이 바이러스에 변이가 일어난다면 감염을 통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미 사스나 메르스 바이러스가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종이라는 사실에서 예고된 바 있다.

그럼에도 논문은 GS-5734, 즉 렘데시비르가 비록 애초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그 가능성은 주목할 만하다고 주장했다.

렘데시비르가 여러 종류의 박쥐나, 인간 폐 세포에 침투하는 감기 코로나 바이러스 등에 효과를 입증해 그 적용 범위가 광범위하다는 이유에서다.

논문은 렘데시비르가 "미래의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효과적인 치료제가 될 수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를 제공한다"는 말로 끝맺는다.

렘데시비르는 애초 미 길리어드 사이언스 사가 에볼라 치료제 후보로 개발했으나 실전에 투입되어 참담한 실패를 기록했다. 바이러스의 복제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바이러스와 인체 세포의 RNA 중합효소에 동시에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과학자들은 실패에 낙담하지 않고 가능성에 주목해, 자칫 폐기될 뻔했던 이 항바이러스제를 코로나19의 대항마로 되살려내려 했다. 예측이 사실로 확인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2019년 중국 우한에서 집단 폐렴이 발생하자 과학자들은 이것이 미지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결과임을 알아냈다. 백신이 없어 당황하기는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중 미국에서 첫 번째 코로나19 바이러스 환자가 나타나자 정부는 렘데시비르 처방을 허용했고 효과는 곧장 나타났다.

다른 항바이러스제와 항생제 투여에도 증상이 악화되기만 하던 그 환자에게 렘데시비르를 투여하자 증세가 빠르게 호전되었다. 며칠 만에 일상생활이 가능해진 환자는 한 달 뒤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했다.

길리어드는 이 사례와 학계의 보고를 모아 미 식품의약청(FDA)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2월 12일 미 국립보건원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는 렘데시비르에 대한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3일에는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렘데시비르의 임상 3상 시험을 허가, 조만간 실제 환자에 대한 처방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 사스·메르스 항체로 무력화할 가능성도

이번에는 국내에서 코로나19 항체를 찾아냈다는 소식이 나왔다. 4일 한국화학연구원 신종 바이러스 융합연구단이 기존의 사스·메르스 중화항체가 코로나19 스파이크 단백질에 결합할 수 있다고 밝힌 것.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접근하면 바이러스 껍질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이용해 인체 세포 표면 수용체를 인식해 달라붙게 된다.

이후 바이러스는 인체 세포를 뚫고 침투, RNA 복제를 진행해 세포를 파괴하기에 이른다. 그러므로 스파이크 단백질의 기능을 무력화시키면 바이러스 감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에 앞서 지난달 융합연구단은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코로나19 환자의 검체를 넘겨받아, 여기서 분리된 바이러스를 배양해 코로나19 바이러스 RNA를 확보했다.

이와 함께 생물학분야 아카이브인 '바이오 아카이브(bioRxiv)'에 공개된 코로나19 스파이크 단백질의 구조 정보 파일을 저자로부터 전달받아 유전체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사스 중화항체 2개와 메르스 중화항체 1개가 코로나19 스파이크 단백질에 결합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다른 한편 WHO 사무차장 브루스 옐워드(Bruce Aylward) 박사가 "비약물적 중재법이라도 효과가 예측되면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펴 눈길을 끌었다.

옐워드 박사는 WHO-중국 코로나19 합동 조사단의 일원으로 지난 2월 중국에서 광범위한 현지 조사를 펼친 경험이 있다. 

그는 자신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비약물적 중재법을 부정적으로 보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음을 고백했다.

하지만 비약물적 처방은 중국이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을 저지한 배경을 가장 명확하고 직접적으로 설명한다는 것이 박사의 주장이다.

그를 포함한 WHO 합동조사단이 중국에 막 도착한 뒤 매일 보고되는 확진자수가 2000명 이상이었다. 겁에 질린 현지 관리들이 대응을 포기하거나 심지어 사태 악화를 경고하는 의사가 경찰에 체포되기까지 했다.

그 확산 속도가 너무 빨라 당시 미 하버드대 연구원은 "전 세계 성인의 40~70 %가 감염될 것"이라는 경고를 내놓았다.

그렇지만 중국 정부가 이 처방을 전략적으로 채용한 뒤 일일 확진자 수가 눈에 띄게 줄어 조사를 마칠 무렵 416명에 그쳤다.

그즈음 광둥성 의심증상자 32만명을 검진한 결과 0.47%만이 양성 반응을 보였다는 보고가 나왔다. 옐워드 박사는 "그러므로 이 병원체의 감염 확률이 이제는 0.47%라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비약물적 중재법은 제대로 된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질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치료를 병행하는 것을 말한다.

협진 체제를 기반으로 가용가능한 모든 자원을 이용하고, 조정가능한 상황은 최대한 조정하며, 사소한 보고를 포함한 모든 데이터를 치료에 활용하는 것이라 설명할 수 있다.

"우리가 신속하게 대응한다면 코로나19는 통제할 수 있다(not beyond control)"라고 옐워드 박사는 말했다.

[그래픽=픽사베이]
[그래픽=픽사베이]

◇ "바이러스는 이데올로기와 무관하다"

세계는 점차 코로나19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이성의 힘으로 대처하면 이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이 확산되는 중이다.

나이지리아 언론 매체인 프리미엄 타임스의 2월 21일 자 기고문에서 인권운동가인 오웨이 라켐파(Owei Lakemfa)는 "바이러스는 편견에서 자유로우며, 이념과는 더욱 무관하다(Virus is bias-free and ideologically-blind)"고 썼다. 비열한 루머나 악의적인 선전 따위는 감염병 극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아프리카 최초 확진자인 이집트의 환자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었으며, 마침내 WHO가 "그에게는 더 이상 바이러스가 남아 있지 않다"고 선언한 사실을 전했다.

이에 라켐파는 "감염병 저지선에서 피해자가 홀로 싸우게 해서는 안 되며, 국제사회가 함께 손잡고 협력해야 인류가 직면한 공동의 도전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맥락에서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2월 14일(현지시간) WHO 정례브리핑에서 "전 세계는 감염병 대응 시 억측이 아닌 사실에 기초해야 한다"며 국제 사회가 현 상황을 ‘정치화’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지금은 두려움이 아닌 사실, 루머가 아닌 과학이 필요한 때"라는 것이다.

2월 12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평등담당 위원 달리는 "연대는 혐오보다 강하다"며 바이러스 방역은 인류가 공동으로 직면한 도전이자 유럽연합이 책임감을 갖고 협력해야 할 사안임을 분명히 했다.

그녀는 일부 회원국들에서 나타나는 반아시아적 조치와 인종차별 현상을 겨냥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은 유럽연합의 법률에 위배되는 것으로, 이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으로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와 관련하여 한중관계가 시험대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가 지난 2월 17일 인민일보에 '이웃 간의 정, 친구 간의 의리'라는 제목의 수필을 기고했다.

이 글에서 싱 대사는 한국민이 코로나19 사태에서 보여준 우정을 상기하며 중국인이 즐겨 쓰는 "복숭아를 주면 오얏으로 갚는다(投我以桃,报之以李)"는 속담으로 사의를 표했다. 은혜를 입은 사람은 보답하는 자세를 가진다는 뜻이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