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부터 조기의 주요 가공장이었던 전남 법성포. 칠산 앞바다에서 잡은 조기는 여기서 굴비로 가공된다.
조선시대부터 조기의 주요 가공장이었던 전남 법성포. 칠산 앞바다에서 잡은 조기는 여기서 굴비로 가공된다.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서도 민요에 <배치기>라는 노래가 있다.

<뱃노래>의 일종이다.

만선, 즉 풍어를 기원하고 바다에서의 안전을 비는 그런 노랫말이다. 서도 <배치기>는 연평도와 황해도 평안도 등 서해안 전 지역에서 부르던 노래이며 <자진배따라기>의 이본(異本)이라 할 수 있다.

노동요이면서 무속적인 성격도 있다. 이러한 뱃놀이 계열의 노래는 대개 한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해안을 따라 거의 비슷하게 전파되기에 비슷한 특징을 가지는 것이다.

이는 고기를 따라 이동하며 생활하던 어부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 서도 <배치기>의 일부 노랫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어영도 칠산을 다 쳐다 먹고

연평 바다로 돈 실러 갑시다

이물 돛대는 사리화 피고

고물 돛대는 만장기 띄었다

연평 장군님 귀히 보소

우리 배불러서 도장원 주시오

정월부터 치는 북은

오월 파송을 내 눌러 쳤단다

연평바다에 널린 조기

양주만 남기고 다 잡아드려라

암매 숫매 맞 마쳐놓고

여드레 바다에 두둥실 났단다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이 바로 “어영도 칠산을 다 쳐다 먹고 연평 바다로 돈 실러 갑시다” 부분이다.

어영도는 평안북도에 있는 섬. 예로부터 조기 어장으로 유명했다.

칠산은 전라남도 영광 앞바다, 역시 유명한 조기 어장이다. 어영도와 칠산에서 고기를 다 잡고 연평바다로 고기를 잡으러 가자는 뜻이다.

고기는 곧 돈이기 때문에 돈 실러 가자고 했다. 과거 우리나라 3대 조기어장은 전라남도 영광 칠산 앞바다, 황해도의 연평도 앞바다, 평안북도 철산군 앞바다 이 세 곳이다. 거리상으로 볼 때는 이 노래에서 칠산은 당연히 철산이어야 한다.

하지만 분단 이후 철산은 잘 모르는 곳이고 칠산은 잘 아는 곳이며 특히 조기가 많이 나는 어장이니 칠산이 맞을 거야 하고 고쳐 불렀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런 것을 개악(改惡)이라 한다. 즉 지역적이나 거리로 보아서는 어영도 철산으로 불러야 마땅한 것이다. 평안도 고기잡고, 전라북도에서 잡고 다시 황해도 부근으로 가자는 것은 말이 맞지 않는 것이다.

또 “이물 돛대는 사리화 피고 고물 돛대는 만장기 띄었다”는 것은 배 앞쪽 돛대에는 풍년을 암시하는 꽃이 피고 배 뒤쪽 돛대에는 만선(滿船:고기를 가득 잡음)을 표시하는 만장기를 띄었다는 뜻이다.

“연평 장군님 귀히 보소 우리 배불러서 도장원 주시오”에서 연평 장군님은 임경업장군을 의미한다. 임경업 장군은 연평도 일대에서 무속적 숭배 대상이다.

도장원은 일등을 의미한다. 임경업 장군님께 비오니 고기를 많이 잡게 해주세요, 라는 뜻이다. “정월부터 치는 북은 오월 파송을 내 눌러 쳤단다”는 조기는 정월부터 오월까지 고기잡이가 끝날 때까지 풍어가 되도록 빈다는 뜻이다.

파송의 뜻은 북한에서 출판된 『민요따라 삼천리』(평양출판사,1995)에는 “배임자 아주머니 정성 덕에 정초부터 치는 북을 오월파중 내돌려 치누나”라는 노랫말이 있고, 오월 파중을 오월달 농사철을 말한다고 해설해 놓고 있다.

우리 세시 풍속이나 전통적인 농사법에서 ‘오월 파종’이라는 말이 있으므로 오월파송이나 오월파중은 모두 ‘오월 파종’에서 변형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연평바다에 널린 조기 양주만 남기고 다 잡아드려라”에서 양주는 주인이 되는 부부. 즉 된 상징적으로 다음에 씨를 뿌릴 주인이 되는 조기 부부만 남기고 다 잡게 해달라는 뜻이다.

“암매 숫매 맞 마춰놓고 여드레 바다에 두둥실 떴단다”는 성적인 암시를 통해 풍어를 기원하는 말이다.

암매 숫매는 암맷돌과 숫맷돌. 암매 숫매를 맞 맞추었다는 것은 혼인 혹은 성적 결합을 약속해 두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바다에 있으니 어서 만선이 되어 항구로 돌아가게 해달라는 염원이 담겨있는 가사이다.

참조기구이.
참조기구이.

배치기는 무속적인 기원(祈願)을 비롯한 여러 장치를 통해 풍어를 비는 그런 노래다. 다만 ‘칠산’은 전해지면서 잘못 와전된 말이기에 앞으로 ‘서도배치기’를 부르는 분들은 ‘철산’으로 고쳐 불렀으면 한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