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명간 '경영권 불법승계' 재판 시작...향후 수년간 사법리스크 계속 불가피
옥중경영 불가능...일단 '비상경영체제' 돌입 후 '부문별 사장단회의'로 운영
준법감시위 유지하고 사실상 미래전략실 비판받는 '사업지원TF' 조정할 듯

19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팻말에 펄럭이는 삼성 깃발의 모습이 반사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9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팻말에 펄럭이는 삼성 깃발의 모습이 반사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이번엔 '경영권 승계 재판'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 수감되면서 이른바 '경영권 불법 승계' 재판으로 불리는 삼성물산불법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코로나19로 재판이 연기되고 있지만 다시 재개되면 삼성의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이 제출한 수사기록만 368권, 약 19만쪽에 달하는 데다 삼성 측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 최소한 2~3년 걸릴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전망이다.  

이에 삼성 측으로선 한동안은 사법리스크에 시달려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플랜 B'를 마련하지 못했지만 조만간 긴급 사장단 회의를 여는 등 후속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 이재용 '산 넘어 산'…경영권 불법승계 재판 주목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 실형 선고로 '영어의 몸'이 된 상태에서 경영권 불법승계 재판을 받게 됐다. 

해당 재판은 사안의 복잡성으로 재판 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어 삼성으로선 더욱 부담이 크다.

검찰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경영권을 유리하게 승계받기 위해 삼성물산의 가치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리고, 제일모직 가치를 부풀렸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지분이 큰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도 저질렀다고 간주하고 있다. 자사주 매입을 통해 시세 조종 등 그룹 차원의 불법행위도 동원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이번 국정농단 재판에서 이 부회장이 건넨 뇌물이 경영권 승계에 쓰였다는 것이 인정됐기 때문에 추후 불법 경영권 승계 재판에 주요한 증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정농단 수사가 시작된 지난 2016년 말부터 이 부회장에게 리스크가 발생한 것을 감안하면 삼성의 잃어버린 10년이 현실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으로서는 경영권 승계 재판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파기환송심 결과로 재구속되면서 사법리스크 부담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게 됐다"며 "글로벌 기업인에게 너무 무거운 사법적 족쇄가 채워지는 것 같다"며 우려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삼성, 비상경영체제 돌입…'옥중 경영'은 사실상 어려워

삼성은 계열사와 이사회를 중심으로 중요사안을 집단결정하는 '비상경영체제'로 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부문별 긴급 사장단 회의는 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SDI 등 전자계열사와, 삼성물산·삼성엔지니어링·삼성SDS 등 EPC(설계·조달·시공) 계열사, 그리고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증권 등 금융계열사 등이 부문별 사장단회의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이 부회장이 꾸준히 강조해 왔던 선단식 경영의 일환으로, 계열사끼리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하나의 기업처럼 활동하는 경영 형태다.

다만 이 부회장이 수감 생활을 하며 '옥중 경영'을 할 것이란 관측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관측이다.

앞서 2017년 이 부회장이 구속수감 됐을 때와 마찬가지로 구치소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이 부회장의 일반 접견이 최소 4주간 중지되고, 면회도 변호인을 통하거나 스마트폰 등 전화 접견만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업무보고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옥중 경영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라며 "이 부회장이 실제 삼성의 경영에 참여하기가 어려운 만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의 부담은 더 커질 것"이라고 봤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실형선고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추후 재판에 대한 숙제를 떠안게 됐다. 사진은 김지형 삼성그룹준법감시위원장. [사진=연합뉴스]

◇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은 계속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의혹 사건에 대한 숙제를 떠안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활동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준법위는 이달 21일로 예정된 정기회의와 26일 7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의 모임은 예정대로 진행하는 등 기존의 기능을 종전처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5월 대국민 사과에서 "저와 관련한 재판이 끝나더라도 준법위는 독립적인 위치에서 중단없이 활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해 준법위 기능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특히 오는 21일 준법위 회의에서 삼성전자 계열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사업지원TF'의 현재 조직과 인원을 축소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업지원TF는 삼성이 2017년 초 총수 일가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은 '미래전략실'을 없앤 뒤 신설된 조직으로 삼성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신설 당시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 출신인 정현호 사장이 TF를 이끌면서 업계 내에선 "무엇이 달라진 거냐"는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실제 특검은 지속적으로 '미래전략실'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왔다.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양형을 판단하면서 "삼성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조직에 대한 준법감시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지 않다"고 지적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러나 재계에선 한 동안 삼성과 경제계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며 삼성의 구심점이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거대 삼성을 이끌 구심점이 없는데 사업지원TF까지 사라지면 이 부회장 역할을 대신 할 주체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총수 부재에도 경쟁력이 저하되지 않도록 삼성은 시스템을 재고하는 등 전반적인 개선에 나서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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