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결심-살빼기의 행동경제학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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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새해 초 대국민 설문조사를 해보면 사람들이 올해 반드시 해내겠다고 결심한 항목 중 세 손가락 안에는 살빼기가 반드시 포함되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가장 이루고 싶은 소원이면서도 가장 이루지 못하는 소원이라는 표현이 정확할 수 있다.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하는 거라는 말이 있듯이.

행동경제학을 다룬 경영 부문 베스트셀러인 ‘넛지’라는 책 역시 처음에 학생들의 자율 급식대에서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감자튀김을 덜 먹게 하고 삶은 당근을 더 먹게 할 수 있는지 해결책을 찾는 것부터 시작한다.

사람들의 행동을 자연스럽게 바꾸고자 하는 행동경제학 입장에서는 건강 분야는 습관적으로 하는 행동들이 많이 나타나는 분야이고, 이는 개인 뿐 아니라 사회적 비용을 유발시키는 원인이 되므로 가장 관심으로 가지고 적극적으로 연구하고자 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그럼 건강과 관련된 살을 뺀다는 것부터 시작을 해 보자.

살을 뺀다는 것은 크게 식품으로부터 섭취하는 열량을 줄이거나, 운동을 통해 많은 열량을 소모하거나 등 두 가지 방법으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비만을 유발하는 몇 가지 식습관 중 하나로 고칼로리 음식, 당이 과다하게 포함된 음식을 찾는다는 점을 꼽는데, 실은 이는 진화 관점에서 축적되어 온 산물이기도 하다.

인간을 포함한 대부분의 종이 자연 상태에서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따라서, 당분이 많이 포함된, 즉 농축된 칼로리의 음식을 가급적 많이 섭취해 두는 편이 생존을 위해 보다 나은 선택이었을 테고, 이러한 선택은 우리 유전자에 각인이 되어 있다.

인류가 탄생한 이후 유전자에 각인된 우리의 단맛 선호가 갑자기 몸에 안 좋다는 이유로 단숨에 바뀔 리는 만무하다.

이러한 습관을 바꿔야지만 우리가 새해에 결심한 살빼기의 첫 번째 단계를 넘어갈 수 있는데, 이에 대해 강제로 개입하는 것보다는 부드럽게 개입을 해서 자연스럽게 다른 선택을 하도록, 즉 칼로리가 높은 단 음식을 선택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몸에 좋고 칼로리가 낮지만 입에는 덜 단 음식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넛지이다.

과연 어떻게 해야 그것이 가능할까?

위에서 얘기했듯이 ‘넛지’라는 책의 서문에서 벌써 하나의 예를 제시했다.

학교의 교내급식 자유배식 진열대 사례인데,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음식 그릇의 위치에 따라 실제 선택이 많이 달라져서 결과적으로 음식 재배치에 따라 특정 음식 소비량을 25%가량 올리거나 내릴 수 있었다고 한다.

넛지라는 책에서 또 하나의 사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바로 음식에 관한 자동조종 (Automatic pilot) 모드로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현상이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먹는 행위가 가장 무심결에 하는 행동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책에 나온 팝콘 실험을 상기해 보자.

미국 영화관 관람객들에게 오래 전에 튀겨서 눅눅한 팝콘을 무료로 한통씩 제공했다.

절반에게는 큰 통에 팝콘을 가득 채워주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반 정도 되는 크기의 통에 팝콘을 가득 채워주었는데, 영화가 끝난 후 살펴보니, 큰 통에 팝콘을 담아간 관람객들이 나머지 집단에 비해 평균 53% 이사 팝콘을 더 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많이 먹은 것이 통의 크기일수도 있지 않느냐고 물었을 때도 대부분 전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이 실험 결과로 우리는 음식이 작은 접시에 담겨서 나오면 먹는 양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는 앞서 서문에서 나온 사례와 더불어 전형적인 ‘선택 설계’의 모습이다.

즉, 음식 그릇의 배열을 바꾼다든지 혹은 음식을 담는 그릇의 크기를 줄인다든지 자연스럽게 선택할 수 있는 설계 자체를 바꾸면 (이를 디폴트라고 흔히 부른다) 그에 따라 음식의 종류를 바꾸거나 음식의 양을 조절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구내식당에서 음식의 배치를 바꾸는 실험을 보다 확장시켜 진행한 경우도 있다.

대학 구내식당에서 사탕이나 포테이토칩을 사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사탕이나 포테이토칩을 음식 값을 지불하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가야지만 별도로 줄을 서서 구입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학생들이 사탕이나 포테이토칩을 사는 것이 불편하게 되자 구입하는 경향이 현저히 줄어드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신에 과일이나 우리가 권장할만한 다른 종류의 디저트를 사는 것으로 바뀌어 갔다.

오늘은 먹고자 하는 음식의 종류를 바꾸기 위해 배치를 바꾸거나 먹는 음식의 양을 줄이기 위해 용기를 작게 하는 등에 관한 이야기, 음식을 조절하기 위한 유명한 실험 위주로 이야기를 했다.

이 외에도 아이들의 편식을 막기 위해 부모가 해야될 것을 알려주는 다양한 실험들이 있는데, 다음에는 그러한 주제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얘기를 해보도록 하자.

힌트를 먼저 주자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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