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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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서울과 부산, 어쩌면 향후 대선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두 곳의 재보선 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재보선을 하게 된 원인과 최근의 실정으로 인해 야당이 우세하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꽤 많았지만 아마도 끝까지 엎치락뒤치락 하는 모습이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던 중 며칠 전, 주의 깊게 살펴볼 만한 기사가 나왔다.

국민의힘이 대정부질문에서 소속 의원들이 해야 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내용에 대한 기사이다.

이 중 우리가 눈여겨 보아야 하는 점은 ‘질문 시작부터 결론까지 일관된 프레임 씌우기 전략’을 구사하자는 것이었고, 이 일관된 프레임은 反기업, 反시장경제, 反법치주의, 성폭행 등 총 4가지가 해당된다.

한편 가이드라인에서도 총 4가지 지침이 설명되어 있는데, 그 첫 번째가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프레임 씌우기이고, 두 번째가 지속적인 용어 반복과 이슈 재생산, 세 번째는 정부 측 반격에 대한 적극적 대응, 마지막으로 정부 측 변명시간 허용 금지 등이다.

네 가지 가이드 라인 중 두 번째에 해당하는 지속적인 용어 반복과 이슈 재생산 항목 역시 프레임과 일맥상통한다.

따라서, 국민의힘에서 내 놓은 가이드라인은 두 항복에서 프레임 씌우기를 강조하고, 그 프레임은 다시 반기업부터 성폭행까지 이르는 네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고 정리할 수 있다.

행동경제학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이러한 프레임 씌우기가 옳다 그르다 혹은 그러한 프레임 내용의 진위를 판별하기 보다는 프레임 자체에 주목하고자 한다.

정치에 있어서 프레임 문제로 주의를 환기시키는데 가장 유명한 저서 중 하나는 조지 레이코프가 저술한 ‘코끼리는 생각하지마’이다.

물론, 조지 레이코프는 진보의 입장에서 보수의 프레임을 극복하고자 하는 열망으로 이 책을 썼지만 그가 여러 사례들을 들어 제시하는 문제점은 매우 적절하다.

우선 그가 제일 처음에 드는 예부터 살펴보자.

조지 W.부시가 백악관에 입성한 다음날부터 백악관에서 쓰기 시작한 단어는 세금으로부터 구제이다. (Tax Relief) 이 말을 매일같이 쓰기 시작하자 언론이 이 말을 받아쓰게 되었고 결국 담론화 되어 민주당 쪽에서도 이 말을 쓰기 시작했다.

조지 레이코프의 말에 따르면 ‘구제’라는 단어는 고통받는 대상이 있음을 의미하고 구제해주는 구제자는 영웅이 되게 마련인데, 이를 방해하는 자는 영웅을 방해하는 악당이 된다고 한다.

결국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세금으로부터 구제’라는 프레임은 ‘세금이라는 고통’, ‘고통을 덜어주는 구제자는 영웅 = 미국 대통령’, 이를 방해하는 자, 즉 ‘세금 정책에 반대하는 자는 악당 = 민주당’을 의미하게 되었고, 이 프레임은 그대로 효과를 거두어 민주당까지 ‘세금 구제’라는 말에 풍덩 빠짐으로써 결국 보수 세력의 시각을 받아들이는 효과까지 가져왔다.

이 사례를 필두로 저자는 미국에서 프레임을 알고 제대로 쓰는 쪽은 보수이고 진보 쪽은 프레임에 대해 잘 고려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하며 보수 진영의 프레임에 대해 조목조목 파헤친다.

우리 선거에서도 잘 나타나는 또 하나의 사례를 보자.

주류 경제학에 따르면 사람들은 항상 본인에게 이익이 되는지를 고려하여 행동하게 된다.

이는 미국 민주당의 정치 방식에 가장 근본적인 원리로 침투하여 민주당원들은 왜 유권자들이 자기 이익에 따라 투표하고 있지 않은지에 대해 매우 당혹해한다.

가난한 사람들, 소외계층에 있는 사람들은 공화당의 정책이 자기에게 해를 끼치고, 민주당의 정책이 자기들에게 잘 부합함에도 불구하고 왜 투표는 공화당에 하는지 말이다.

조지 레이코프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기 이익에 따라 투표하지 않고 자시의 가치에 따라 투표한다.

또, 자기가 동일시하고픈 대상에게 투표하기도 한다. 이를 민주당이 깨닫지 못하고 있음을 매우 한탄스러워한다.

왜? 조지 레이코프는 철저하게 진보 입장에서 보수의 프레임을 깨고자 하는 목적으로 이 책을 썼기 때문이다.

진보가 잘못 파악하고 있는 또 하나의 관점 중 하나는 선거는 마케팅과 같아서 상품인 후보자들의 주요 속성을 선거 전면에 쟁점으로 내새우면 통한다는 관점이다.

이는 현재 가장 중요한 쟁점을 발굴하고, 그 지역을 방문했을 때, 그 쟁점에 대해 집중적으로 공략해야 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레이코프는 공화당은 이상적 신념을 말하고, 자신들의 프레임을 주장하는 것만으로도 쟁점을 줄곧 이겨 왔다고 얘기하며 구체적이고 중요한 쟁점들이 반드시 승리를 보장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다시 우리 세계로 돌아와 보자.

당장 앞둔 서울시장 선거에 나올 후보자들이 등판하고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선거판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라도 현재 야당은 성폭력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 그것을 대정부질문에서부터 구체화하여 쓸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 프레임을 아마도 선거까지 쭉 이어가지고 가서 이번 선거에 가장 중요한 프레임으로 사용할 것이다.

그럼 현재 여당에서는 이 프레임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대응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뉠 것이다.

첫째,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책 제목처럼 그 프레임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고 무시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지난 대선에서 MB 아바타 프레임에 대해 당시 안철수 후보가 스스로 프레임 안으로 들어가 “내가 MB 아바타입니까?”라고 외쳤던 악수를 반면교사로 삼을 수도 있다.

둘째, 클린턴과 같이 실제 프레임을 멋지게 던지는 것이다. 이를 조지 레이코프는 ‘조지오웰식 언어’라고 표현하였는데 말 그대로 유권자의 이상을 자극하는 프레임을 들고 나오는 것이다.

복지 개혁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클린턴이 “큰 정부의 시대는 갔습니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말이다.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셋째, 아예 프레임에 대응하는 것인데, 이는 프레임이 아예 허구이거나 예전에 들고 나왔다고 실패했던 프레임이라면 모를까 (예를 들면 북한 프레임) 그렇지 않다면 조목조목 증거를 들이대며 프레임을 반박하기는 쉽지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세 번째는 여당 후보가 실행에 옮기지는 않을 듯하다.

선거의 열기가 현 정부의 실정, 여야기 비슷한 지지율 상황 등으로 더욱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이번 선거는 지역을 막론하고 그 어느 때보다 프레임 전쟁이 될 듯한데, 나 역시 양측이 어떤 프레임으로 치고받을지 사뭇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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