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지분까지 조 회장 '우군'...3자연합 공식해체 1년3개월 다툼 종료

[사진=한진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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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조 회장의 누나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과 형성한 '반(反) 조원태'를 위한 3자연합이 해체되면서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 이후 불거진 경영권 다툼이 1년 3개월 만에 종료된 것.

그러나 대한항공에 아시아나항공을 인수 시키기 위해 산업은행이 '조 회장의 백기사' 노릇을 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2일 KCGI는 "주주연합(3자연합) 간의 공동보유계약을 해지했다"며 "앞으로도 한진그룹의 기업 거버넌스 개선과 기업가치 향상을 위해 필요시 언제든 경영진에 채찍을 들 것"이라고 밝혔다.

한진칼 경영권 분쟁은 발단은 조 전 부사장이 선친의 공동경영 유훈을 지키지 않는다고 동생 조 회장에게 반기를 들면서 시작됐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1월 한진칼 주주인 KCGI, 반도건설과 3자연합을 형성하고, 사실상 조 회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지난해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는 3자연합이 제안한 이사 선임 안건이 모두 부결되고,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건이 가결되면서 3자연합의 첫 공격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이후에도 공세는 계속됐다.

지분율이 45.23%까지 오른 3자연합은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율(41.4%)을 앞서며 조 회장을 압박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상황이 반전됐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산은이 한진칼 지분 10.66%를 확보하면서 사실상 조 회장의 우군으로 등장한 것이다.

산은은 경영권 분쟁에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했지만 사실상 업계에서는 '조 회장의 백기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산은을 조 회장의 우호 지분이라고 가정하면 조 회장 측 지분율은 47.33%가 됐고, 3자연합의 지분율은 40.41%가 된다.

KCGI도 이런 상황을 우려해 지난해 12월 산은의 투자를 막기 위한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지만, 이마저도 법원에서 기각됐다.

게다가 산은이 한진칼 투자 조건으로 경영 투명성 제고와 회장 일가 도덕성 등을 내걸면서 경영성 제고를 위한 3자연합의 투쟁 명분도 사라졌다.

결국 3자연합의 '공동전선'은 와해됐고, 지난해 주총 패배 이후 올해 주총에서의 표 대결을 예고했던 3자연합은 지난달 주주제안도 하지 않으면서 경영권 분쟁에서 손을 떼는 수순에 돌입했다.

지분율은 5.71%인 조 전 부사장이 단독으로 조 회장과의 분쟁을 이어갈 가능성은 작아 남매간의 '집안싸움'도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향후 한진칼 지분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밝히지 않은 3자연합은 경영권 분쟁이 종료된 만큼 순차적으로 매각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대한항공을 글로벌 초대형 항공사로 키울 기회를 가진 동시에 경영권까지 안정적으로 지켜내는 '일거양득' 효과를 누리게 됐다.

다만 산은은 국내 항공업계 구조 재편과 글로벌 항공사 확보라는 측면에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했지만 결과적으로 '재벌 밀어주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국책은행인 산은이 나섰는데 누가 산은의 뜻에 반기를 들 수 있겠는가"라며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로 가장 큰 이득을 본 것은 대한항공도, 소비자도 아닌 조원태 회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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