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부동산 규제 풀기 위한 포석"...풍선효과·정비사업 속도 조절론도 나와

서울 63아트 전망대에서 바라본 여의도 아파트단지. [사진=연합뉴스]
서울 63아트 전망대에서 바라본 여의도 아파트단지.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대통령께서 재건축이 절박한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꼭 직접 방문해달라."

오세훈 서울시장이 21일 문재인 대통령의 초정을 받아 참석한 청와대 오찬 자리에서 재건축 규제완화를 건의하면서 언급한 말이다.

직후 이날 오후 서울시는 전격적으로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 등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한다. 정부에 재건축 규제 완화를 압박하는 '빅딜' 카드로 보인다.

이에 부동산 시장에서는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오히려 '악재가 아닌 호재'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부동산 시장 안정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가 된다. 대다수 전문가들도 해당 지역의 거래량은 줄겠지만, 가격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 오세훈의 '빅딜'...정부 받아들일까

오 시장의 이날 일련의 행보는 투기는 서울시가 해결할테니 정부는 안전진단 등 규제를 완화해서 민간 재건축을 진행되게 해 달라는 것으로 읽힌다.

문 대통령을 만나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콕 찍어 소개하며 재건축 안전진단 문제를 풀어달라고 요청한 것이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국토부에 안전진단 기준 등 재건축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 등이 잘 짜여진 시나리오대로 움직인 것이다.

4·7 재보선으로 민심을 확인한 정부로서도 과거처럼 규제 일변도로 민간 재건축 시장을 대할 수는 없는 상황을 염두해 둔 압박이다.

실제 최근에는 정부의 기류 변화도 관측된다. 현 주택 정책의 키워드인 '주택공급'이 원활하게만 된다면, 이와 함께 시장이 과열되는 등 부작용이 생기지 않는다면 민간 개발도 굳이 막아설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어떻게든 '패닉바잉'을 멈추게 하려면 서울 도심에도 신규주택 공급이 많아질 수 있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국민에게 전달해야 하는 입장이다.

다만 민간 개발이 활성화되면 상대적으로 정부의 2·4 대책에서 제시된 공공 주도 개발사업의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딜레마는 남는다.

그러나 어차피 압구정이나 목동 등 이번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곳의 조합 등은 공공 주도 사업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왔기 때문에 큰 영향이 없을 수도 있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오 시장의 민간 재건축 규제 완화 방안에 대해 "공공 주도든 민간 주도든 양자택일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서울시와 정부간 시장의 절대 안정과 초과 이익의 적절한 환수를 전제로 한 민간 재건축 활성화 방안이 공동으로 추진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1일 오후 서울시청 기자실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 간담회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21일 오후 서울시청 기자실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 간담회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전문가들 "오 시장의 부동산 규제 풀기 위한 포석"

전문가들 역시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오세훈 시장이 부동산 규제를 본격적으로 풀기 위해 포석을 놓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시가 재건축 규제 완화에 앞서 집값 급등을 막기 위해 고육지책을 쓴 것 같다"며 "규제를 풀어주면 집값이 급등할 수 있는데, 이걸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오 시장은 한강변 35층 층고 규제를 풀고 정비사업을 통해 서울에 18만가구 이상의 택지를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는데, 규제를 풀면 집값 불안이 야기될 수 있으니 일단 거래를 묶어 투기적 가수요를 차단하고 시작하겠다는 포석"이라고 해석했다.

지정 효과에 대해 대다수 전문가는 해당 지역의 거래량은 줄겠지만, 가격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 전문위원은 "지난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잠실, 삼성·대치·청담동 등 지역보다는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보이지만, 가격은 횡보하거나 강보합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압구정, 여의도·목동 등은 낡은 아파트가 많고, 실수요보다 투자수요가 주로 움직이는 지역이어서 주택 구입 즉시 2년 거주 조건 등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예상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재건축·재개발 단지가 모인 지역 위주로 제한적으로 지정되다 보니 그 외 지역으로 주택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잠실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으면서 바로 옆 신천동의 파크리오 아파트로 매수세가 몰려 가격이 상승하는 등 풍선효과가 나타났는데, 이번에도 인접 지역에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는 것.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도 풍선효과를 우려하면서 "정책 효과가 나려면 임팩트 있게 구역 지정을 더 넓게 했었어야 한다. 2·4 대책 때처럼 현금청산 카드를 꺼냈다면 효과가 더 강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펴는 데 따른 우려도 있다.

함영진 랩장은 "서울에 정비사업이 필요한 곳이 많지만, 속도 조절도 필요하다"며 "70~80년대에 지어진 아파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재건축에 들어가는 경우 임대차 시장에 미칠 악영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경기변동이나 3기 신도시 공급, 입주가 몰리는 경우 수급불균형 문제 등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집값 불안을 억제하는 선에서 일종의 로드맵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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