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 시절부터 강조한 '탄소세' 보다 기후협약 재가입·친환경 인프라에 주력
FT "탄소세가 실질적 변화 주도하기 어렵다는 속내"...증세 논란도 부담 느낀듯

[사진=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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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이후 공격적인 친환경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유일하게 빼놓고 있는 논의가 있다. 바로 '탄소국경세'(탄소세) 도입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바이든이 사실상 탄소세 자체가 실질적인 변화를 주도하기 어렵다고 생각해 일보 후퇴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친환경 인프라 확대에 주력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26일(현지시간) 미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같은 내용을 전하며 "바이든표 탄소세 논의가 부재하다는 사실이 두드러지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9월, 미국 대선 준비에 한창이었던 당시 조 바이든 후보자가 트럼프와 차별화를 두기 위해 꺼낸 카드는 '친환경'이었다.

당시 바이든은 ▲탄소국경세(탄소세) 도입 ▲100% 청정에너지 경제 ▲저탄소 사회 구축에 2조달러 투입 ▲파리기후협약 재가입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며 친환경 정책을 등한시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대통령직에 오른 지 3개월이 넘은 바이든 대통령은 위와 같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공격적인 친환경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취임 직후 트럼프가 탈퇴했던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 서명을 했고, 멸종 위기종 서식지를 파괴한 것으로 알려진 원유 수송사업 '키스톤 파이프라인'을 중단시켰다.

이후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2025년까지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 대체하겠다고 선언했고, 2조달러(약 2223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추진해 친환경 인프라·일자리 확대를 현실화할 방침이다.

다만 이러한 적극적인 자세에도 한가지 허전한 것은 바이든이 후보자 시절부터 최대한 빨리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던 탄소세 논의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미국 싱크탱크 '서드웨이'(Third Way)의 기후·에너지프로그램 부국장직을 맡은 린지 월터는 "우리는 더 이상 탄소 가격(탄소세)와 관련된 기후 정책 논의를 찾아볼 수 없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백악관이 추진하고 있거나 업계가 논의하는 주요 사안들을 살펴보면, 탄소세 이야기가 빠져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탄소세는 온실가스 배출에 비용을 부과해 업계에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하고, 환경 보호 효과까지 이끌어내는 취지의 제도다.

FT는 현재 바이든이 탄소세 도입보다는 기업들에게 특정한 기준을 가지고 배출량을 감축하도록 요청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틀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FT가 인용한 전문가들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판단했다.

탄소에 가격을 매기는 행위 자체가 환경 보호 효과를 낳기가 어렵고, 부과된 세금 자체가 기후 변화를 이끌어낼 만큼 크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듯 바이든은 지난 3월 2조달러 친환경 인프라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며 탄소세 도입 대신 '친환경 전력 기준'(Clean Electricity Standard)을 공개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열린 기후 정상회의에서도 바이든 미 대통령은 탄소세와 관련된 이야기 대신 주요국 간의 협력을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여기에 최근 도래한 증세 논란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서 탄소세 등 또 다른 세금 논의는 더더욱 거론되기 어려운 주제가 됐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바이든은 인프라 부양책에 이어 공개한 1조달러(1111조7000억원) 가족 지원책에 필요한 자원을 충당하기 위해 부자 증세를 단행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바이든은 자본이득(주식, 채권, 부동산 등 자산 매각 수익에 붙는 세금)이 연간 100만달러(11억1170만원) 이상의 부자들을 대상으로 자본이득세를 현행 20%에서 39.6%로 두 배 인상할 예정이다.

현재 바이든은 증세에 반대하는 미 공화당과 일부 여론에 맞서 설득전에 나선 상태다. 

때문에 바이든은 당분간 자신의 친환경 정책을 펼치기 위해 탄소세 이야기를 쉽게 꺼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존 케리 미 대통령 기후특사는 "바이든 대통령은 탄소에 가격을 매기는 정책에 말을 아끼고 있지만 탄소량을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로 탄소세를 꼽고 있다"라면서 "지금이 아닌 적절한 시점에서 관련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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