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은 '적격성'과 무관...경영권승계 유죄돼도 제도도입 이전 사례 해당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생명 1대주주인 삼성물산의 최대주주 자격으로 매 2년마다 정기적으로 금융당국의 적격성 심사를 받게 됐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라 금융당국은 최대주주 중 최다 출자자 1인을 대주주 적격 심사 대상으로 정하게 돼 있다.

기존 삼성생명의 최다출자자는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었으나 최근 상속에 따라 삼성물산(19.34%)으로 바뀌었고,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지분 18.13%(보통주 기준)를 보유한 1대 주주이기 때문이다.

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현재 이 부회장에 대한 삼성생명 최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은 작년 12월 말을 기준으로 심사를 시작했고, 최근 삼성 일가의 상속재산 분할 합의가 완료됨에 따라 확정된 내용도 심사에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사지배구조법상 대주주 심사는 대주주 변경승인과 최대주주의 자격 심사 등 두 가지로 나뉜다.

상속으로 삼성생명 주식을 처음 취득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대주주 변경 승인 대상이다.

다만 이 부회장은 2014년 삼성생명 지분 0.06%를 취득할 때 이미 이건희 회장의 특수관계인으로서 심사를 받았기 때문에 이번엔 대주주 변경승인 대상에선 빠졌다.

이 부회장은 이번에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20.76% 가운데 절반(10.38%)을 상속받아 삼성생명 보유 지분은 10.44%로 늘었다.

그러나 이와 별도로 삼성생명의 1대주주가 삼성물산으로 바뀜에 따라 최대주주 자격 심사를 꾸준히 받게된 것이다.

최대주주 적격성 요건을 충족하려면 5년 이내에 금융 관계 법령이나 공정거래법, 조세범 처벌법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이력 등이 없어야 한다.

금융위는 심사 결과 적격성 유지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

만약 금융 관계 법령 등을 위반해 금고 1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아 그 형이 확정되면 최대 5년간 의결권 있는 주식의 10% 이상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제한할 수도 있다.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의 죄목은 여기서 해당되지 않는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뇌물공여, 횡령 등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서 정한 법령 위반 행위는 아니어서다.

하지만 재판 중인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사안은 이 법에 연결돼 있다. 이 부회장은 금융관계 법령인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부당한 합병을 지시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조작 등 위법 행위를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다만 이 부회장이 향후 유죄 확정을 받더라도 최대주주 결격사유에 해당하는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게 당국의 시각이다.

개정 금융사지배구조법은 2016년 8월에 시행됐는데 이 부회장의 법 위반 행위가 그 이전에 이뤄졌기에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법제처는 지난 2019년 최대주주 자격심사 제도 도입 이전에 사유가 발생했으나 이에 대한 확정 판결이 법 시행 이후에 나온 경우 적격성 유지요건 심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일각에서는 고려저축은행 대주주인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 사례를 들어 금융사지배구조법 개정 이전 행위도 결격 사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이호진 전 회장의 경우 금융사지배구조법이 아닌 저축은행법상 대주주 적격성 유지 요건을 적용받았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과는 차이가 있다.

이호진 전 회장 역시 저축은행법상 최대주주 자격심사 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에 행한 조세범처벌법 위반 행위가 결격사유로 인정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지배구조에 맞물려 있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는 점도 이 부회장이 풀어야할 난제중 하나다. 이른바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박용진·이용우 의원 주도로 지난해 6월 발의됐다.

현행 보험업법에 따라 보험사는 계열사 주식을 '취득원가'로 계산해 총자산의 3%까지만 보유할 수 있는데 이를 '시가' 기준을 바꾸는 개정안이다.

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전자 등 비금융 계열사 지분을 '시가' 기준 총자산의 3% 이하로 줄여야 한다. 삼성은 이럴 경우 물산이 해당 주식을 매입하는 시나리오를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