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5조원·SK하이닉스 7.4조원 투자...전체 투자금 중 39.3% 차지
석유화학·자동차업은 투자 감축...LG화학·현대차 전년보다 13~18% 줄여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속에도 국내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가 계속되고 있다.

20일 기업평가업체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 기업 중 반기보고서를 제출한 332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상반기 총 투자액은 82조810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79조1623억원)보다 4.6%(3조6479억원),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상반기(73조5706억원)보다 12.6%(9조2396억원) 증가한 수치다.

투자가 가장 가파른 업종은 IT 및 전기·전자였다.

이 분야의 올해 상반기 투자액은 37조8025억원으로 전체 중 45.6%를 차지했다. 지난해 동기(30조6123억원)보다 23.5% 늘어난 수치다.

특히 '반도체 강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약 4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삼성전자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26.7% 늘어난 25조1149억원을 투자하며 반기 사상 최대 투자를 집행했다.

조사에 따르면 332개 기업 중 10조원 이상의 투자를 단행한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했다.

이중 순수 설비 투자액은 23조3060억원이었고, 90%(20조9338억원)는 반도체 사업에 투입됐다.

SK하이닉스도 올해 상반기 지난해 동기보다 40.5% 증가한 7조4772억원을 투자하며 대규모 사업 확대에 나섰다. 이천사업장 증설과 신규 장비 반입에만 92%(6조9480억원)이 사용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상반기 투자 합계는 32조5921억원이다. 조사 대상 기업들의 총 투자금의 39.3%를 차지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사가 기업별·업종별 양극화를 뚜렷하게 보여준다고 보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의 상반기 투자액은 작년 동기보다 3조8000억원(7.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석유화학과 자동차·부품 업종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1조원 이상 감소한 투자를 집행했다. 두 분야의 투자 총액은 각각 1조7788억원, 1조1520억원 수준이다.

일례로 LG화학은 민간 기업 중 세 번째로 많은 2조6122억원을 생산 설비에 투입했지만 투자 총액은 작년 상반기보다 5783억원(18.1%) 줄어들었다.

현대자동차도 지난해 동기보다 3968억원(13.6%) 줄어든 2조5213억원을 투자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등의 악재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공기업(-4593억원), 조선·기계·설비(-4359억원), 통신(-4010억원), 철강(-3998억원) 업종도 전년보다 투자 규모를 대폭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CJ제일제당(2787억원), 삼성물산(1702억원), KT(1694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1693억원), 롯데쇼핑(1317억원), 엔씨소프트(1214억원) 등 10개 회사는 1000억원 이상 투자를 늘렸다.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 'M16' 전경 [사진=SK하이닉스]

한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사업 전개 속도가 빨라지면서 당분간 양극화 현상은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이후 170억달러(약 20조원) 반도체 대미 투자를 공식화한 뒤 텍사스주 등 유력 후보지에 공장을 설립할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 하반기 일부 반도체공장에 8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해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의 경쟁력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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