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전쟁·미래 먹거리 확보 등 현안 해결 급선무...이달 내로 공식행보 나설지 주목
文 "가석방 찬·반 의견 인지하고 있어...국익 위한 선택이니 이해해달라"

1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가석방되어 나온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가석방으로 출소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첫 행선지로 삼성 서초사옥을 찾으면서 예상보다 이른 경영복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3일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오전 10시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난 뒤, 대국민 사과와 함께 "저에 대한 큰 걱정과 비난, 우려, 기대 잘 듣고 있다"라며 "열심히 하겠다"라고 말했다.

수감 기간 중 충수염을 앓으며 응급수술을 받은 이 부회장은 이전보다 수척해지고 흰머리가 늘어난 모습이었다.

이후 이 부회장은 정문에 대기하고 있던 G80 승용차를 타고 서울구치소를 빠져나갔다. 출소부터 인터뷰, 차량 탑승까지 소요된 시간은 10분 남짓이었다.

재계에 따르면 차량이 향한 곳은 자택이 아닌 서울 강남구 서초사옥이었다. 당분간 휴식을 취하며 악화된 건강을 회복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이 부회장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업무 현안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장단이 참석한 공식 회의는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출소 이후 사옥을 찾은 것을 두고 빠른 경영복귀를 시사하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이 부회장은 반도체 경쟁과 미래 먹거리 발굴, 조직문화 정립 등 총수로서 대응해야 할 과제들을 떠안고 있다. 경영복귀가 늦어지면 안 된다는 재계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화두로 떠오른 과제는 반도체 승기를 잡기 위한 인수·합병(M&A) 및 투자 결정이다.

삼성전자는 한미정상회담에서 170억달러(약 20조원) 반도체 대미 투자를 공식화한 뒤 4개월째 후보지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외신을 통해 텍사스주 등 유력 후보지만 거론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반도체 패권경쟁은 심화되고 있어 삼성이 자칫 초격차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서 경쟁사 대만 TSMC는 향후 3년간 1000억달러(110조원)를 투자해 생산능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고, 미 인텔도 파운드리(위탁생산) 재도전장을 내밀며 2025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반도체 기술력을 확보하겠다고 단언했다.

미래사업 분야 M&A도 산적해있다. 스마트폰과 반도체와 같은 주력사업 외에도 인공지능 등 기업을 이끌어갈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뉴삼성'을 이끌 조직문화도 재정비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MZ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 구성원이 많아지고 무노조 경영 폐기로 노조가 출범하면서 전환기를 맞았다.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 상황에서 마중물 역할을 주문받은 만큼 백신 수급과 관련해 삼성에 대한 기대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쌓인 숙제들을 풀기 위해 이 부회장이 곧바로 공식 행보를 추진할지 주목된다.

이 부회장은 2018년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석방했을 당시에는 약 45일이 지난 후에야 첫 공식 일정으로 유럽 출장을 떠났다. 이때와 비교했을 때 이 부회장의 움직임이 빨라진 셈이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수일간 업무 복귀 준비를 마무리해 이달 내로 경영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3일 오후 청와대 브리핑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을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취업 제한과 보호관찰, 추가 재판 등이 걸림돌 역할을 할 가능성도 크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12일 "취업 승인은 고려한 바 없다"라며 "본인의 깊은 고뇌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이 부회장의 가석방과 관련해 "이 부회장의 가석방에 대해 찬성과 반대 의견이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여권 일각과 진보 진영, 그리고 반대 집회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직접 교통정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반대하는 국민의 의견도 옳은 말씀"이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엄중한 위기 상황 속에서 역할을 기대하며 가석방을 요구하는 국민들도 많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익을 위한 선택으로 받아들이며 국민들께서도 이해해 주시기를 바란다"라며 국가적 경제 상황을 회복하기 위해 이 부회장의 역할이 크다는 점을 다시 한번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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