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일부터 법정통화로..."높은 가격 변동성, 통제할 수 없다"
현지 주민 54% "비트코인 채택 옳지 않아"...기술적 지식 부족 우려도

지난 1일 엘살바도르 시위대가 수도 산살바로드에서 비트코인 채택 반대를 요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 오는 7일(현지시각) 엘살바도르에서 비트코인이 세계 최초로 법정통화의 자격을 얻게 된다.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채택과 관련해 가상자산 시장의 기대감은 부풀어 오르고 있는 반면, 현지에서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비트코인의 높은 가격 변동성과 가상자산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지식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1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현지 주민 대부분은 비트코인의 공식 통화 채택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서 지난 6월 9일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인정하는 이른바 '비트코인법'을 통과시켰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비트코인을 통해 막대한 송금 수수료의 부담을 경감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엘살바도르는 자국민이 해외에서 국내로 보내는 돈이 국내 총생산(GDP)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기존의 금융 서비스가 많게는 10% 이상의 송금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부켈레 대통령은 "엘살바도르는 송금 수수료로 매년 4억달러(약 4670억원)를 지불한다"며 "비트코인으로 이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켈레 대통령의 야심 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엘살바도르 당국도 비트코인 자동입출금기(ATM) 200대와 지점 은행 50개를 준비하는 등 인프라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트코인에 반대합니다(NO AL BITCOIN)'이라고 적힌 팻말을 든 한 시민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외신들에 따르면 당국의 기대와 달리 현지 비트코인 가격의 높은 변동성과 범죄 악용 가능성, 일반 시민의 정보 부족 등을 토로하며 회의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근로자, 퇴역 군인, 연금 수급자 등 수백 명의 시위대는 전날 수도 산살바도르에서 '비트코인에 반대합니다(NO AL BITCOIN)'라는 팻말을 들고 거리 행진에 나섰다.

대법원 노동조합의 스탠리 퀸테로스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비트코인의 가치가 급격하게 변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 가치는 1초마다 변하고 있다. 우리는 그 가치를 통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들은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 지식과 이해 부족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산살바도르의 재래시장에서 티셔츠와 기념품을 파는 클라우디아 몰리나는 로이터통신에 "비트코인에 대해 모른다. 어디서 온 것인지, 우리한테 이익이 될지 손해가 될지도 아무것도 모른다"며 "그들(당국)은 아무런 교육도 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엘살바도르 시민들이 비트코인 채택에 반대하며 거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에도 현지 시민들은 산살바도르의 거리로 나와 비트코인 채택에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가상자산 전문매체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당시 시위대는 비트코인이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시위대는 "비트코인은 공공 부패와 마약, 갈취 및 탈세의 활동을 조장할 것"이라면서 "금전적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것은(비트코인은) 사람들의 급여, 연금, 저축에 타격을 준다"며 "많은 저소득 가정과 중소기업을 파멸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프란시스코 가비디아대학 소속 여론조사기관 디스럽티바가 지난 7월 엘살바도르 국민 12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54%의 응답자가 비트코인의 법정통화 승인 결정에 대해 '전혀 옳지 않다'고 응답했다.

24%의 응답자가 '약간 옳은 결정'이라고 답했으며, 불과 20%의 응답자만이 비트코인 정책에 적극 호응한다고 답했다.

아울러 응답자 가운데 46%는 비트코인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밝혔다.

오스카 피카르도 디스럽티바 과학기술혁신연구소장은 "(비트코인의 채택은) 디지털 전환에 대한 위험한 베팅"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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